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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9-29

아트 축제가 남긴 것

뜨거웠던 키아프 & 프리즈 서울 주간. 전시, 프라이빗 컬렉션 투어, 작가 스튜디오 비짓, 파티 등 여러 행사의 의미를 짚어본다.

프리즈 서울 2023 아트페어 전경. Courtesy of Frieze / Photo by Lets Studio

올해도 어김없이 ‘키아프·프리즈 서울’ 아트 페어가 지난 9월 초 오픈해 모든 일정을 성황리에 마쳤다. 혹자는 한국 미술 시장이 예전만 못하다거나 뉴욕의 ‘아모리 쇼’와 시기가 겹쳐 메인 작품이 분산되는 만큼 주요 작품이 서울에 오지 못할 거라는 우려를 표했지만, 페어 후 발표한 리포트에 따르면 서울의 아트 마켓은 여전히 활기가 넘쳤다.
하지만 아트 페어 성과를 단순히 작품 세일즈에 국한해 판단하는 것은 성급해 보인다. 말 그대로 ‘박람회’인 페어는 전 세계 갤러리가 모여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자리이자, 로컬과 해외 미술 관계자가 만나는 귀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수십억 원을 호가하는 메가 세일즈 소식에 귀가 먼저 반응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일지라도 글로벌 미술계와 현지 문화의 접점을 이끌어내기 위해 페어장 밖에서 이루어지는 활발한 교류 또한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 정부 기관과 민간이 협력해 보다 업그레이드된 아트 현장에서 펼쳐진 주목할 만한 순간을 소개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재)예술경영지원센터는 ‘2023~2024 한국 방문의 해’ K-컬처 관광 이벤트 100선에 선정된 ‘키아프·프리즈 서울’ 개최를 맞아 해외 주요 미술 기관에 소속된 큐레이터와 미술평론가를 초청해 한국 작가의 작업실을 방문하는 프로그램 ‘Dive into Korean Art: Seoul’을 운영했다. 영국 헤이워드 갤러리 시니어 큐레이터 융 마, 스미스소니언 허시혼 미술관 큐레이터 베시 존슨, 솔로몬 R. 구겐하임 미술관의 노엄 시걸 LG전자 전임 큐레이터를 비롯한 해외 미술계 인사가 한국의 젊은 작가들을 직접 만나 작업 세계를 탐구하는 대화를 나누었다. 이러한 활동은 그들의 데이터베이스 안에 한국 작가를 심고 해외 기관의 전시에 포함되도록 하는 중요한 밑거름으로 작용할 것이다.
파라다이스시티는 소더비(Sotheby’s)와 함께 <러브 인 파라다이스: 뱅크시 앤 키스 해링>전을 개최했다. 2018년 런던 소더비 경매장에서 낙찰과 동시에 작품이 파쇄되어 전 세계를 놀라게 한 뱅크시의 작품을 포함한 32점이 파라다이스 아트 스페이스에 전시되었다. 주목할 점은 이와 함께 파라다이스 아트랩 페스티벌을 개최해 뱅크시와 키스 해링의 작품을 보기 위해 방문한 이들에게 한국 작가의 작업과 과학기술을 자연스럽게 노출한 것이다. 파라다이스문화재단이 주관해 예술과 기술의 융합을 지원한 이번 전시는 ‘운석’을 테마로 일곱 팀의 아티스트가 참여해 미디어 파사드, 인스톨레이션, 오디오 비주얼, 가상현실 등 다양한 아트 & 테크 작품을 선보였다.







제이디 차의 <구미호 혹은 우리를 호리는 것들 이야기>전 연계 이벤트에 차린 고사상. Courtesy of Artist and Space K
<디엠지(DMZ) 전시: 체크포인트>전 전경. Courtesy of Gyeonggi Tourism Organization / Photo by Ahina


갤러리마다 수십억 원을 호가하는 작품 세일즈 레코드를 갱신하는 뉴스가 앞다퉈 쏟아지던 페어 셋째 날, 런던에서 온 외신 기자는 한국에만 존재하는 비무장지대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다. 아트선재센터 김선정 예술감독이 기획한 전시 <디엠지(DMZ) 전시: 체크포인트>는 국내외 현대미술 작가 27명이 참여해 한국의 분단 상황과 접경 지역을 바라보는 관점을 그들만의 언어로 표현했다. ‘디엠지 오픈 페스티벌’의 일환으로 진행된 이번 전시에서는 회화·조각·영상·설치·퍼포먼스 등 다양한 예술적 시도를 통해 디엠지의 장소성과 생태, 화해와 연대의 의미를 환기했다. 이처럼 예술은 잊힌 사회 이슈를 부각하기도, 이념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순간에 작용해 이를 유연하게 풀어내기도 한다.
코오롱에서 운영하는 문화 예술 나눔 공간 스페이스K에서는 한국계 캐나다인 제이디 차의 <구미호 혹은 우리를 호리는 것들 이야기>전 연계 이벤트로 한국의 제사를 재해석한 퍼포먼스 ‘고사’를 마련했다. 작가는 고사상에 올릴 돼지머리 형태의 조각 작품을 제작했으며, 직접 술을 올리고 절하며 관람객과 함께 평안을 기원했다. 이번 작업은 이민자 2세대를 대변하는 작가에게도 의미 있을 뿐 아니라 현대미술을 통해 한국 전통문화를 이민지에 새로운 시각으로 전달한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다.
프리즈의 글로벌 멤버십 프로그램 공식 파트너사인 영국 럭셔리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멀버리가 주최한 ‘Mulberry×Frieze 91 서울’ 행사는 9월 7일 밤 ‘휘겸재’에서 개최되었다. 갤러리가 밀집한 북촌에 위치한 아름다운 한옥에서 진행된 이날 행사는 밴드 자우림과 함께했다. DJ 250은 한국 가요 음원을 사용한 편곡으로 독특한 디제잉을 선보이며 아트 축제에 즐거움을 더했다. 또 한국의 활동적인 컬렉터들은 자신이 운영하는 공간에서 기획 전시와 함께 이벤트를 열거나, 작품 수장고를 오픈해 방한한 미술계 인사들을 초대했다. 전 세계 미술 행사장을 두루 다니며 구축한 글로벌 네트워크 안에서 이루어지는 이들의 활발한 활동은 실제로 갤러리나 기관의 업무에 참고가 되기도 한다.
올해는 코로나19에서 벗어나 많은 해외 인파가 ‘키아프·프리즈 서울’을 방문했다. 페어 전부터 방한한 해외 미술 기관은 자체 투어 프로그램을 만들어 서울 아트 현장을 리서치했다. 또 갤러리, 작가, 컬렉터, 브랜드, 기업, 미디어 등 다양한 주최자가 준비한 프라이빗 파티와 디너 현장에서는 자연스럽게 한국 작가에 대한 의견이 오갔다. 자리에 참석한 인터내셔널 컬렉터들은 섣불리 말하기보다는 조용히 듣고 분석하는 노련함을 보였다. 현재 한국 미술계는 우리 작가를 이들에게 어떻게 어필할지 고민할 시점을 맞았다. 또 이번에 서울을 다녀간 이들의 의견 중에는 아트 중심의 행사가 더 많았으면 좋겠다는 피드백도 있었다. 2024년 아트 축제를 준비하는 우리가 참신하고 전략적인 프로그램을 계속 연구해야 하는 이유다.







룸톤, Echosphere, 2023. Courtesy of Artist and Paradise Cultural Foundation
‘Mulberry × Frieze 91 서울’ 행사가 열린 휘겸재 전경. Courtesy of Mulberry
Banksy, Girl without Balloon, 2021. Courtesy of Paradise City © PEST CONTROL OFFICE 2023

 

에디터 박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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