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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9-05

마에스트로의 모험기

<위대한 이탈리아 비전: 파르네시나 컬렉션>전으로 한국을 찾은 ‘트랜스 아방가르드’ 창시자 아킬레 보니토 올리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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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킬레 보니토 올리바는 미술평론가이자 큐레이터다. 제45회 베네치아 비엔날레 총감독을 역임했으며, 파리∙시드니∙상파울루 비엔날레 등에서 많은 전시를 기획했다. 프랑스 정부의 문화 예술 공로 기사 훈장, 베이징 비엔날레 비평가상을 수상했으며, 카스텔로 디 리볼리 미술관은 그의 활동을 회고하는 대규모 전시를 개최해 업적을 기렸다. <마법의 영토>, <마르셀 뒤샹의 생애>, <서로 다른 아방가르드들>을 비롯해 다양한 저서를 집필했다.

이탈리아 외교부 청사는 1959년 로마 도심의 키지궁에서 로마 외곽의 파르네시나궁으로 이전했다. 프레스코 천장화와 조각 몰딩 등 클래식하고 화려했던 이전 공간과 달리 새 청사는 무채색 대리석과 직선 기둥으로 이루어진 모던한 공간이었다. 그러다 1990년대 말 이탈리아 근현대미술 작품을 청사에 전시하기 시작했는데, 이 작품들은 건축물과 어우러지며 공간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이탈리아 외교부는 청사 분위기를 바꾸면서 현대미술을 다른 예술 분야와 함께 문화 외교의 중요한 도구로 활용하기 위해 <파르네시나 컬렉션> 프로젝트를 출범시켰다. 공공기관 청사로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미술관 수준의 컬렉션을 전시한 이탈리아 외교부 청사 사례는 주변국의 궁금증을 자아내 결국 <파르네시나 컬렉션>의 해외 투어로 연결되었고, 올여름 한국을 찾아 ‘문화 친선 대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아트선재센터 스페이스2에서 열린 본 전시장에서 이 프로젝트의 시작부터 함께해온 아킬레 보니토 올리바(Achille Bonito Oliva)를 만났다.
아킬레 보니토 올리바는 이탈리아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큐레이터이자 트랜스 아방가르드 창시자다. 이 사조가 탄생한 1970년대 후반은 이데올로기의 제약을 넘어 자유로 이행하는 시기였다고 그는 회상했다. 아방가르드 운동이 전위적임에도 선형적 맥락이었다면, 트랜스 아방가르드는 회화를 부활시키고 예술의 초월적 측면을 강조하며 편견으로부터 해방을 추구했다. “평론가는 모든 이데올로기적 옷을 비롯해 선입견과 판단을 벗고 예술 앞에 벌거벗은 채 서야 합니다”라고 말하며 평론의 책임감을 강조한 아킬레 보니토 올리바는 스스로 예술가 같은 행보를 보였다. 당대 젊은 작가들과 함께 이탈리아의 근현대미술 운동을 열정적으로 이끌기도 했다.
이탈리아 근현대미술은 ‘재생과 기억’이라는 기치 아래 탈피를 거듭하며 진행되어왔다. 미래주의, 형이상학 미술, 앵포르멜, 팝아트, 키네틱아트, 개념 미술, 아르테포베라, 트랜스 아방가르드, 디지털 아트까지 20세기부터 21세기 초에 걸쳐 이탈리아 미술의 총체적 양상을 포괄하는 <파르네시나 컬렉션>은 과거 영광에 머무르지 않고 나아가는 이탈리아 미술의 창조적 추진력을 다시금 일깨운다. 또 개방적이고 풍요로운 정신은 예술품을 자신들의 전유물로 여기지 않고 수 세기 동안 전 세계 정치 체제와 상관없이 조화를 이루며 문화 발전에 기여해왔다. 이렇듯 변화무쌍했던 20세기 예술의 산증인인 아킬레 보니토 올리바는 현대사회를 불확정성의 시대로 간주하며, 이 점이 가능성의 지평을 확장하기에 긍정적이며 건설적이라고 분석한다.
베네치아 비엔날레 한국관을 개설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그는 백남준 작가와도 인연이 깊다. 작가와의 에피소드를 물었을 때 “나는 사연을 이야기하지 않는 조심스러운 성향의 평론가”라며 답을 피했지만, 두 거장이 함께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깊은 교류가 있었음을 그의 눈빛 너머에서 읽을 수 있었다. 인터뷰를 마치며 미래의 큐레이터에게 전할 메시지를 요청하자 마에스트로는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의 삶은 경력이 아닌 모험이었네. 예술에 접근하는 모든 이는 모험을 하게 되지. 때론 타인의 이해를 못 받을 수도 있어. 나조차도 과연 내가 하고 싶었던 일에 내가 한 일이 부합했는지 잘 모르겠는걸. 관람객들과 관계를 만드는 것은 창작품이지 창작자가 아니기에 예술은 외로운 직업이라네. 그리고 모험은 원래 고독한 것이야.”





아트선재센터에서 개최된 <위대한 이탈리아 비전: 파르네시나 컬렉션>전 전경. Courtesy of Embassy of Italy in Seoul, Italian Cultural Institute in Seoul, Art Sonje Center / Photo by Ahina
이탈리아 외교부(MAECI) 청사에 전시된 산드로 키아(Sandro Chia)의 작품. Courtesy of the Artist and Palazzo della Farnesina / Photo by Giorgio Benni

 

에디터 박수전(노블레스 컬렉션)
사진 안지섭(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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