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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2-21

Legends Never Die

한 시대를 풍미한 전설의 포토그래퍼들이 얼마 전 우리 곁을 떠나갔다. 그들만의 시선과 마음으로 탄생한, 누군가의 영혼을 영원히 담아낸 사진들.



 유머는 사진의 힘 
엘리엇 어윗

다큐멘터리 사진에 관심이 있다면, 엘리엇 어윗(1928~2023)의 이름 아니 사진 한 번쯤은 보았을 것이다. 세계적인 사진가 그룹 ‘매그넘 포토스(Magnum Photos)’ 소속일뿐더러 그가 찍은 사진은 로맨틱하고 유머러스해 단번에 보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기 때문. 특히, 찰나의 순간 포착한 강아지는 마치 사람의 몸짓을 보는 듯해 웃음을 유발한다. 격동의 미국 사회를 기록한 그의 셔터도 마찬가지다. 그때의 여느 사진가가 그려낸 거친 거리 풍경과 분명 다르다. 이러한 사진적 태도와 형식은 자신의 삶을 향한 반항이자 반향으로 보인다. 그의 가족은 유대인-러시아 이민자였는데, 20세기 중반 반유대주의 움직임을 이겨내는 방법의 하나가 웃음이 아니었을지. 비평가 비키 골드버그는 엘리엇 사진에 관해 ‘세상이 바나나 껍질에 미끄러지는 순간(the world slipping on a banana peel)’이라고 평한 바 있다. 소소한 유머는 우울한 기분을 환기하지 않던가. 이는 엘리엇 어윗의 사진이 시대를 넘어 모두에게 사랑받는 이유다.







 명화, 매혹된 자들 
어윈 올라프

어윈 올라프(1959~2023)는 삼청동 갤러리 거리를 거닐 때 왕왕 만나볼 수 있었던 사진작가다. 네덜란드 왕실과 정부로부터 훈장을 받았을 만큼 네덜란드 예술을 상징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의 작업에선 고전 명화에서 발견할 수 있는 요소가 묻어난다. 어렸을 때부터 미술관에 즐겨 방문해서란다. 렘브란트와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의 초상화, 한스 볼론기르의 정물화가 대표적. 그중 빛을 활용해 인물의 감정을 정적으로 묘사한 렘브란트 분위기와 참 많이 닮았다. 어윈 올라프 작업 기저에는 진솔한 이야기가 존재한다. 정체성, 현대 소비문화, 행복한 가정을 꿈꿨던 어린 시절 같은. 작가는 이러한 동시대 논쟁적 이슈를 직접적 방식 대신, 은유적이면서 초현실적으로 드러낸다. 언젠가 작가는 말했다. “나는 작품의 심미적 측면에서 관람객을 매혹하는 것을 좋아한다. 관람객이 여기에 걸려들어 그 매력에 빠져들면, 그때 작품의 진짜 메시지로 그들을 단번에 사로잡아버리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그의 작업 앞에 선 관객은 오랜 시간 프레임 안을 유영해야 메시지를 읽어낼 수 있다.







 구찌와 발렌티노가 주목한 
파올로 디 파올로

이탈리아 사진의 거장 파올로 디 파올로(1925~2023)의 사진은 1950~60년대 이탈리아의 화려함을 자연스럽게 포착한 것으로 유명하다. 네오리얼리즘(neorealism, 2차 세계대전 전후의 이탈리아 영화 운동. 우리네 일상과 가까운 세트 제작, 비전문 배우 캐스팅, 평범한 소재를 다루는 것이 특징)을 반영한 결과다. 배우 샬롯 램플링과 안나 마냐니, 시인이자 영화감독인 피에르 파올로 파솔리니, 작가 오리아나 팔라치 등을 담아낸 사진은 잘 정돈된 패션 화보, 파파라치 컷과 차별화된다. 하지만 한참 활동하던 시기, 파올로 디 파올로는 점점 자극적인 요소를 요구하는 풍토에 환멸을 느껴 사진과의 이별을 결심했다. 그런 그의 사진을 다시 세상에 내놓은 건 딸 실비아다. 1990년대 후반 우연히 아버지 사진을 발견하면서 작품 발표에 열정을 쏟았다. 덕분에 아버지는 2016년엔 첫 개인전을, 2019년엔 구찌가 후원하는 대규모 회고전을 개최했다. 흥미로운 점은 당시 회고전에 발렌티노 디렉터 피에르파올로 피치올리가 방문했는데, 그가 1967년 촬영한 발렌티노 사진에 영감을 받고, 2020 S/S 패션쇼 백스테이지 작업을 파올로 디 파올로에게 의뢰했다는 사실. 이는 사진이 단절과 고립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 것과 다름없다.

 

에디터 박이현(hyonism@nobles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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