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카라 X 해리 누리예프
바카라의 헤리티지와 해리 누리예프의 예술적 조우. 새로워진 메종 바카라 서울이 문을 열었다.

1764년 프랑스에서 탄생한 이래 바카라는 크리스털 장인정신을 계승하는 동시에 시대를 대표하는 아티스트와 협업하며 새로운 표현을 모색해왔다. 이러한 철학을 공간으로 구현한 메종 바카라 서울이 지난 9월 2일 새 단장을 끝마쳤다. 이번 리뉴얼의 중심에는 아티스트 해리 누리예프가 있다. 바카라의 헤리티지와 역사적 제품에 그의 예술적 시선을 더해 메종의 세계를 이전과 다른 관점에서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메종 바카라 서울의 리뉴얼을 이끈 누리예프는 메종 & 오브제 2026이 선정한 ‘올해의 디자이너’이자 파리와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건축가 겸 디자이너다. 그의 작업 세계를 관통하는 개념은 ‘트랜스포미즘(transformism)’. 기존 오브제를 왜곡하거나 지우는 대신 그 안에 깃든 기억과 정체성을 유지한 채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접근법이다. 바카라와 누리예프의 협업은 전통적 가치를 존중하면서 이를 동시대적 맥락으로 확장한다는 접점에서 출발했다. 바카라 역시 260여 년간 이어온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시대에 맞는 예술적 표현을 끊임없이 모색해왔기 때문이다. 브랜드와 아티스트가 공유하는 이러한 태도는 메종 바카라 서울 곳곳에 자리한 작품을 통해 보다 선명하게 드러난다.

시간을 보존한 쇼케이스
새로워진 메종 바카라 서울에서는 윈도 너머 냉장고 형태 쇼케이스가 먼저 시선을 붙든다. 누리예프가 메종 바카라 파리에서 처음 공개한 작품으로, 내부를 ‘아코어 1841(Harcourt 1841)’ 글라스로 가득 채웠다. 1841년 처음 탄생한 아코어 컬렉션은 육각형 베이스와 여섯 면의 정교한 커팅, 장식적 스템이 특징이며, 바카라 아카이브에서도 가장 유서 깊은 컬렉션 중 하나로 꼽힌다. 누리예프는 바카라의 장인정신과 헤리티지를 응축한 아코어 글라스를 쇼케이스 안에 반복적으로 배치했다. 차갑고 산업적인 이미지의 냉장고와 섬세하게 빛나는 크리스털의 대비는 익숙한 바카라의 아이콘을 낯선 시선으로 바라보게 한다.

아래왼쪽 해리 누리예프가 재해석한 제니스 샹들리에. 아래오른쪽 키링, 볼펜 등 일상 오브제 250개를 결합한 제니스 샹들리에.
장인정신을 시각화한 벽
또 하나 눈여겨볼 작품은 바카라의 장인정신과 크리스털 제작 과정을 누리예프만의 시각적 언어로 재구성한 ‘해리 누리예프 월(Harry Nuriev Wall)’이다. 이를 위해 그는 바카라 매뉴팩처를 직접 방문해 프랑스 최고 장인(Meilleurs Ouvriers de France)들과 교류하며 크리스털이 탄생하는 과정을 면밀히 살폈다. 이후 파리 콩코르드 광장의 오벨리스크에 새겨진 상형문자에서 착안해 인그레이빙과 실버, 컬러 모티브를 활용한 하나의 시각 체계를 완성했다. 바카라 크리스털의 탄생 과정부터 ‘C’est la fe^te(축제의 순간)’, ‘De′licatesse(섬세함)’에 이르기까지 메종을 구성하는 상징과 가치를 누리예프의 문법으로 번역한 작업이다.
일상을 품은 샹들리에
메종 바카라 서울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제니스(Ze′nith)’ 샹들리에다. 리뉴얼을 기념해 공개한 단 하나뿐인 유니크 피스로, 누리예프는 바카라를 대표하는 제니스 샹들리에에 250개의 일상 오브제를 더해 낯설고도 흥미로운 풍경을 완성했다. 반짝이는 크리스털 사이로 펜과 주얼리, 병뚜껑, 열쇠고리, CD 등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건이 자리한다. 작품의 출발점은 ‘더 이상 크리스털을 구할 수 없는 상상 속 미래’다. 제니스 샹들리에를 물려받은 사람들이 사라진 크리스털 장식 대신 주변에서 발견한 물건을 매달기 시작했다는 설정이다. 지금은 평범한 사물이라 해도 시간이 흐른 뒤에는 전혀 다른 가치와 의미를 지닐 수 있다는 발상이자 누리예프가 말하는 트랜스포미즘을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1850년경 탄생한 바카라 샹들리에의 오랜 역사와 고유한 형태에 동시대 사물을 더해 과거와 현재, 전통과 일상이 하나의 오브제 안에서 교차한다. 이 특별한 작품은 10월 12일까지 메종 바카라 서울에서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