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의 새 하이엔드 호텔
최근 문을 연 오리엔트 익스프레스 베네치아와 에어렐스 팔라디오 베니스는 오래된 도시의 시간을 오늘의 감각으로 깨운다.

아래쪽 1436년 지은 팔라초 도나 조반넬리를 복원한 호텔 외관. Courtesy of Orient Express
전설적 열차의 다음 목적지, 오리엔트 익스프레스 베네치아
베네치아의 유서 깊은 팔라초가 오리엔트 익스프레스 호텔로 새롭게 문을 열었다. 카나레조 지구의 두 운하, 리오 디 노알레와 리오 디 산타 포스카가 만나는 물길 옆에 자리한 ‘오리엔트 익스프레스 베네치아(Orient Express Venezia)’는 1436년에 지은 팔라초 도나 조반넬리(Palazzo Dona Giovannelli)를 복원한 호텔이다. 팔라초 두칼레를 떠올리게 하는 장식 모티브, 운하의 물빛을 따라 길게 이어지는 일곱 개의 고딕 양식 창, 15세기 파사드 등이 오랜 시간 쌓아온 존재감을 보여준다. 16세기에는 우르비노 공작에게 증여되었고, 1548년에는 공작의 아들과 비토리아 파르네세 공주의 결혼식이 열린 축하의 무대이기도 했던 공간은 이제 오리엔트 익스프레스의 새로운 목적지가 됐다.
8년에 걸친 복원은 건축가이자 인테리어 디자이너 알린 아스마르 다만(Aline Asmar d’Amman)이 이끌었다. 그는 19세기 건축가 조반니 바티스타 메두나(Giovanni Battista Meduna)가 디자인한 네오고딕 장식과 바로크적 디테일, 볼트 천장 아래 놓인 팔각형 계단 등을 고스란히 살리면서 오래된 팔라초를 현대적 호텔로 재구성했다. 16세기 안료의 이름과 베네치아의 시적 전통에서 영감받은 색채 팔레트 ‘콜로리 페르시(Colori Persi)’도 공간 곳곳에 반영했다. 오래된 프레스코화와 직물에서 길어 올린 듯한 깊고 바랜 색감은 커튼과 가구, 마감재에 적용되어 팔라초 특유의 시간감을 드러낸다. 피아노 노빌레의 역사적 살롱은 무아레 실크와 엠보싱 가죽, 천연석, 색조 거울, 프레스코화가 어우러진 공간으로 다시 태어났고, 비밀 정원과 로비를 잇는 칼레 메라빌리아에서는 베네치아의 문화 일정과 연계한 현대미술 작품이 순환 전시된다.
호텔은 총 47개의 객실과 스위트, 레지던스를 갖췄다. 그중에서도 6개의 시그너처 스위트는 팔라초가 품어온 시간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준다. 미네르바 여신에게 바쳐진 19세기 프레스코화와 신화적 비행 형상이 특징인 미네르바 스위트, 춤추는 케루브가 생기를 더하는 금빛 살롱의 이미지와 닮은 케루비니 스위트 등이 대표적이다. 프레스코화가 그려진 볼트 천장과 화려한 스투코 장식, 물결무늬 실크 벽면, 곳곳에 적용된 풍성한 벨벳과 다채로운 대리석 등에서 베네치아 특유의 미학과 장인정신을 엿볼 수 있다.

오른쪽 오리엔트 익스프레스 스위트. © Giulio Ghirardi
오리엔트 익스프레스 베네치아가 공들인 또 하나의 핵심은 다이닝으로, 미쉐린 3스타 셰프 하인츠 벡(Heinz Beck)이 호텔 전체의 다이닝 비전을 책임지고 있다. 과거 오랑주리였던 공간에는 20석 규모의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하인츠 벡 베네치아가 자리하는데, 석호와 지중해의 식재료를 바탕으로 방어와 애시 버터밀크, 완두콩, 소금 레몬, 붉은 새우와 당근, 석호 해조류 등 로컬의 맛을 정교하게 풀어낸 디너 메뉴를 선보인다. 올데이 다이닝 레스토랑 라 카사티는 전위적 귀족 여성 마르케사 루이사 카사티의 아방가르드한 감각에서 착안한 곳으로, 여름에는 300m² 규모의 프라이빗 가든도 함께 즐길 수 있다. 오리엔트 익스프레스 열차의 라운지 카를 떠올리게 하는 아르데코 무드의 왜건 바에서는 간단한 메뉴와 정교한 믹솔로지를 제공한다.
오리엔트 익스프레스 베네치아는 열차 여행의 신화를 호텔로 확장하는 흐름 속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파리와 이스탄불을 연결했던 전설적 노선에서 베네치아는 동서양을 잇는 극적인 관문이었다. 이곳은 귀족 저택의 역사와 열차 여행의 낭만, 베네치아 특유의 색채와 살롱 문화를 하나의 경험으로 엮어낸 호텔이다. 배를 타고 고딕 양식의 수문을 지나 도착하는 순간, 오리엔트 익스프레스만의 새로운 여정이 시작된다.
주데카 정원 속 새로운 메종, 에어렐스 팔라디오 베니스
베네치아 중심부의 번잡함에서 한 걸음 비켜나 있지만, 오랜 시간 이 도시의 귀족과 전 세계 예술가를 매료시켜온 주데카섬. 이곳에 프랑스 최상급 하이엔드 호텔 및 리조트 브랜드 에어렐스가 이탈리아에 처음 선보이는 메종 ‘에어렐스 팔라디오 베니스(Airelles Palladio Venice)’가 들어섰다. 약 1만m² 규모의 정원으로 둘러싸인 16세기 건축물 안에서 베네치아의 상징적 풍경과 고요한 휴식을 함께 누릴 수 있다.
에어렐스 팔라디오 베니스는 4개의 역사적 건축물을 복원해 완성한 호텔이다. 중심 건물인 팔라디오는 르네상스 건축의 거장 안드레아 팔라디오가 1561년 설계한 건물로, 고전적 비례와 절제된 균형미가 특징이다. 한때 젊은 귀족 여성들이 레이스 제작을 배우던 지텔레 인스티튜트로 사용됐으며, 이곳에서 만든 레이스는 루이 14세가 랭스 대관식에서 착용한 장식 깃으로 알려질 만큼 유명했다. 또 다른 축을 이루는 빌라 프롤로는 1677년부터 베네치아의 우아함을 간직해온 건축물이다. 귀족 아카데미이자 낭만적인 하숙집으로 쓰이며 카사노바와 엘레오노라 두세, 장 폴 사르트르, 앤젤리나 졸리 등 여러 시대의 인물을 맞이했다. 한때 귀족 미망인들의 피난처였던 콘벤티노는 침실 3개를 갖춘 프라이빗 빌라로 거듭났다. 여기에 팔각형 돔과 프레스코화를 품은 산타 마리아 델라 프레젠타치오네 교회까지 더해져 이곳만의 작은 문화 지형을 이룬다.

실내에는 베네치아의 장인정신과 동시대적 감각을 담아냈다. 손으로 그린 프레스코화, 루벨리와 포르투니의 패브릭, 앤티크 가구 등이 17개 객실과 28개 스위트, 프라이빗 빌라에 저마다 분위기를 더한다. 고요한 운하와 비밀 정원 사이에 자리한 객실에서는 석호와 베네치아의 지붕이 펼쳐지는 풍경을 마주할 수 있다. 대표적 객실은 산마르코 대성당과 두칼레 궁전을 바라보는 450m² 규모의 4베드룸 도제 스위트. 높은 천장과 벽면 프레스코화, 리빙 공간과 주방 등이 베네치아식 생활의 품격을 보여준다. 팔라디오 건물 안에 자리한 155~202m² 규모의 시그너처 스위트에는 리빙과 다이닝 공간, 간이 주방, 하맘 샤워 시설을 갖춘 욕실, 드레스 룸 등을 마련해 프라이빗 아파트먼트처럼 머물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이곳의 다이닝은 하나의 미식 여정에 가깝다. 세계적 셰프 4인이 에어렐스 팔라디오 베니스를 통해 처음으로 이 도시에서 각자의 미식 세계를 펼쳐 보인다. 노부(Nobu)가 이끄는 마쓰히사 바이 노부는 전통 일본 요리에 노부 특유의 창의성을 더해 시그너처 메뉴와 오마카세로 풀어내고, 뉴욕·도쿄·런던에 이어 이탈리아 최초의 abc 키친스 팔라디오를 선보이는 장 조르주 봉게리히텐(Jean-Georges Vongerichten)은 지중해의 풍미를 밝고 자유로운 방식으로 담아낸다. 미쉐린 3스타 셰프 노르베르트 니더코플러(Norbert Niederkofler)는 빌라 프롤로에서 쿡 더 라군을 통해 베네치아 석호와 로컬 생산자에 기반한 요리를 제안하며, 동시대 디저트의 즐거움을 대표하는 세드리크 그로레(Cedric Grolet)는 실제 과일과 꽃 형태를 재현한 시그너처 디저트에 이탈리아적 영감을 더해 새로운 디저트 경험을 선사한다.
주데카의 넓은 정원은 호텔의 또 다른 매력이다. 약 1만m² 규모의 녹지 안에 3개의 수영장과 키즈 클럽을 갖췄다. 전용 수영장이 딸린 프라이빗 빌라도 마련되어 있어 가족과 함께 머물거나 긴 휴식을 계획하는 이라면 한층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한편 3개 층, 1700m² 규모로 조성된 에어렐스 스파×겔랑은 호텔이 지향하는 격조 높은 휴식을 보여주는 공간이다. 베네치아 최대 웰니스 시설로 프라이빗 실내 수영장과 세레니티 가든, 요가 스튜디오, 하맘, 핀란드식 사우나, 일본식 이야시 돔 등을 갖췄다.
역사적 건축물과 정원, 세계적 셰프들이 이끄는 다이닝, 새로운 차원의 웰니스 공간이 조화를 이루는 에어렐스 팔라디오 베니스. 베네치아의 상징적 풍경을 마주하며 고요한 휴식과 정제된 여유를 누릴 수 있는 새로운 여행의 목적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