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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실의 새로운 문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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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머티리얼 큐레이션 브랜드 파르스가 선택한 4개의 하이엔드 욕실 브랜드로 읽는 공간과 생활의 변화.

안토니오루피 ‘듄(Dune)’ 욕조.
파르스 쇼룸의 안토니오루피 존.
파르스 쇼룸의 인바니 존.

욕실은 하루의 감각을 가장 섬세하게 정돈하는 공간이다. 아침에는 하루를 깨우고, 저녁에는 바깥에서 쌓인 긴장을 씻어낸다. 욕실에서 보내는 시간 자체가 중요해지면서 그 공간을 바라보는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단순히 씻고 단장하는 공간을 넘어 개인의 리듬과 취향을 담는 생활 영역으로 확장되는 것이다. 파르스가 전개하는 안토니오루피, 아가페, 판티니, 인바니 역시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오늘의 욕실을 해석한다. 조형과 소재, 건축적 질서, 물을 다루는 기술과 유연한 구성까지 각자 언어는 다르지만, 욕실을 기능만이 아닌 삶의 방식과 밀접한 공간으로 바라본다는 점에서 맞닿아 있다. 네 브랜드의 서로 다른 시선을 통해 오늘날 하이엔드 욕실이 중요시하는 가치도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이탈리아의 안토니오루피는 욕실의 조형적 가능성을 탐구한다. 욕조와 세면대는 물론 가구와 거울, 조명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바라보며 일상적 기능물을 때로는 조각에 가까운 오브제로 변화시킨다. 유리와 석재, 레진 계열 소재에 대한 실험과 섬세한 색채, 맞춤형 구성도 브랜드를 특징짓는 요소다. 물의 흐름과 빛 반사까지 디자인의 일부로 끌어들이며 욕실에 보다 풍부한 시각적·촉각적 층위를 더한다.
아가페는 욕실을 건축적인 관점에서 바라본다. 1973년부터 욕실을 건축과 생활 문화의 일부로 다뤄온 만큼 개별 제품의 존재감보다 전체의 비례와 동선, 재료의 관계를 중요하게 여긴다. 욕조와 세면대, 가구와 액세서리는 서로를 압도하지 않고 건축 안에서 자연스럽게 질서를 이루며, 특히 독립형 욕조는 하나의 설비를 넘어 중심을 형성하는 건축적 요소로 기능한다. 절제된 형태와 재료 본연의 표정을 살리는 태도, 유행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디자인은 시간이 지나도 유효한 욕실을 지향한다.

인바니 ‘엣지(Edge)’ 컬렉션.
아가페 ‘페트라(Petra)’ 컬렉션.
판티니 ‘노스트로모(Nostromo)’ 컬렉션.


판티니가 집중하는 것은 물과 사람이 만나는 방식이다. 1947년 이탈리아 북부 오르타 호숫가에서 시작된 브랜드는 물의 흐름을 중심에 두고 수전과 핸들 형태를 다채롭게 전개해왔다. 컬렉션마다 서로 다른 조형 언어를 보여주지만, 정교한 기술을 바탕으로 물을 사용하는 동작이 자연스럽고 아름답게 이어지도록 설계한다. 욕실의 작은 요소인 수전이 공간의 인상을 좌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판티니는 물이라는 본질적 요소와 디자인을 긴밀하게 아우르며 일상의 사용 경험에 고유한 리듬을 더한다.
스페인의 인바니는 하이엔드 욕실을 다양한 주거 환경에 유연하게 적용하는 데 강점을 보인다. 욕실 가구와 세면대, 욕조, 거울과 액세서리를 간결한 형태로 연결하는 한편 다양한 소재와 컬러, 크기와 모듈을 조합해 건축의 조건과 사용자의 취향에 맞춘 구성을 가능하게 한다. 조형성과 실용성의 균형, 세밀한 디테일과 높은 공간 적용성은 인바니의 핵심이다. 아름다움이 실제 사용성과 자연스럽게 공존해야 한다는 점에서 동시대 주거에서 요구되는 조건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네 브랜드를 함께 놓고 보면 하이엔드 욕실의 기준이 하나의 스타일로 수렴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선명해진다. 조각적인 욕조가 공간의 인상을 결정할 수도 있고, 물의 흐름을 섬세하게 다루는 수전이나 편안한 동선과 수납이 더 중요한 기준이 될 수도 있다. 파르스의 큐레이션은 이러한 차이를 하나의 취향으로 통일하기보다 각 브랜드가 지닌 강점을 건축과 사용자의 생활 방식에 맞도록 접목하는 데 초점을 둔다. 결국 욕실의 가치는 얼마나 많은 기능을 갖췄는가보다 그곳에서 반복되는 시간을 얼마나 편안하고 섬세하게 바꾸는가에 달려 있다. 그 지점에서 욕실은 집 안의 가장 사적인 웰니스 공간이 된다.

  • 에디터 손지수
  • 사진 파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