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미식 신의 새로운 주역, 변종인 | Nobles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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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미식 신의 새로운 주역, 변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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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곳곳의 무대에서 자신만의 속도로 더 나은 요리를 향해 나아가는 셰프, 변종인의 다음 챕터.

17세, 변종인 셰프가 처음 주방에 들어선 나이다. 서울 에빗에서 시작된 여정은 싱가포르 젠과 코펜하겐 노마를 거쳐, 이제 로스앤젤레스의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 솜니로 이어진다. 그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은 화려한 이력이나 거창한 목표가 아닌, 더 나은 요리사가 되기 위해 묵묵히 한 걸음씩 나아가는 꾸준함에 있다. 로스앤젤레스로 향하기 전 한국을 찾은 그를 만나, 세계가 기대하는 다음에 대해 물었다.

Q. 어릴 적부터 과학에 남다른 흥미가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요리는 왜 그토록 매력적인 세계였을까요?

과학은 단순히 공식을 외워 정답을 찾는 학문이 아니라, 어떤 현상이 왜 일어나는지 원리를 탐구하고 그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발견한 답을 뒷받침할 근거를 찾고, 이를 통해 다른 사람도 같은 결론에 도달하도록 설득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입니다. 저에게 요리도 다르지 않아요. 주방에서 내리는 모든 결정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고, 때로는 그 선택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예상하기 어려울 때도 있어요. 정해진 방법을 그대로 따르지 않고 직접 부딪치며 제 것으로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요리의 매력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저에게 요리란 말을 하지 않고도 저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매개체입니다.

노마에서 완성한 요리.
노마에서 완성한 요리.
노마에서 완성한 요리.

Q. 서울의 에빗에서는 수셰프로 성장했고, 싱가포르의 젠을 거쳐 코펜하겐의 노마에 합류했습니다. 서로 다른 문화와 철학을 가진 주방을 경험하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요? 어느 주방에서 일하든 변하지 않았던 자신만의 원칙도 있나요?

에빗에서는 찬란한 꿈을 품고 마무리했어요. 젠에서는 따뜻한 대접에 대해 배웠습니다. 지금까지 일한 레스토랑 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맛의 밸런스를 가진 곳이기도 해요. 무엇보다 환대가 정말 자연스럽고 편안한 곳이었어요. 직원들도 공간에 대해 많이 공부합니다. 테이블과 의자 브랜드부터 커틀러리, 벽에 걸린 사진의 작가까지 주방 사람들 모두가 알고 있어요. 손님이 질문을 하면 언제든 답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는 거죠. 노마에서는 요리의 완성도를 높이고 다양한 문화를 경험했습니다. 교토와 LA, 코펜하겐을 함께 다니며 시야가 정말 넓어졌어요. 요리의 재료가 될 거라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까지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었죠.

젠의 총괄 셰프님과 함께 주방에서 요리하는 변종인.

Q. 젠에서의 시간을 마무리하고 세계적인 레스토랑 노마로 향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8년 전 요리를 시작했을 때 제 꿈은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젠에서 근무한 지 9개월 만에 레스토랑이 3스타를 받았습니다. 업계에 발을 들인 지 불과 3년 만에 꿈을 이룬 동시에, 한편으로는 더 이상 그 꿈이 남아 있지 않게 된 셈이죠. 그 이후에는 늘 하던 일을 계속해 왔어요. 그렇게 2년 6개월을 보내고 나니 새로운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새로운 도전에 대한 갈망이 저를 노마를 이끌었던 것 같습니다.

에빗에서 완성한 요리.

Q. 해외의 유명 레스토랑에서 일한다는 것은 화려한 타이틀 이면에 반복적인 훈련과 치열한 경쟁이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일한 주방 가운데 자신을 가장 단단하게 만든 곳은 어디인가요?

에빗이요. 첫걸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저는 요리사들 사이에 치열한 경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누구와도 자신을 비교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한 레스토랑이 미쉐린 스타를 받는다고 해서 다른 레스토랑이 받을 수 없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 고용됐다고 해서 다른 사람이 고용될 기회를 잃는 것도 아니니까요. 그저 매일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다 보면 몇 년 후 돌아봤을 때 스스로 많이 성장해 있다는 걸 느낀다면 잘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Q. 요리를 하면서 늘 지니고 다니거나 특별한 의미를 두는 애장품이 있을까요?

일할 때 신는 닥터마틴 신발이요. 싱가포르 젠에서는 요리사들에게 주방에서 무조건 이 신발을 신게 했어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이 신발을 신고 주방에서 일하는 게 습관이 되었습니다. 사실 오래 서 있는 주방에서 신고 일하기에는 불편한 점이 많은 신발인데요. 그 불편함이 저를 긴장시켜요. 그리고 그 긴장감이 요리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들죠. 비즈니스맨들에게 셔츠와 같은 존재가 아닐까 싶네요.

Q. 신맛과 매운맛을 좋아한다고 했습니다. 두 가지 맛에 특히 끌리는 이유가 있나요? 개인적인 취향은 요리에 어떻게 반영되나요?

저는 먹다 보면 물리는 맛을 싫어해요. 계속 똑같은 맛이 이어지는 것도 마찬가지고요. 같은 접시를 먹더라도 매 순간 조금씩 다른 변화가 느껴졌으면 합니다. 신맛과 매운맛은 음식의 흐름을 끊어주고 다시 입맛을 돋우는 맛이라고 생각해요. 요리를 구상할 때는 향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우리가 느끼는 맛의 종류는 대여섯 가지 정도지만 향은 정말 다양하잖아요. 노래를 들으면 지난날의 기억이 떠오르듯 향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특정한 향이 어떤 순간을 떠올리게 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젠에서 근무하는 변종인.

Q.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레스토랑에서 일하며 새로운 기술과 트렌드를 접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꼭 만들어보고 싶은, 지금까지의 경험과는 다른 요리가 있나요?

한 가지 재료만으로 만든 요리로 코스를 구성해보고 싶어요. 콩 하나로도 두부와 유바를 만들 수 있고, 스페인의 분자 요리에서는 폼을 만드는 데 활용하기도 하죠. 말리면 파우더가 될 수도 있고, 간장에 졸여 소금처럼 활용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하나의 재료가 가진 다양한 가능성을 활용해 하나의 요리를 구성해 보고 싶습니다.

Q. 셰프의 하루는 대체로 주방의 리듬에 맞춰 움직입니다. 쉬는 날에는 주로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나요?

아침에 꼭 무언가를 하려고 해요. 러닝을 하거나 여유롭게 커피를 즐기기도 합니다. 예전에는 쉬는 날이면 오후 4시까지 자기도 했는데 생활 리듬이 무너지면 다음 주 출근에도 영향을 주더라고요. 그래서 쉬는 날에도 일하는 날의 리듬에 맞춰 아침 시간을 부지런히 활용하려고 하죠.

출처: Playa / 양재훈 작가

Q. 세계적인 레스토랑에서 일하다 보면 성취감만큼이나 외로움과 압박감도 클 것 같습니다. 스스로 한계에 부딪혔을 때 마음을 다잡는 방법이나, 지금까지 요리를 계속할 수 있게 해준 원동력이 있나요?

저처럼 젊은 셰프들뿐 아니라 모든 셰프가 비슷한 감정을 느낄 거라고 생각해요. 정상에 오른 셰프라고 해도 외롭지 않을 수 없고 압박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요. 저는 힘들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복잡하게 생각하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주방에서는 그냥 계속 하자는 생각밖에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온지음 레스토랑의 해삼증.

Q. 최근 한국에 머무는 동안 인상 깊게 방문한 레스토랑이 있나요?

온지음입니다. 한국의 식재료와 음식 문화를 가장 깊이 있게 경험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해외 셰프들이 한국을 온다면 꼭 방문하라고 추천하는 레스토랑입니다.

노마 단체 사진.

Q. 셰프님이 생각하는 좋은 요리는 무엇인가요?

좋은 요리는 누군가를 생각하며 만든 요리라고 생각해요. 오로지 요리를 먹을 이의 취향에 집중하죠. 입맛을 맞추기 위해 재료를 고르고 조리법을 결정하겠죠. 그리고 굳이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요리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바가 전달된다면 그 요리는 좋은 요리를 넘어 훌륭한 요리가 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