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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누 도쿄에서 마주한 열 명의 게스트

LIFESTYLE

호텔 곳곳에 스며든 장 줄리앙의 유쾌한 상상, 전시 <더 게스트(The GUESTS)>가 펼쳐진 자누 도쿄를 다녀왔다.

자누 도쿄와 장 줄리앙이 협업해 선보이는 전시 <더 게스트> 현장.
자누 도쿄와 장 줄리앙이 협업해 선보이는 전시 <더 게스트> 현장.
자누 도쿄와 장 줄리앙이 협업해 선보이는 전시 <더 게스트> 현장.
자누 도쿄와 장 줄리앙이 협업해 선보이는 전시 <더 게스트> 현장.
자누 도쿄와 장 줄리앙이 협업해 선보이는 전시 <더 게스트> 현장.
자누 도쿄와 장 줄리앙이 협업해 선보이는 전시 <더 게스트> 현장.
자누 파티세리의 <더 게스트> 협업 쿠키.

도쿄 아자부다이 힐스에 자리한 자누 도쿄에 들어서자 예상치 못한 인물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느긋하게 손을 흔들며 금방이라도 말을 걸어올 듯한 모습의 주인공은 프랑스 아티스트 장 줄리앙(Jean Jullien)의 ‘페이퍼 피플(Paper People)’. 자누 도쿄가 2026년 7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 선보이는 전시 <더 게스트(The GUESTS)>를 위해 호텔을 찾은 열 명의 손님이다. 실제 사람 크기로 제작된 캐릭터들은 한곳에 모여 있지 않다. 로비와 다이닝, 웰니스 공간 등 호텔 곳곳에 흩어져 있어 공간을 이동할 때마다 뜻밖의 장면으로 등장한다. 4층 로비에서는 도쿄 타워가 보이는 창 밖의 풍경을 감상하고, 수영장 옆에서는 여유롭게 휴식을 취한다. 정해진 동선을 따라 작품을 감상하기보다 호텔 안을 오가는 과정에서 우연히 마주하게 된다는 점이 이번 전시의 재미다. 열 점 가운데 아홉 점은 공용 공간에, 나머지 한 점은 투숙객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에 마련됐다.

‘자누 스위트룸’.
‘자누 스위트룸’.
자누 도쿄의 웰니스 공간.
자누 도쿄의 웰니스 공간.
애프터눈티를 즐길 수 있는 ‘자누 라운지’.
이탈리안 레스토랑 ‘자누 메르카토’.
‘게스트 위드 장 줄리앙’ 숙박 패키지에 포함된 코스 디너를 만날 수 있는 ‘자누 그릴’.

작품을 따라 호텔 곳곳을 둘러보다 보면 자누 도쿄가 지향하는 공간의 성격도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산스크리트어로 ‘영혼’을 뜻하는 자누는 호텔·리조트 그룹 아만이 2020년 공개한 첫 자매 브랜드로, 아만이 정제된 휴식과 프라이버시에 집중한다면 자누는 사람 간의 교류와 웰니스, 문화적 경험에 좀 더 무게를 둔다.
브랜드 최초의 호텔인 자누 도쿄는 2024년 3월 아자부다이 힐스에 문을 열었다. 약 4000㎡ 규모의 웰니스 시설을 비롯해 이탤리언 레스토랑과 오마카세, 바, 파티세리 등 다양한 다이닝 공간을 갖췄다. 휴식과 운동, 미식과 예술이 하나의 장소 안에서 이어지고, 그 과정에서 사람들이 교류하도록 구성한 점이 인상적이다. 호텔을 배경으로 삼은 ‘더 게스트’ 역시 이러한 자누의 분위기와 무리 없이 어우러진다.
전시 기간에는 ‘게스트 위드 장 줄리앙(Guests With Jean Jullien)’ 숙박 패키지도 운영한다. 2박 일정에 아티스트가 준비한 서프라이즈 기프트와 ‘자누 파티세리’의 협업 쿠키, ‘자누 그릴’에서 제공하는 전시 테마의 계절 멀티 코스 디너가 포함된다.
호텔을 둘러보는 동안 작품과 공간의 경계는 점차 흐려진다. 작품을 보기 위해 전시장으로 향하는 대신 로비를 오가고, 식사를 하고, 휴식을 취하는 일상적인 동선 안에서 장 줄리앙의 인물들과 마주한다. 자누 도쿄를 잠시 찾은 열 명의 게스트는 그렇게 호텔에서 보내는 시간에 가벼운 유머와 발견의 즐거움을 더한다.

로비에 설치된 ‘페이퍼 피플’과 장 줄리앙.

Interview
with Jean Jullien

자누 도쿄에서 전시를 선보이게 된 소감과 호텔이라는 공간에서 작품을 소개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 점은 무엇인가. 호텔에서 전시할 때 흥미로운 과제 중 하나는 작품을 마주하는 모든 사람이 반드시 작품에 관심을 갖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작품을 발견하고 반가워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거의 알아채지 못한 채 지나치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작품이 사람들의 경험을 방해하거나 과도하게 존재감을 드러내기보다 조용하고 기분 좋은 뜻밖의 발견처럼 다가가기를 바랐고, 그 균형을 찾는 것이 중요했다.

<더 게스트(The GUESTS)>를 위해 제작한 열 명의 페이퍼 피플은 각각 어떤 모습과 상황으로 구상했는가. 캐릭터마다 서로 다른 성격이나 이야기를 부여했는지, 또 각 작품의 설치 장소는 어떤 기준으로 정했는지 궁금하다. 각 공간에 맞춰 캐릭터를 만들었다. 호텔이라는 배경에 어울리면서도 재미있게 느껴질 만한 행동과 자세를 먼저 스케치했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바에 홀로 앉아 있는 인물, 로비에서 여행 가방을 든 채 기다리는 인물, 창밖을 바라보는 인물 같은 식이다. 그 다음에는 작품들이 한곳에 몰리지 않도록 전시의 흐름과 간격을 고려해 장소를 정했다. 투숙객들이 호텔에 머무는 동안 이곳저곳에서 캐릭터를 하나씩 우연히 발견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열 명의 페이퍼 피플 가운데 호텔에서 시간을 보내는 자신의 모습과 가장 닮았다고 느끼는 캐릭터는 누구인가. 수영장에 있는 파란색 캐릭터! 평소에는 수영장에 거의 가지 않지만, 호텔에 묵을 때면 수영장에서 시간을 보내는 걸 정말 좋아한다. 편안하고 행복하게 쉬고 있는 이 페이퍼 피플은 바로 나의 모습이다.

이번 전시는 투숙객들이 호텔 안을 이동하고 공간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작품과 마주치도록 구성되어 있다. 일상의 순간에 작품을 발견하는 경험이 관람 방식에 어떤 영향을 주기를 바랐나. 호텔에 머물 때 좋은 점 중 하나는 주변 환경과 그곳에 있는 사람들에게 점차 익숙해진다는 것이다. 직원이든 다른 투숙객이든, 호텔을 오가다 몇 번 마주친 사람을 다시 만나면 반갑게 느껴지기도 한다. 내 캐릭터들도 그런 존재가 되기를 바랐다. 호텔에 머무는 동안 복도 모퉁이나 공간 곳곳에서 다시 보게 되면 반가운, 또 다른 투숙객처럼 느껴졌으면 했다.

그 연장선에서 방문객들이 페이퍼 피플을 발견했을 때 어떤 행동이나 반응을 보일 것으로 기대하는가. 이미 사랑스러운 장면을 많이 목격했다. 보라색 캐릭터 옆에 앉아 바를 즐기는 사람도 있었고, 벽 뒤에서 얼굴을 내미는 아이 같은 캐릭터의 동작을 따라 하는 사람도 있었다. 또, 창밖을 바라보는 캐릭터 옆에 나란히 서서 뒷모습을 촬영하거나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는 캐릭터 곁에 앉아 사진을 찍기도 한다. 요즘은 사진을 찍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사람들이 캐릭터와 함께 장면을 연기하듯 행동하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평소라면 그런 행동을 하지 않을 사람들까지 장난스럽고 유쾌한 태도를 보이게 된다는 점이 가장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