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지속가능한 여행
오늘날 하이엔드 여행에서 지속가능성은 더 이상 부가적 가치가 아니다. 얼마나 화려한가가 아니라 무엇을 지키고 남기는가로 평가된다.
최근 몇 년간 꾸준히 이어온 리조트의 지속가능성은 2026년 하이엔드 여행의 핵심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이제 친환경은 더 이상 ‘좋은 의도’나 ‘장식적 메시지’로만 성립되지 않는다. 최근의 흐름은 명확하다. 자연 훼손을 최소화하는 단계에 머무르기보다는 주변 환경과 지역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연결성을 형성하는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적 위상을 지닌 하이엔드 리조트들은 이를 각자 언어로 구현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자연을 단순한 풍경이 아닌, 지켜야 할 생태계로 인식하는 태도에서 시작된다. 자연 보전은 더 이상 리조트 내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항목에 머물지 않고 경험의 중심으로 전면화되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포시즌스 리조트 보라 보라다. 이 리조트는 해양 보전 전문 기관 와이즈오션스(WiseOceans)와 함께 내부 산호 라군 약 5000m² 규모의 복원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산호 가드닝과 리프 구조물 조성을 통해 생물다양성을 높이는 방식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투숙객은 단순한 방문을 넘어 해양 교육과 보전 활동을 통해 바다를 이해하는 참여자로 전환된다. 해변과 라군을 보유한 리조트가 아니라 해양 생태계를 함께 관리하는 공간에 머문다는 인식이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셈이다. 인도양을 거점으로 한 콘스탄스 호텔 앤 리조트도 이와 유사한 접근 방식을 취한다. 그룹은 2013년부터 그린 글로브(Green Globe) 인증 체계 아래 운영을 고도화해왔으며, 지난해에는 프로그램 최상위 등급을 획득했다. 특히 세이셸의 콘스탄스 에펠리아는 2025년 ‘서스테이너블 셰이셸 플래티넘 어워드(Sustainable Seychelles Platinum Award)’를 최초로 수상하며 지역 차원의 지속가능 관광 기준에서도 성과를 인정받았다. 자연 보전을 ‘교육 가능한 경험’으로 번역해 맹그로브 보전과 거북 보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활동으로 확장한 점도 인상적이다. 한편 뉴질랜드에서는 로지형 5성급 리조트를 중심으로 희귀 조류 보호와 생태 회복을 아우르는 체류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로즈우드 케이프 키드네퍼스는 케이프 생태 보전 구역 ‘케이프 생추어리(Cape Sanctuary)’와 연계해 황량했던 언덕이 숲으로 회복되는 과정을 보여주며 자연을 ‘되살아나는 시간’으로 경험하도록 설계했다. 지속가능성을 ‘캠페인’이 아닌 운영 표준으로 구축하는 방식 또
지속가능성을 ‘캠페인’이 아닌 운영 표준으로 구축하는 방식 또한 중요한 흐름이다.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 그룹은 지난해 공개한 연례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통해 포트폴리오 전반에서 일회용 플라스틱을 99% 제거한 성과를 핵심 지표로 제시했다. LRQA(로이드 인증원) 검증을 바탕으로 한 책임 조달, WWF(세계자연기금) 가이드라인에 따른 수산물 조달 원칙, AI 기반 음식물 폐기물 관리 시스템 ‘위나우(Winnow)’ 도입까지 지속가능성이 별도 목표가 아니라 성장과 운영 방식 그 자체임을 분명히 한다. 여기에 파티나 몰디브는 태양광 설비 확장을 통해 주간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며 에너지 구조 혁신을 추진 중이며, 인근에 위치한 리츠칼튼 몰디브 역시 오션 빌라를 중심으로 운영 에너지 전환을 강화하는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이처럼 지속가능성은 이제 보이는 활동을 넘어 운영 구조에 전면 적용되는 진취적 발전을 위한 핵심 지표가 되고 있다.
리조트가 위치한 지역의 문화적·사회적 정체성을 보전하려는 노력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카펠라는 이러한 관점을 ‘문화 큐레이션’으로 풀어내는 브랜드다. 카펠라 싱가포르는 공식 문화 프로그램 ‘카펠라 큐레이츠(Capella Curates)’를 통해 로컬 장인과 함께하는 워크숍, 전통 기술을 소개하는 체험형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지역 고유의 공예적 감각을 자연스럽게 연결한다. 특히 카펠라 시드니에서 전개하는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Artist in Residence)’ 프로그램은 지역 환경에서 영감받은 작품 제작과 함께 투숙객이 참여하는 워크숍 ‘위빙 더 와일드(Weaving the Wild)’를 통해 창작 과정과 지역 감각을 체류 경험으로 확장한다. 이는 단순히 문화 이벤트가 아닌, 지역의 재료·기술·정서를 리조트 경험의 중심 언어로 번역하는 방식에 가깝다.
오늘날 하이엔드 리조트의 지속가능성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자연을 회복하는 체류 방식, 운영으로 책임을 증명하는 시스템, 그리고 지역의 문화와 감각을 존중하는 태도까지. 하이엔드 트래블의 정의는 더 이상 얼마나 화려한 공간에 머무는가가 아니라 여행이 남긴 경험과 가치로 규정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