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올라 나보네와 박스터
한국을 찾은 디자이너 파올라 나보네를 만나 박스터와 오랜 시간 이어온 협업, 가죽의 가능성, 그리고 가구와 디자인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 물었다.

2002년부터 박스터와 협업해온 디자이너 파올라 나보네(Paola Navone)는 지금의 박스터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건축가이자 인테리어·제품 디자이너, 아트 디렉터로서 밀라노 기반의 디자인 스튜디오 ‘오토(OTTO)’를 이끄는 그는 여행과 수집, 서로 다른 문화의 혼합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자유로운 미감을 구축해왔다. 박스터와의 작업에서는 클래식하고 단단한 인상의 가죽 가구를 보다 유연하고 관능적인 대상으로 재해석해 브랜드에 동시대적 감각을 불어넣었다. 그런 그가 국내에서 유일하게 박스터를 공식 전개하는 에이스에비뉴 서울점을 처음 찾았다. 그곳에서 박스터와 나보네가 쌓아온 긴 인연을 되짚었다.
협업을 시작할 당시 박스터라는 브랜드에서 어떤 가능성이나 변화의 여지를 발견했는지 궁금하다. 솔직히 처음 박스터를 만났을 때는 함께 일할 가능성을 찾지 못했다. 당시 박스터는 클래식하면서 오래된 스타일의 가구를 만들었고 가죽의 질감도 매우 단단했는데, 그 결과물이 대체로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박스터는 내게 지속적으로 협업을 요청했고, 결국 ‘한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처음 선보인 제품은 거의 팔리지 않았다. 그런데 이듬해 컬렉션부터 반응이 나타났다. 이후 24년 동안 매년 조금씩, 때로는 크게 성장했다. 그 과정에서 나는 박스터가 가죽을 보다 실험적으로 다루면서 더 현대적이고 부드러우며 편안한 가구를 만들 수 있도록 제안해왔다.
박스터와의 협업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함께 일하는 회사 중 가죽을 중심으로 작업하는 거의 유일한 브랜드라는 점에서 박스터와의 협업은 매우 중요하다. 박스터는 디자인뿐 아니라 가죽을 처리하고 염색하는 방식에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무엇보다 이곳 장인들의 솜씨가 뛰어나다. 전문적인 데다 자신의 일을 사랑하며 도전을 즐긴다. 가끔 불가능해 보이는 조건을 제시해도 그들은 새롭게 시도함으로써 좋은 결과를 낼 때가 많다. 사실 나는 특유의 경직된 느낌 때문에 가죽 가구를 선호하지 않았다. 하지만 박스터와 작업하면서 전혀 다른 가능성을 탐구할 수 있었다. 같은 소재를 사용하면서도 편안하고 부드러운, 마치 코쿤 같은 감각을 자아내는 것. 이는 기존 가죽 가구와는 다른 결의 생활 방식을 사람들에게 경험하게 하는 일이었고, 이는 박스터와 내가 함께 발전시켜온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편안함을 고려할 때, 미적 아름다움과 신체적 경험 중 무엇을 우선시하는가?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미적인 부분이다. 박스터와 처음 논의하는 내용도 형태와 느낌에 관한 것이다. 다만 동시에 편안함이 반드시 따라와야 한다. 편안함은 단순히 종이 위에서 디자인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먼저 형태를 디자인하고, 장인과 공장에 원하는 방향을 전달한다. 첫 번째 프로토타입이 완성되면 직접 앉아보고, 만져보고, 느껴보며 세부 사항을 조정한다. 그리고 만족스러울 때까지 이 과정을 반복한다. 많은 에너지와 비용이 드는 일이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다.
가구는 기능적 대상인 동시에 공간의 분위기나 감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디자인할 때 이러한 요소를 어떻게 고려하는가? 결국 중요한 점은, 가구를 어떤 존재로 바라보는가다. 나는 내 디자인이 기능과 함께 일종의 감정과 친근함을 지니길 바란다. 누군가 내 가구가 놓인 공간에 들어섰을 때, 차가움이 아닌 자연스럽고 편안한 분위기를 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빠르게 변하는 오늘날 가구 산업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사람들이 변하고 있기에 그에 따라 산업도 변화하는 것이 당연하다. 젊은 세대는 이전 세대가 열광하던 것에 반드시 같은 방식으로 반응하지 않으며, 이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예를 들어 나는 요즘 사람들이 기술을 시적으로 다루는 방식이 흥미롭다. 기술에 익숙한 젊은 세대는 그것을 활용해 다양한 것을 만들어내고, 그 변화는 무척 인상 깊다. 가구 산업에서도 여러 발전이 이루어지는 동시에 여전히 클래식한 것을 완벽하게 생산하는 회사도 있다. 결국 시장에는 각자 자리가 있고, 그 안에서 서로 다른 방식의 디자인이 공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