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대 예술의 새로운 언어
동시대 예술은 더 이상 캔버스 위의 이미지에 머무르지 않는다. 개인의 기억과 감정을 회화로 풀어내고, 디지털 기술로 사라진 생태계를 재현하며, 버려지거나 잊힌 사물에 새로운 역할을 부여하기도 한다. 올가을 세계 곳곳에서 열리는 세 전시는 각기 다른 매체를 통해 우리가 쉽게 지나치는 것들을 다시 살펴보게 한다. 친밀함과 소외, 자연에 대한 기억, 사물의 움직임을 다루는 세 작가의 작업에서 오늘날 예술이 사용하는 새로운 언어를 발견해보자.
SOMEONE LIKE YOU
파키스탄 라호르에서 태어나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살만 투르(Salman Toor)가 런던 코톨드 갤러리에서 유럽 첫 미술관 개인전 ‘Someone Like You’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는 2019년 이후 제작한 회화 19점이 소개된다. 작가는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거나 연인과 함께하는 순간, 홀로 남겨진 인물의 모습을 통해 사랑과 우정, 외로움과 소속감 등 현대인의 복잡한 감정을 그려낸다.
투르의 작품 속 인물들은 작가 자신의 경험과 기억에서 출발한 가상의 인물들이다. 특히 퀴어와 이민자로서 서로 다른 문화 사이에 살아가는 이들의 일상에 주목하며 누군가와 가까워지고 싶은 욕망과 타인의 시선에 노출되는 불안감을 함께 다룬다. 〈The Bar on East 13th〉(2019)에서는 마네의 〈폴리 베르제르의 바〉를 현대 뉴욕의 퀴어 바 풍경으로 재구성해 고독과 소외라는 감정을 새롭게 풀어낸다. 전시장에서는 회화뿐 아니라 작가의 드로잉도 별도로 만나볼 수 있다.
장소 The Courtauld Gallery
기간 2026년 10월 2일 ~ 2027년 1월 10일
WETLAND
덴마크 출신 미디어 아티스트 야콥 쿠즈크 스틴센(Jakob Kudsk Steensen)은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서 디지털 아트 전시 ‘Wetland’를 선보인다. 전시의 중심에는 베를린의 사라진 습지를 가상의 자연환경으로 재구성한 작품 〈Berl-Berl〉이 있다. ‘Berl-Berl’은 베를린이라는 지명의 어원이 된 슬라브어의 ‘늪’을 뜻하는 단어에서 가져온 이름이다. 도시 개발로 모습을 감춘 습지의 역사를 되짚으며 오늘날에도 남아 있는 생태계의 흔적을 디지털 공간에 되살린다.
작가는 베를린에 남아 있는 습지를 직접 조사하고, 자연사박물관과 협력해 식물과 동물, 암석 등의 자료를 수집했다. 여기에 슬라브 지역의 신화와 민속 음악, 음악가 아르카(Arca)의 목소리를 결합해 시각과 청각으로 경험하는 가상의 습지를 구현했다. 3D 스캐닝과 게임 엔진 기술로 완성한 풍경은 고정된 영상이 아니라 실시간으로 변화한다. 기술을 통해 사라져가는 자연을 기록하는 동시에 인간이 자연과 관계 맺는 또 다른 가능성을 제안한다
장소 The Museum of Modern Art
기간 2026년 10월 12일 ~ 2027년 3월 7일
IN CONCERT
일본 아티스트 모리 유코(Yuko Mohri)는 런던 바비칸 센터의 ‘더 커브(The Curve)’에서 물과 공기의 흐름에 반응해 사물이 움직이고 소리를 내는 키네틱 설치 작품을 선보인다. 이번 개인전 ‘In Concert’는 바비칸 건물에서 수집한 물건들을 활용해 전시 공간의 특성에 맞춰 새롭게 제작한 작업이다. 작가는 일상적인 물건과 전기 장치를 조합하고, 자력과 습도, 공기, 물, 중력 등 주변 환경의 변화를 작품의 움직임으로 연결한다.
작품은 정해진 동작을 반복하는 대신 전시장의 환경에 따라 서로 다른 소리와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특히 바비칸 주차장에서 수집한 물건들도 작업에 활용해 건물의 일상적인 공간을 작품의 일부로 끌어들였다. 작가는 이러한 방식을 통해 사물의 기존 용도를 벗어난 활용법을 보여주는 동시에 변화와 재생이라는 주제를 다룬다. 평범한 사물도 예술 작품이 될 수 있다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장소 Barbican Centre, The Curve
기간 2026년 10월 1일 ~ 2027년 1월 24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