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불가한 자연에서 떠오른 영감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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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6-01

대체불가한 자연에서 떠오른 영감

이나연 제주도립미술관 신임관장이 말하는 제주가 가진 예술의 특별함.

제주도립미술관 전시장 전경.





1982년생인 이나연 관장은 ‘최연소 여성 관장’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제주 지역의 예술 발전을 위해 그동안 이곳에서 많은 활동을 펼친 그녀가 이끌 제주도립미술관이 사뭇 기대된다. 사진 이현정

쾌청한 날 제주는 그 자체로 예술이다.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 나고 자란 사람은 도로 양옆으로 펼쳐진 제주의 드넓은 초원과 나무, 산 그리고 하늘에서 힐링을 얻는다. 그 때문일까. 유독 제주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의 작업은 자연을 모티브로 하는 경우가 많다.
이나연 제주도립미술관 신임 관장은 그동안 제주에서 다양한 예술 활동을 펼쳐왔다. ‘켈파트프레스’라는 작은 독립 출판사를 세우고 <씨위드(Seaweed)>라는 문화 예술 잡지를 창간했으며 <생활예술 유람기 New York>, <미술 여행: 지금 국경을 넘어야 할 특별한 이유>, <입도조> 등 다양한 저서를 출판했다. 앞서 언급한 책들만 봐도 그녀가 단순히 제주의 예술만 파고드는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런 그녀에게 과연 ‘제주 예술’의 특징은 무엇인지 물었다. “제주의 예술은 자연인 것 같아요. 마음먹고 자연을 즐기러 제주에 오시는 분이 많죠. 당연히 미술관보다는 자연을 보러 가시기도 하고요. 그래서 이곳 미술관의 경쟁 상대는 자연이에요. 날씨가 좋으면 관람객을 산과 바다에 뺏기죠. 비가 오는 날이면 관람객이 증가하기도 하고요. 아무래도 비 오는 날 가기 좋은 곳으로 제주의 미술관을 추천하거나 떠올리게 되는 것 같아요. 자연과 문화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여행이 가능한 곳입니다. 그래서 내부의 시선으로도 ‘제주의 예술은 자연이 맞다’에 한 표를 던질게요.”
제주에 터를 잡고 작업하는 작가들을 떠올려보자. 언뜻 스치는 몇몇 이름이 있을 것이다. 제주에서 나고 자라 활동하는 강요배 화백을 필두로 제주로 이주한 김보희 작가, 이왈종 작가도 있다. 이나연 관장의 이야기를 뒷받침하듯 이들이 그리는 주요 소재 중 하나는 ‘제주의 자연’이다.
강요배 화백은 일상의 풍경을 눈과 마음에 담고 그 순간을 떠올려 화폭으로 옮긴 추상화를 선보인다. 물론 그의 대표작은 제주가 겪어온 사건, 특히 제주4·3사건을 담은 역사 그림이지만 기본적으로 그의 화폭은 제주의 풍경 그 자체다. 김보희 작가는 2000년대 중반 제주로 내려와 이곳을 영감의 터전으로 삼았다. 수평선과 키 큰 야자수, 색색의 꽃나무 등 작품에 주로 등장하는 소재는 그녀의 눈길이 닿는 주변 풍경이다. 이왈종 작가는 1990년 제주의 풍경에 매료돼 서귀포에 자리 잡았다. ‘중도의 철학’에 기반을 두고 자연의 원생적 아름다움을 회화와 입체의 조형 언어로 풀어내왔다. 이나연 관장은 “2010년 전후로 제주에 많은 젊은 작가가 이주했어요. 그러면서 제주에서 나고 자라 활동하는 작가들을 소개하는 자리도 마련하기 시작했죠. 아직 누구를 콕 집어 눈여겨봐달라 얘기하긴 어렵지만, 조만간 제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떠오르는’ 젊은 작가가 주목받지 않을까요?”라며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제주 예술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제주도립미술관의 건축적 특징을 꼽으라면 단연 정문 앞 얕은 연못이다. 맑은 날엔 그곳에 푸른 하늘과 건물이 비쳐 더욱 아름다운 경관을 선사한다.





제주도립미술관 정문 앞에 펼쳐진 광장.

코로나19 확산으로 해외여행이 막힌 지금, 제주는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여행지다. 미술계에서도 제주의 독립적 예술 행보에 관심을 보이고, 그중 제주도립미술관의 역할이 핵심적이다. 제주국제공항이 있는 신제주에서 차로 고작 15분가량 떨어진 한라산 넘어가는 길 초입 숲에 둘러싸인 미술관이라는 점에서 특히 자연 친화적이다. 2009년 오픈해 이제 그 역사가 12년 남짓이지만, 그럼에도 제주 미술사를 정립하기 위해 제주 작가의 작품 수집에 주력하며 확고한 정체성을 뿌리내렸다. 그곳에서 이나연 관장은 새로운 관장, 또 최연소 관장으로서 미술관의 시스템을 안정시키고 제주 미술사를 탄탄히 다지는 데 주력하고 싶다고 했다.
“아무래도 최연소 관장, 젊은 관장이다 보니 혁신이나 변화를 요구하시는데, 제주에는 미술 전문 인력과 공간 인프라가 수도권보다 현저히 부족해 도립 미술관이 ‘전문 기관’으로서 반드시 해야 하는 역할이 있다고 생각해요. 짧은 임기 중에 성과를 내려고 서두르기보다는 시간을 들여 미술관을 정비하는 일이 중요하죠. 굳이 미술관이 아니더라도 제주에서 앞으로 할 일이 많아 그 초석을 다지고 싶어요.” 이나연 관장은 미술관의 역할에 대해, ‘과연 무엇이 사랑받는 미술관을 만들까’에 대해 지역 미술인, 도민과 함께 고민하고 그걸 실현해나가고 싶다고 했다.
제주에는 현재 등록된 박물관과 미술관이 81개에 달한다. 그중 공립 미술관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편이지만, 그럼에도 다른 지역의 공립 미술관과 마찬가지로 인력과 예산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나연 관장은 질 좋은 전시를 도민에게 소개하고 문화 향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라도 이 점을 꼭 개선해야 한다고 본다. 더불어 각자의 자리에서 질문하고 해답을 찾아가는 ‘대안 공간’의 출현에도 반가움을 표했다. “사실 순수하게 미술을 전시하는 대안 공간이 많지는 않아요. 마을에서 지역민과 함께 지역성에 대해 질문하며 전시를 만들어가는 문화공간 ‘양’이나 생태 미술에 주력하는 ‘비오톱’, 젊은 작가를 소개하기 위해 만든 ‘새탕라움’과 등이 눈에 띄죠. 제주의 특성에 맞춰 잘 살아남는 공간이 후에 제주의 문화적 특성을 대변하겠죠?”라는 그녀의 설명처럼 제주는 예술계의 관점에서 아직 맞춰갈 퍼즐이 많이 남은 지역이다. “예술적 영감을 꼭 예술 공간에서 얻어야 하는 건 아니니까요. 자연에서 풍부한 영감을 얻은 후 주변에 흥미로운 전시가 열리는 멋진 문화 공간이 있다는 점을 기억했으면 좋겠네요.”

 

에디터 정송(song@noblesse.com)
사진 제공 제주도립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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