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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1-26

모노하를 묻다

모노하를 이끈 대표 작가 중 한 명인 키시오 스가를 만나 모노하의 의미에 대해 물었다.

Between Dependency, Wood, Acrylic, 180×134.8×9cm, 2022. © Kishio Suga; Courtesy of the Artist and Johyun Gallery

1968년 세키네 노부오 작가가 공원의 땅을 파내고 나온 흙으로 그곳에 원기둥을 설치한 ‘위상(位相), 대지(大地)’라는 작품을 발표하고, 이를 다룬 이우환의 평론 〈존재와 무를 넘어서/세키네 노부오論〉가 발표되면서 모노하의 이론적 토대가 만들어졌다. 이우환은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을 배경으로 모노하 작가들의 작업을 현상학적 방법론으로 접근해 ‘있는 그대로 세계와의 만남’이라고 호평했다. 이들과 함께 모노하를 이끈 핵심 멤버로 조각가이자 설치미술가인 키시오 스가(Kishio Suga)는 ‘상황’과 ‘실존의 활성화’에 대한 탐구를 통해 모노하 운동을 대표하는 작품을 제작했다. 사물을 재현 대상으로 바라보는 개념에서 벗어나 존재 그 자체를 다루는 그는 물체를 가공하지 않은 채 공간에 배치하는 방식으로 작업한다. 지난해 겨울 조현화랑에서 개최한 키시오 스가의 개인전을 계기로 모노하를 읽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Installation View at Johyun Gallery. ©︎ Kishio Suga; Courtesy of the Artist and Johyun Gallery
키시오 스가. ©︎Kishio Suga, Courtesy of Tomio Koyama Gallery


모노하를 이끈 작가 중 한 명으로서 이 미술 운동이 현대미술사에 미친 중요한 영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모노하 운동은 조형의 개념화를 붕괴했습니다. 즉 예술 작품에 필연적으로 내포되어온 ‘허구성’을 배제하고 ‘이미지 조작’의 배제를 시도한 거죠. 이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을 탈피한 것입니다. 모노하 작가들은 ‘만든다’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고, 그것이 최선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났다는 점에서 현대미술사에 큰 변화를 불러왔습니다.
그 시대의 상황과 예술가들의 분위기는 어땠나요? 그리고 지금 시대의 모노하 정신은 초기와 비교할 때 변화된 점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 시대에는 작품을 만드는 데 ‘이미지를 통한 조형성’이 기본이라는 생각이 붕괴했습니다. 또 작품을 만드는 것이 ‘예술성’에 의한 것이라는 생각도 깨졌죠. 어떤 것이라도 예술이 될 수 있다는 단계에 이른 것입니다. 지금 시대에는 ‘물(物)’의 개념성은 변함이 없고, 또 인식 도구로서 역할이 사라졌다고 생각합니다. 물이 ‘실재함’과 ‘실재하지 않음’을 항상 인식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미니멀리즘과 모노하의 차이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그리고 한국의 단색화에 대한 견해를 들려주세요. 미니멀리즘은 ‘존재성의 극소화’를 추구합니다. 여기서는 근본에 변함이 없다는 것을 전제합니다. 그리고 모노하는 존재의 사실성, 장소의 상황성에 대한 문제를 다룹니다. 모노하는 모든 것은 있고, 반대로 모든 것은 없다는 인식에 기반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저는 단색화가 ‘이미지 조작’을 배제한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공간을 통일해 절대화하기 위해서는 가장 적합한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소 작업실에서의 일과와 향후 작업 계획, 그리고 젊은 작가들에게 선배로서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요?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오후 1시 30분부터 6시까지 매일 스튜디오에서 작업합니다. 일과 중간에는 규칙적으로 낮잠을 자고요. 제게는 누워서 생각을 집중하는 시간이 중요한데, 이를테면 ‘브레인 스토밍’ 시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계획은 우선 일상에서 계속 작품을 만드는 것입니다. 어딘가에 미술관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일본이나 해외 어딘가에요. 예술가는 어쨌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면 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자신이 어떤 상태일 때 가장 잘 사고할 수 있는지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위쪽 Law of Situation, 1971/2017 Installation View at the 57th Venice Biennale, Italy, 2017. ©︎Kishio Suga; Courtesy of the Artist and Blum, Los Angeles / New York / Tokyo Photo by Joshua White
아래쪽 Left-Behind Situation, 1972/2016 Installation View from “Karla Black and Kishio Suga” at Scottish National Gallery of Modern Art, Edinburgh, UK, 2016, Collection of Glenstone Foundation, Potomac, MD. ©︎Kishio Suga; Courtesy of the Artist and Blum, Los Angeles / New York / Tokyo Photo by Sam Drake

일본의 모노하는 미국의 미니멀리즘, 이탈리아의 아르테 포베라, 한국의 단색화 등과 비교되곤 한다. 미니멀리즘은 작가의 주관성을 배제해 반-환영, 단순함, 기하학적 형태로의 축소를 추구했고, 아르테 포베라는 평범하고 소박한 재료에 주목했다. 단색화는 반복적인 기법을 통해 명상적 사색을 환기시키고 예술가의 행위와 재료의 일체화를 추구했으며, 모노하는 사물과 공간 사이의 상호작용 속에서 예술적 경험을 중시했다. 이 사조들은 근대화 시기의 급속한 산업화와 대도시화 현상 속에서 상실된 자연의 내적 본성과 존재의 근원을 연결하고자 하는 욕구가 반영되었으며, 모두 물질을 탐구했다는 점에서 닮아 있다. 서로 다른 나라에 뿌리를 두었으나 본질에 대한 탐구를 이어온 예술가들이 유구한 시간 속에서 공명하며 존재한다는 것을 키시오 스가의 인터뷰를 통해 다시금 배운다.

 

에디터 박수전(노블레스 컬렉션)
사진 조현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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