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업으로 만들어진 예술 지도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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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9-23

협업으로 만들어진 예술 지도

MZ세대 작가들의 협업에 관한 여러 이야기를 모았다.

‘정금형의 배달 서비스’ 포스터.





취미가 공간 2층까지 확장해 작가들의 창작물을 다채롭게 선보인 2019년의 <취미관>전.





권순우 대표.
오페라코스트, 웨스트웨어하우스, 커먼센터 등 여러 공간에서 기획자로 활약한 그는 2015년 [굿-즈]전에 참여한 김동희, 돈선필, 박현정 작가와 함께 2016년 성산동에 취미가를 열었다. [Art Street](2020), [숏서킷](2021), ‘정금형의 배달 서비스’(2017, 2020) 등 전시와 공연,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취미가(趣味家)는 작가의 창작물을 위탁판매하고 전시나 공연 등 각종 예술 프로그램을 개최하는 젊은 기획 집단입니다. 특히 취미가 공간에서 미술품은 물론 디자인 상품, 굿즈까지 다양하게 판매하는 것이 흥미롭게 느껴졌어요. 이런 활동을 시작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직접적 계기는 2015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굿-즈>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진 작가 80여 명이 자신의 작품과 작업의 파생물을 판매하는 형식으로 진행했죠. 시간을 좀 더 되돌리면 2013년 전후로 작가들과 저 같은 기획자가 다양한 전시 공간을 열기 시작했어요. 작업실을 개방하거나 폐허 같은 곳을 싼값에 빌리는 형식으로요. 활기 넘치는 흐름이었지만 동시에 어떻게든 작품을 선보이려는 절박한 노력이기도 했습니다. 그 일환으로 개최한 <굿-즈>전은 5일간 6000명의 관람객을 동원하면서 꽤 화제를 모았어요. 작가의 창작물을 구입해본 사람이 늘었으니 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플랫폼을 열어도 좋지 않을까 생각했고, 그래서 2016년 말 취미가를 만들었습니다. 처음에는 1층 아트 숍으로 시작했는데, 건물 2층까지 사용하면서 전시도 열게 됐어요. 전시와 연계해 토크, 교육 프로그램도 준비하면서 일이 늘었습니다.

취미가에서 선보이는 작가들의 창작물은 그 범위가 굉장히 넓습니다. 소민경의 수채화부터 최수앙의 레진 조각, 김한샘의 천사 배지, 양민영의 불타는 이미지를 새긴 테이프까지. ‘이건 된다, 안 된다’ 같은 입점 기준이 있나요?
취미가에서 위탁판매하는 창작물은 기본적으로 유리장에 들어가 있는데, 우선 그 안에 들어갈 정도의 크기여야겠죠? 또 유리장 안에 들어가면 아무래도 ‘상품’으로서 이미지가 덧씌워지기 마련입니다. 형언하긴 어렵지만, 이런 맥락이 창작물에 해가 되는 것 같으면 저희도 죄송스러운 상황이라 제외하는 편입니다.

취미가가 함께하는 작가는 대부분 MZ세대예요. 작가가 판매하고 싶은 창작물을 취미가에 먼저 가져오기도 하나요?
보통은 저희가 전시나 작가의 SNS에 올린 창작물을 보고 취미가와 어울릴 거라는 판단하에 입점을 제안해요. 흔한 경우는 아닌데, 재미있는 창작물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작가에게 작업을 권유하기도 합니다. 한진 작가의 드로잉을 인형으로 제작한 김혜원 작가의 ‘3D Knitting Drawing_hi’가 그렇게 만든 거죠. 하지만 저희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만들어달라고 그 틀을 제시하지는 않아요. 취미가의 목표는 취향의 스펙트럼을 최대한 넓게 보여주는 것이니까요.

그 말은 대표님이나 작가들에게 창작물의 판매가 우선순위는 아닌 것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실제로 그래요. 판매는 일종의 상황입니다. 그걸로 다양한 미술의 양상을 소개하는 걸 더 중요하게 생각해요. 사람들이 생각하는 ‘미술’에 포함되지 않는 창작물이 많습니다. 취미가는 그 부분을 조명해요. 그간 알지 못하던 미술을 확인하고 아름다움의 영역을 넓혀가는 겁니다. 그런 측면에서 창작물이 작품인지 굿즈인지 구분하는 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같은 맥락으로 저희는 작가들에게 독특한 기획이나 형식의 활동을 제안하기도 합니다. 정금형 작가가 일대일 퍼포먼스로 직접 컬렉터에게 작품을 전달하는 ‘정금형의 배달 서비스’가 대표적 사례입니다.

6월부로 취미가의 아트 숍은 문을 닫고 재정비 중인데요, 향후 운영 방향에 대해 귀띔해주세요.
다양한 미술을 보여주는 방식의 측면에서 고민하고 있어요. 팝업 스토어의 형식으로 더 많은 사람을 만나는 게 나을 것 같기도 하고요. 올 하반기에 몇 가지 프로젝트로 가능성을 타진해볼 생각입니다. 다만 취미가 홈페이지에선 여전히 작가들의 창작물을 만날 수 있어요. 마음에 드는 게 있다면 언제든 문의해주세요. 물론 바뀌지 않는 것도 있습니다. 자신이 추구하는 예술을 시도하는 젊은 작가들을, 그들의 지속 가능한 활동을 돕는 플랫폼이 되고자 합니다.





‘Art from Factory’라는 주제로 진행한 강영민 디자이너의 개인전.





유나얼 작가의 개인전에서 작품과 함께 선보인 슬립매트.





한범수 대표(왼쪽)와 손준철 디렉터(오른쪽).
홍대에서 편집숍 맨하탄스(Manhattans)를 운영하던 둘은 2017년 청담동에 1LDK Seoul을 오픈했다. 1LDK Seoul은 지난해 9월 십화점(10department)으로 변신했는데, 백화점보다 가짓수가 적은 대신 엄선한 제품을 선보인다는 포부를 담았다. 2018년 김희수 작가의 전시를 시작으로 작가들과 활발한 예술적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십화점은 작가와 협업해 전시를 여는 편집숍으로 유명합니다. PVC로 만든 의자를 선보인 강영민 디자이너의 개인전, 가상의 비디오 숍을 꾸민 디자인 스튜디오 프로파간다의 전시, 음악 산업에 대한 견해를 담은 유나얼 작가의 개인전 등 전시 내용과 작가 스펙트럼이 다채로워 인상적이에요.
손준철(이하 손):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를 먼저 정하고 거기에 맞는 작가를 모시는 편이에요. 주제는 아무래도 저희가 일상에서 경험하고 인상 깊었던 지점에서 파생하고요. 예컨대 프로파간다 팀과 함께한 전시는 1990년대 미국의 한 비디오 숍이 주는 특별한 감성을 전달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출발했어요. 우리나라에서 영화 포스터를 가장 잘 만드는 팀이 잘 표현할 수 있겠다 싶었고요. 올가을 준비 중인 전시 주제는 ‘러닝 클럽’인데,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에 할 수 있는 일이 몇 없지만 한강 변에서 달리는 건 가능하다는 데서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재미있는 전시가 나올 것 같습니다.

협업하는 작가들 나이가 대체로 젊어요. 대부분 30대죠?
한범수(이하 한): 같이 일하면서 느끼는 게 많습니다. 처음 작가를 만나면 아무래도 상업 공간에서의 전시가 괜찮은지부터 묻게 됩니다. 그럼 오히려 화이트 큐브가 아니라 더 마음에 든다고 하세요. 과거 40~50대가 미술 시장의 주요 소비층이었다면, 이제는 10~20대도 미술에 관심을 보이잖아요. 젊은 세대가 많이 찾는 편집숍에서 새로운 관람객을 만날 수 있어서 만족스럽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또 갤러리에 그림이 일정한 간격으로 걸리는 게 아니라, 편집숍 특유의 공간을 활용해 다양한 연출 방식을 고려할 수 있어서 좋다고도 하고요. 한데 저희는 나이대가 낮은 작가와의 협업을 고집하지 않아요. 저희 꿈은 박서보, 이우환 선생님과 함께 전시를 하는 겁니다.(웃음)

전시가 자주 바뀌고, 그때마다 공간 구성도 달라져서 자꾸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한 전시를 준비하는 데 보통 얼마나 걸리나요?
: 1년 치 기획안을 짜려고 노력하는데 뜻대로 되지는 않더군요. 보통 3~4개월 전 컨셉 미팅을 합니다. 작가와 뜻이 맞아서 한 달 만에 전시를 오픈한 경우도 있지만, 저희는 의류나 가방 같은 아트 상품을 만들기도 하니까요. 너무 촉박하게 일정을 잡지 않으려 합니다.

다양한 아트 상품을 만드는 게 흥미롭습니다. 전시마다 종류도 다양하고 품질도 좋아요.
: 아트 상품 제작과 관련해선 최대한 작가의 의견에 따르려 합니다. 십화점은 주로 의류를 판매하지만, 그렇다고 꼭 작품 이미지를 새긴 티셔츠를 만들 필요는 없죠. 작가가 원하지 않는다면 다른 걸 하면 됩니다. 다만 뭐든 퀄리티는 좋아야 해요. 미술관에서 굿즈를 사면 몇 번 쓰지 못하고 버리거나 어디에 뒀는지 잊는 경우가 있잖아요. 저희는 오래 기억에 남고 실제로 사용했을 때도 만족스러운 제품을 선보이고 싶어요. 지난 6월 유나얼 작가 개인전에서 선보인 티셔츠의 경우 굉장히 좋은 원단으로 제작했는데, 이걸 보통 쇼핑백에 담아 가면 가치가 낮아 보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별도로 작가의 작품을 담는 패키지를 만들어 고객이 작품을 구매한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케이스 자체를 오브제로 활용할 수도 있고요.

그렇게 작가와 협업을 진행하면서 체감하는 변화가 있나요? 고객의 반응 같은 거요.
손: 확실히 고객 스펙트럼이 넓어졌습니다. 예전부터 십화점을 알고 있었는데 전시까지 열려 재미있다는 분도 있고, 작가가 좋아서 방문했다가 저희 편집숍의 고객이 되는 분도 있어요. 또 저희처럼 편집숍을 운영하는 분이나 갤러리 종사자들의 방문도 늘었습니다. 업계에서 관심을 갖고 찾아준다는 점에서 고무적이에요.

앞으로도 작가와의 협업을 이어갈 예정인가요?
손: 물론이죠. 편집숍은 영어로 ‘멀티레이블 스토어(multi-label store)’인데, 저희가 추구하는 건 ‘멀티카테고리 스토어(multi-category store)’입니다. 예술이 상품과 결합할 때 멋있게 보일 수 있는 여지가 많다고 생각해요. 과거의 협업은 주로 패션과 패션 같은 동일 분야에서 이루어졌어요. 하지만 이젠 다른 분야가 모여 시너지를 내는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그림을 의자에도, 자동차에도 적용할 수 있는 거죠. 이런 부분이 정말 재미있어서 계속 시도해보려 합니다.





패션 브랜드 시스템과의 아트 컬래버로 선보인 의류 제품.





노상호 작가가 그린 밴드 혁오의 [23] 앨범 커버.





노상호 작가.
1986년생 노상호는 인터넷에서 수집한 이미지를 편집, 재조합해 매일 일기를 쓰듯 ‘제3의 이미지’를 창조하는 작가다. 2014년 국립현대미술관 <젊은 모색>전에 참여하고 수년간 혁오 밴드의 앨범 재킷 디자인을 담당하며 대중의 눈도장을 찍은 그는 시스템, 에잇세컨즈, 휘슬러, 하이트진로, 밸리록페스티벌 등 각종 브랜드와 아트 컬래버를 진행해온 ‘프로 협업러’이기도 하다.

패션, 리빙, 주류 등 다양한 분야의 브랜드와 아트 컬래버를 진행해왔습니다. MZ세대의 호응도 뜨거웠고요. 아트 컬래버는 보통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나요?
거의 비슷해요. 컬래버를 원하는 브랜드가 먼저 대략의 방향성을 정해 제안하죠. 패션 브랜드라면 ‘다음 시즌 몇 가지 의류에 당신의 이미지를 사용하고 싶다. 이미지만 제공하거나 디자인에 직접 참여하는 것도 가능하다’ 정도로요. 그럼 저는 제 작업의 특징에 비추어 가능한 방식을 이야기합니다. 저는 검색을 통해 이미지를 수집하잖아요. 제시한 키워드로 검색하고 그 이미지를 활용해 새로 그리는 방법이 있고, 기존 작품을 활용할 수도 있겠죠. 패션 브랜드 시스템과의 컬래버는 전자의 방식으로 진행했습니다. 특별한 건 없어요. 논의를 거치며 범위를 좁혀가는 겁니다.

아트 컬래버를 하면서 ‘이것만은 지킨다’는 게 있다면요?
정확하게 업무를 분담하고,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는 거요. 예컨대 저는 옷 디자인까지 관여하진 않아요. 그건 디자이너 고유의 영역이고, 당연히 저보다 잘합니다. 저는 디자이너가 영감을 받을 만한 이미지를 제공하면 되죠. 프로젝트 디렉터가 설정한 방향 아래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성공적 컬래버가 될 가능성이 높아요. 브랜드 측에서 저를 예민한 ‘작가’로 대하며 조심스럽게 다가오면, 저는 원하는 걸 편하게 얘기하라고 말해요. 개인 작업을 하는 노상호가 아니라, 협업자 노상호로서 유동적 태도를 보여주는 거죠.

말씀하신 것처럼 각종 매체에서 채집한 이미지를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작업합니다. 순수 미술의 영역에선 문제가 없지만, 상업적 컬래버에선 초상권이나 저작권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저도 궁금해서 알아봤는데 문제가 될 수 있더라고요. 그래서 논란의 소지가 있는 이미지는 안 넣어요. 기존 작품을 활용해 컬래버하는 경우 이미지 묶음을 브랜드에 먼저 보내주기도 하거든요. 브랜드 측에서 1차적으로 마음에 드는 이미지를 선정하면, 그중 문제가 될 만한 건 한 번 더 추리면서 리스크를 없앱니다.

한편으로 아트 컬래버에 적극적인 이유를 물어보고 싶었어요. 이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이 많지만, 반대 의견도 있으니까요.
안 좋은 소리도 제법 들었죠.(웃음) 제가 아트 컬래버를 하는 이유는 명확해요. 제 작업과 긴밀하게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매일 쏟아져 나오는 이미지를 빠르게 몸으로 받아내고, 이를 다양한 방식으로 내보내는 게 제 작업의 핵심이에요. 왜 이런 생각을 했느냐고 묻는다면, 지금 세상이 그런 방식으로 이미지를 쉽게 소비하니까요. <데일리 픽션>이라는 책을 내고, SNS에 작품을 공개하고, 아트 컬래버를 진행하는 건 크게 보면 같은 맥락이에요. 이미지를 유통하는 또 다른 방식인 겁니다.

실제로 브랜드와 아트 컬래버를 가장 활발하게 진행하는 MZ세대 작가 중 한 분입니다. 이를 다른 젊은 작가들에게도 권할 만한가요?
확실히 요즘 작가들은 아트 컬래버에 대한 거부감이 적어요. 실제로 관련한 질문을 많이 하기도 하고요. 사실 저는 적극적으로 권하진 않아요. 잘못하면 작업의 개념에 손상이 갈 수도 있거든요. 브랜드의 프로젝트와 자신의 작업에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면 안 하는 게 나을 겁니다. 아트 컬래버로 이름을 알릴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기도 하는데, 저는 회의적인 편이에요. 예컨대 그간 많은 작가가 유명 가수의 앨범 재킷 아트를 담당했지만, 기억나는 이름은 몇 없죠. 자기 작업과 브랜드의 지향점이 긴밀하게 붙어 있을 때 시너지가 난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이광호 작가님이 ‘매듭’ 시리즈의 연장선 상에서 보테가 베네타의 시즌 아이템을 표현한 것이 좋은 사례라고 생각해요.

아트 컬래버를 통해 얻는 게 있다면요?
여러 분야의 사람을 만나면서 느끼는 게 많아요. 미술을 어떻게 규정하는지, 전시라는 포맷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등에 대한 전혀 다른 시각을 확인할 수 있죠. 미술계에서 당연한 문법이 다른 세계에는 적용되지 않아요. 미술을 미술 안에서만 바라보지 않는 태도를 갖게 됐고, 이게 저를 좀 더 자유롭게 해줍니다.





정혜진 작가의 호수 러그.





왼쪽 최한올 작가가 포에지와 선보인 달 매트 디테일 컷.
오른쪽 박혜성 작가의 은방울꽃 플레이트와 합, 물컵, 찻잔.





성보람 대표(왼쪽)와 최한올 작가(오른쪽).
성보람
여행하다 우연히 주운 작은 조개껍데기처럼, 단짝이 손에 쥐여준 클로버처럼 소중한 물건을 수집하는 선물 가게 포에지를 운영한다.

최한올
직물과 실을 재료 삼아 색과 선을 그려나가는 작가. <희고 푸른>과 <작은 섬>, 두 차례 개인전을 열었다. 8월 말에는 국내에서 그룹전을, 가을에는 외국에서 개인전을 개최할 예정이다.

포에지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성보람(이하 성): 지난 5월 오픈한 온라인 선물 가게입니다. 포에지(Poésie)는 프랑스어로 ‘시’를 뜻해요. 소중한 사람을 위해 선물을 준비하며 많은 생각을 하는 과정이 시어를 공들여 고르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해 이름 지었습니다. 현재 ‘포에지가 기획하고 아티스트가 손수 만든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어요. 차가운 공장 제품보단 따듯한 손길이 담긴 선물을 선보이고 싶어 뜻이 맞는 젊은 작가들과 협업하고 있습니다.

협업 과정이 궁금합니다.
성: 처음 작가들과 미팅할 때 은방울꽃, 호수, 둥지, 달 등 몇 가지 시어를 수집해 갔어요. 작가들은 마음에 드는 시어를 고르고 거기에 맞는 선물을 만들었죠. 포에지에선 박혜성 작가의 은방울꽃 찻잔, 최수진 작가의 둥지 그릇, 정혜진 작가의 호수 러그 등 여러 종류의 선물을 판매하고 있는데, 무엇을 만들지는 대부분 작가들이 정합니다. 자유로운 편이죠?
최한올(이하 최): 추상적이고 은유적인 방식이라고 생각했어요. 좀 더 순수하게 작품 활동을 하던 작업 초기로 돌아간 것 같은 신선한 느낌도 있었고요. 재미있는 작업이 될 것 같아 큰 부담을 느끼진 않은 것 같습니다. 저는 시어로 달을 골랐어요. 평소 직물과 실을 재료로 작업하는데, 이걸 가지고 물에 비친 달이 바람결에 시시각각 변화하는 모습을 표현하고자 했죠. 1차 샘플을 완성해서 두 번째 미팅 때 가져갔는데, 서로가 생각한 달의 이미지가 부합해 더 이상 수정 작업은 진행하지 않았어요.

선물을 소개하는 방식도 인상적이에요. 상세 페이지마다 작가 인터뷰가 실렸더라고요. 어떤 마음을 담아 만들었는지 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성: 그렇게 해야겠다고 생각한 건 7년 전쯤 일본에 여행 갔다 들른 중고 숍에서의 경험이 너무 좋았기 때문이에요. 보잘것없는 제품 하나에도 태그가 달렸는데, “결혼할 때 시어머니가 물려준 주전자다. 소중한 물건이니 다른 곳에서도 잘 쓰였으면 좋겠다” 같은 내용이 담겨 있었죠. 그 이야기가 제품을 특별하게 만들었습니다. 정성으로 선물을 준비한 만큼, 그걸 만든 작가의 이야기를 한 자라도 더 담고 싶었어요.

그래서일까요? 포에지의 선물은 제품보단 작품에 가깝게 느껴집니다.
성: 작품이에요. 우선 포에지의 선물은 모두 수공으로 만들기 때문에 똑같은 게 하나도 없습니다. 또 작가들이 하나둘 제작하면서 개선점을 찾다 보니 처음과 미세하게 달라지는 부분도 있고요. 그런데도 아직 환불을 원한 분은 없어요. 형태나 색이 웹사이트에 게재된 것과는 조금 다를 수 있어도, 그런 다름을 이해해줄 수 있는 건 작품으로 받아들이시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최 작가님은 선물 중 어떤 것이 가장 마음에 드세요?
최: 최수진 작가의 둥지 그릇을 선택할게요. 실생활에 사용 가능하면서도 그 자체로 묵직한 오브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어떤 작품이 좋은 특별한 이유는 없는 거 같아요. ‘왠지 모르게’ 마음에 든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 같습니다.

이번 협업을 통해 느낀 점이 있다면요?
최: 작업을 지속하다 보면 비슷한 결의 작품이 나오기 마련이에요. 개인의 취향만이 작품 세계로 남는 거죠. 하지만 대표님이 제안을 함으로써 기존과는 다른 시도를 해볼 수 있었습니다. 아이디어를 확산시키는 계기가 된 것 같아 만족스러워요. 작업과 관련해 무언가 결정할 때 조심스러운 편인데, 좀 더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포에지의 향후 계획을 말씀해주세요.
성: 기회가 된다면 오프라인 숍을 열고 싶습니다. 단순히 제품 판매 루트를 늘리는 측면보다는, 선물을 받을 때 그리고 선물을 할 때 느끼는 감동을 더 많은 사람이 포에지를 통해 경험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에디터 황제웅(jewoong@noblesse.com)
사진 서승희(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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