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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3-09

미식가를 위한 버거

유명 셰프의 노하우를 담은 것은 물론 독자적 맛과 분위기까지, 한층 진화한 프리미엄 수제 버거.

블루 컬러 림 장식의 플레이트와 프레젠테이션 플레이트, 스몰 플레이트는 모두 Wedgwood 제품.

최근 한 먹방 유튜버의 콘텐츠가 조회 수 400만 회를 웃돌며 화제를 모았다. 1월 초 잠실 롯데월드몰에 오픈한 고든램지 버거의 모든 메뉴를 맛보는 영상이다. 아시아 최초로 국내에 둥지를 튼 고든램지 버거는 세계적 스타 셰프의 명성뿐 아니라 ‘3만 원대 하이엔드 버거’라는 수식어로 관심을 모았다. 그녀는 시그너처 버거인 헬스 키친 버거부터 포레스트 버거, 야드버드 버거 등 일곱 가지 버거를 차례로 맛본 후 14만 원에 달하는 1966 버거까지 모든 메뉴를 ‘싹쓸이’했다. 특히 1966 버거를 맛본 후 “웨트에이징한 투 플러스 한우로 만든 패티의 묵직함과 육향이 뛰어나 파인다이닝 수준의 스테이크를 먹는 것 같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버거 8개와 음료 10잔을 너끈히 해치우는 모습에 대리 만족한 것도 사실. 하지만 이 영상이 인기를 끈 진짜 이유는 고든램지 버거가 현재 미식 신을 뜨겁게 달구는 키워드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주변에서도 “오픈 초기에 방문했는데 웨이팅 번호 145번을 받고 발걸음을 돌렸다”, “사전 예약제로 바뀐 후 두 달간 예약이 꽉 차 있어서 아직 가보지 못했다” 같은 제보가 속출할 정도로 미식 유행의 중심에 섰다.
비단 고든램지 버거만이 아니다. 최근 미식 추종자들은 앞다퉈 수제 버거 앞으로 향했다. SNS에서 활동하는 걸출한 미식가와 스타 셰프만 봐도 경쟁적으로 버거 인증샷을 게시한다. 그도 그럴 것이, 흥행 가도를 달리는 수제 버거는 1~2시간씩 줄을 서거나 최소 두세 달 전 예약 사이트를 통해 ‘광클’해야 맛볼 수 있다. 기다림은 갈망을 극대화한다. 언제라도 들어갈 수 있다면 줄을 설 이유가 없다. 쉽게 얻을 수 없는 희소가치를 위해 돈과 시간을 기꺼이 투자하는 셈이다. 한데 이쯤에서 궁금해지는 것 하나. 햄버거란 본디 빠르고, 간편하며, 저렴한 가격에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음식이 아니던가. 버거의 위상이 왜 이렇게 높아진 걸까? “몇 해 전부터 슬로 푸드와 웰빙 열풍에 맞춰 양질의 재료로 만든 수제 버거 시장이 급성장했습니다. 그리고 근래 들어 맛과 가격, 분위기를 통틀어 더 정교하게 진화한 프리미엄 버거가 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죠. 한국만큼 ‘프리미엄’ 이미지가 소비자에게 통하는 나라가 또 있을까요. 한 끼를 먹더라도 제대로 된 음식을 먹겠다는 미식 문화는 기다림을 감수하게 하고, 10만 원이 웃도는 가격에도 기꺼이 지갑을 열게 만들죠.” 요리연구가이자 푸드 칼럼니스트 이주현은 맛뿐 아니라 가치와 경험을 소비하는 요즘 미식 신의 흐름을 보면 프리미엄 수제 버거에 열광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이야기한다.







튀긴 팽이버섯을 넣은 주식회사일구공의 우마미밤 버거.
토시살 스테이크를 큼직하게 썰어 넣은 미국식의 버스트 버거.
캠핑 감성을 자극하는 버거보이 성수점.
웨트에이징한 투 플러스 한우로 만든 패티와 채끝 등심을 넣은 고든램지 버거의 1966 버거.
소프트셸 크랩을 통째로 넣은 SWIG의 SWIG 버거.


프리미엄 수제 버거의 현주소
그 인기에 힘입어 프리미엄 수제 버거 시장은 질적 성장과 다양성을 꾀하고 있다. 특히 앞서 설명한 고든 램지처럼 유명 셰프가 이 시장에 진출하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이는 더 이상 햄버거가 찍어내듯 신속히 만들어내는 패스트푸드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셰프의 노하우가 집약된 독자적 요리로 영역을 넓혔음을 뜻한다. 다양한 방송 출연으로 인기를 얻은 최현석 셰프는 일찍이 성수동에 수제 버거 브랜드 주식회사일구공을 런칭했다. “수제 버거의 매력은 자유로운 변주가 가능하다는 점이죠. 퓨전 중식 매장인 중앙감속기를 오픈하면서 이탤리언 퀴진과 중식을 접목한 요리를 내놓은 것처럼 주식회사일구공 또한 쵸이닷과 중앙감속기에서 인기를 얻은 소스나 조리 노하우를 접목한 메뉴를 개발해 선보입니다.” 최현석 셰프의 설명처럼 튀긴 팽이버섯을 넣은 우마미밤, 고추 부각과 어향 마요소스를 넣은 쓰촨 치킨버거 등 국적을 넘나드는 식재료를 활용한 버거로 다양한 맛을 표현한다.
“치킨버거는 유용욱바베큐연구소의 코스 메뉴 중 하나였습니다. 워낙 인기가 좋아 별도의 공간에서 맛보고 싶다는 고객의 요구가 빗발쳤죠”라고 이야기하는 유용욱바베큐연구소의 유용욱 소장은 최근 한남동에 치킨버거 레스토랑 씨케이비지랩을 오픈했다. 오픈 전부터 줄을 서는 웨이팅 맛집으로 통하는 이곳에선 브리오슈 번을 사용한 내슈빌 핫치킨 스타일의 버거를 맛볼 수 있다. 특히 유용욱바베큐연구소에서 직접 훈연한 베이컨을 넣은 베이컨 치킨버거는 부드러운 감칠맛의 베이컨과 바삭한 치킨 패티의 조화가 뛰어나 효자 메뉴로 등극했다.
차별화한 버거의 맛은 새로움에 목말라하던 미식가를 버거 세계로 불러들였다. 패티와 번, 소스 등을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조리해 다채롭고 풍성한 맛을 낸다. 치즈버거 사이에 피넛 버터를 풍성하게 채워 넣어 ‘단짠’의 조화를 꾀하거나 번 사이에 태국식으로 염지한 닭 다릿살과 피시 소스로 볶은 채소, 느억참 드레싱에 버무린 숙주 샐러드를 넣어 팟타이 맛을 재현하는 등 한계 없는 변신으로 고객의 까다로운 입맛을 충족시킨다. 맛의 중심을 잡으며 시각적 만족감을 더하는 패티에 변화를 주기도 한다. 예를 들어, 마포구 합정동에 자리한 SWIG는 소프트셸 크랩을 통째로 튀겨 넣은 버거로 유명하다. 크랩 본연의 형태가 그대로 보이는 먹음직스러운 비주얼의 이 버거는 수제 타르타르소스를 더해 감칠맛을 살리고 느끼함을 잡는다. 방배동 이누 식당의 세컨드 브랜드인 미국식은 버스트 버거라는 단일 메뉴만 선보이는데, 일반 패티와 달리 자체 비법 양념에 72시간 동안 숙성한 토시살 스테이크를 큼직하게 썰어 넣는 것이 특징. 토스트처럼 바삭한 식감을 살린 번과 육즙 가득한 토시살 스테이크의 조화는 버거 그 이상의 맛과 감동을 준다.
“요즘 수제 버거 레스토랑은 음식점을 넘어 문화 공간으로서 특색 있는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푸드 칼럼니스트 이주현의 말처럼, 한옥을 개조한 공간에서 아메리칸 스타일 치즈버거를 맛보는 이채로운 경험을 선사하거나 바버숍을 리뉴얼해 손을 씻을 수 있는 세면대가 있는 독특한 인테리어로 감성을 자극하기도 한다. 성수동에서 시작해 용산까지 영역을 넓힌 버거보이도 그중 하나. 실내에 랜턴, 장작, 쿨러 등 다양한 캠핑용품을 세팅하고 캠핑 테이블과 체어에 앉아 버거를 맛보는 경험을 제공해 도심 속 캠핑을 추구한다. 가로수길에 위치한 세인트그릴은 스테인드글라스 파사드와 회전문, 실내 환기를 담당하는 공조 방식까지 미국 햄버거집 분위기를 재현해 1970~1980대 미국 레트로 감성과 추억을 고스란히 전한다.
프리미엄 수제 버거 시장은 독자성을 가지고 뛰어든 레스토랑으로 인해 점점 더 고급화·다양화·세분화되고 있다. 물론 일각에선 이 시장이 지나치게 높은 가격으로 형성되는 점을 우려하기도 한다. 하지만 ‘수제’라는 꼬리표가 붙은 버거는 단순히 손으로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정교함, 정성, 장인정신이 깃들었음을 의미한다. 자체적으로 번을 만들거나 패티를 성형하는 온도와 시간을 꼼꼼히 따지고, 최상급 식재료를 사용하며, 소스 하나까지 직접 제조해 고유의 맛을 만드는 것.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에서 즐기듯 하나의 고급 요리로 격상한 프리미엄 수제 버거는 분명 미식 신을 더 다채롭게 하며, 우리의 미식 수준을 한 차원 높여준다.

 

에디터 문지영(jymoon@noblesse.com)
사진 박원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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