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과 문화를 담아낸 음식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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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8-05

계절과 문화를 담아낸 음식

하야시 마사키가 전하는 섬세하면서 시원한 일본의 여름 가정식. 그리고 음식과 문화 이야기.

여름 채소 아게비타시
‘아게’는 튀기다, ‘비타시’는 담그다는 뜻으로 튀긴 채소를 다시물에 담궈 시원하게 먹는 요리다. 마사키는 단호박과 토마토, 옥수수, 가지, 파프리카, 꽈리고추 등 알록달록한 색감의 여름 채소를 예쁘게 잘라 사용했다. 가츠오다시 베이스에 식초를 넣어 만든 소스 ‘토사스’를 쥬레로 만들어 함께 올려 감칠맛을 더했다. 연꽃이 피기 시작하는 여름, 이 계절에만 가능한 푸릇한 연잎 플레이팅으로 한층 더 아름답게 완성했다.





초당옥수수 양갱
여름 제철 옥수수를 이용해 양갱을 만들었다. 수분이 풍부하고 당도가 높은 초당옥수수를 쩌낸 뒤 갈아서 걸러낸 흰 앙금과 한천으로 굳혀 만든 것으로 여름에 즐기기에 그만이다. 마사키는 매년 여름 일반 양갱보다 촉촉하게 만들어 옥수수 향이 더 잘 배도록 옥수수 껍질에 싸서 냉장 보관해놓는다. 손님 접대를 해야 할 때 시원한 말차와 함께 내면 이만큼 근사한 다과가 없다.





장어 스시와 준사이, 매실 칸로니
일본에서는 한국에서 복날 으레 먹는 삼계탕처럼, 여름에 보양을 위해 7월과 8월에 장어를 챙겨 먹는 날이 있다고 한다. 양념한 장어와 소금구이한 장어 두 가지로 스시를 만들었다. 소금구이 장어는 지난봄 산에서 따온 제피나무 열매를 넣어 향긋함을 더한 것. 함께 곁들인 유리 글라스에 담은 준사이는 연못에 자생하는 연잎을 토사스에 넣은 것으로 식사 전 후루룩 마시면 입맛을 돋워준다. 특유의 오독오독한 식감을 지닌 여름 별미. 오른쪽 아래 놓은 매실 칸로니는 초록색 매실인 아오우메를 절인 것.





메밀 소바 마끼
구운 김에 밥과 함께 다양한 재료를 넣어 돌돌 말아 먹는 후토마끼와 달리, 밥 대신 소바를 주재료로 한 마끼다. 메밀과 녹차 메밀 소바 두 가지로 만들었다. 약간 달큼한 맛이 감도는 두툼한 달걀말이와 함께 표고, 파프리카, 일본 깻잎인 시소 그리고 채 썬 오이를 넣어 맛과 색감이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마사키는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라 자주 만들진 못하지만, 매년 여름에 꼭 한 번씩은 즐겨 먹는 별미라고 귀띔한다.





레몬 젤리
속을 파낸 레몬 껍질 안에 새우와 우니, 목이버섯, 완두콩을 넣어 굳힌 것. 해조류의 일종인 한천에 다시물과 레몬즙을 넣어 굳힌 젤리로 한층 부드럽다. 레몬 향이 새우와 우니의 비릿한 맛을 산뜻하게 잡아주고, 차갑게 식힌 말랑말랑한 젤리와 함께 색다르게 즐길 수 있다. 무더운 날 손님상에 올리면 시원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한 메뉴.





토닌 갤러리 안 다실에서 만난 하야시 마사키.
집안에서 오래전부터 쓰던 일본 앤티크 도자기를 비롯해 여행을 다니며 구입한 다양한 도자기 그릇을 소장하고 있다.

오감으로 문화를 전달하다
섬세하면서도 꾸미지 않은 듯한 담백한 느낌의 일식 가정식을 남다른 감각으로 선보이는 하야시 마사키는 한남동에 위치한 국내 최초의 오르골 갤러리 토닌 갤러리 디렉터이자 오르골 세러피스트다. 그런 그녀가 본업 외에 쿠킹 클래스를 시작하게 된 건 우연한 계기 때문이었다. 토닌 갤러리 대표인 어머니가 손님 접대를 할 때 그녀가 집에서 즐겨 먹는 가정식을 손수 만들어 냈고, 음식을 맛본 많은 이가 그녀에게 요리를 배우고 싶어 했다. 하지만 전문적으로 요리를 배우거나 가르쳐본 적 없어 차일피일 미루던 중 지인의 주선으로 여섯 명이 수강하는 클래스를 처음 열게 된 것이다. 그녀의 실력과 감각이 입소문을 타며 꾸준히 이어온 것이 벌써 7년. 마사키의 쿠킹 클래스에 참여한 이들은 제철 식재료 본연의 맛을 그대로 담아낸 음식을 보고, 맡고, 맛보며 그 시간을 오롯이 즐긴다. 여느 일식 레스토랑에서 흔히 보는 요리가 아닌, 귀로 전해 들은 할머니의 음식, 어릴 때부터 정성스럽게 음식을 만들던 어머니를 통해 자연스레 접하며 즐겨 먹던 ‘집밥’이다. 여기엔 1년 열두 달 계절에 따른 행사가 열리는 일본 문화 이야기가 곁들여진다. 1월에는 신년 음식인 오세찌, 2월에는 일본에서 안 좋은 기운의 상징처럼 여기는 도깨비를 쫓고 좋은 기운을 맞이하기 위해 콩 뿌리기 행사와 도깨비가 싫어하는 정어리를 현관에 걸어놓는 일본 풍습을 반영해 정어리와 주로 2월에 챙겨 먹는 후토마끼가 클래스의 주제다. 4월에는 벚꽃 음식, 칠월 칠석이 있는 7월에는 견우와 직녀가 1년에 한 번 만나는 오작교를 상징하는 소면을 준비한다. “이 계절에 왜 이 음식이 나오는지, 2월이면 일본 도심의 편의점에서 왜 후토마끼를 상품화해 판매하는지, 이 식재료는 건강에 어떤 도움을 주는지… 그런 이야기를 팁으로 알려드려요. 전문 셰프가 아니고, 레시피 또한 요즘 인터넷에도 잘 나와 있으니 음식에 한정하지 않고 문화적인 면을 더 많이 알리고 싶어요.” 마사키의 테이블은 음식뿐 아니라 할머니에게 물려받은 앤티크 도자기와 그녀가 여행하며 구한 다양한 그릇에 세팅하는 정갈하면서 섬세한 담음새, 인터넷이나 교과서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일본식 식사 예절과 흥미로운 이야기로 채워진다.
규슈가 고향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를 둔 그녀는 음식을 통해 자연스럽고도 정성스러운 그녀만의 방식으로 한국과 일본의 문화 교류와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다. 앞으로 오르골 세러피와 쿠킹 클래스 외에 향 클래스도 지속적으로 열 계획이다. 진액이 나온 향나무로 만든 침향을 이용해 은은한 온도에서 피운 향에 집중, 여섯 가지 침향을 다섯 가지 맛으로 표현하며 힐링하는 클래스라니 더욱 기대된다.

 

에디터 이정주(jjlee@noblesse.com)
사진 박우진
코디네이션 이혜림
요리,푸드 스타일링 하야시 마사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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