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티지 샴페인의 세계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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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9-23

프레스티지 샴페인의 세계

와인 전문가, 크리스탈와인그룹 이준혁 대표에게 듣는 샴페인 이야기.

앙리 지로 샴페인을 디캔팅하는 이준혁 대표. 샴페인은 크루그, 크리스탈, 돔 페리뇽.

샴페인 버블의 진실 “샴페인 하면 버블부터 떠올리는 사람이 많은데, 샴페인 버블은 한 병당 2억5000만 개 이상 들어 있다고 해요. 6기압 이상이어야 하고요. 자동차 타이어가 보통 2기압인 것에 비하면 엄청난 압력이죠.”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샴페인 특유의 버블은 애초에 인위적으로 만들려고 한 것이 아니다. 샹파뉴의 겨울 날씨가 유난히 추운 탓에 1차 발효를 하다가 멈춰버렸고, 발효가 끝난 줄 알고 병입하기 위해 뚜껑을 막아놓았다. “그런데 봄이 되어 날이 따뜻해지면서 저절로 2차 발효가 된 거죠. 그 과정 중 병 안에서 발생한 버블이 포화 상태가 되면서 병이 깨지는 현상이 발생했어요. 지금처럼 병이 두껍지 않았거든요. 그렇게 버블이 터지는 걸 처음 발견한 거죠.”
의외의 발견 이후 연구를 시작해 본래 탄산이 없는 스틸 와인에서 오늘날 샴페인을 개발해 유명해진 와인 하우스는 다름 아닌 돔 페리뇽이다. 하지만 많은 이가 오해하는 것처럼 돔 페리뇽 샴페인이 최초의 스파클링 와인은 아니다. 그보다 이전에 영국 과학자 크리스토퍼 머렛이 스파클링 와인을 연구한 기록이 있고, 프랑스 랑그도크 지방에서도 스파클링 와인을 만들었다고 한다. 탄산을 함유한 샴페인을 처음 선보였을 때, 정작 프랑스에서는 인기가 없었다. 샴페인이 세계적으로 이름난 건 영국 상류사회 귀족들이 마시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영국에서의 인기에 힘입어 역으로 프랑스에 유입되면서 프랑스 사회에 샴페인 붐이 일었다.
NM과 RM 샴페인은 포도 재배 유무에 따라 크게 두 종류로 구분해 라벨 하단에 표기한다. NM(Negociant Manipulant)은 직접 재배하는 대신 옥토에 자리한 포도밭에서 자란 포도를 사들여 양조하는 와이너리로, 많은 이들이 잘 아는 돔 페리뇽·크루그·크리스탈·볼랭제 등의 대형 와인 하우스가 이에 해당한다. 질 좋은 포도를 대량 매입한 뒤 블렌딩해 제품을 만드는 만큼 품질 좋은 포도를 매입하는 능력이 관건인 셈. 그에 비해 RM(Recoltant Manipulant)은 직접 재배한 포도로 양조하는 소규모 생산자를 일컫는다. NM 샴페인이 일정한 품질로 선보이는 고도의 블렌딩 기술이 강점이라면, RM 샴페인은 미묘한 테루아의 풍미를 더욱 풍부하게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요즘은 그 경계가 희미해지는 추세예요. NM 와이너리도 RM 생산자처럼 고생스러운 과정을 감수하고 토양의 미네랄을 훨씬 풍부하게 살릴 수 있는 바이오다이내믹(biodynamic) 농법을 이용해 직접 재배하는 포도의 비중을 높인 곳이 늘고 있거든요. 반대로 RM 생산자 중에는 최근 와인 애호가 사이에서 인기가 치솟은 덕분에 포도 수확량이 부족해져 다른 포도밭에서 매입해 양조하는 경우도 많아졌고요.” 이준혁 대표는 품질과 명성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NM이 RM 생산자의 뛰어난 양조 노하우에 귀 기울이는 모습도 예전과 달라진 변화라고 말한다. “와인을 잘 만드는 RM 생산자가 많다는 걸 인정한 거죠. 크루그의 올리비에 크루그도 국제 와인 행사에서 RM 와인을 일일이 세심하게 테이스팅하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어요.” 그의 말에 따르면 RM 샴페인의 인기가 많아진 건 불과 10여 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빈티지의 의미 논빈티지 샴페인은 최소 15개월은 숙성해야 하고, 빈티지를 표기하려면 적어도 3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대부분의 NM 샴페인 하우스는 논빈티지도 3년, 빈티지 샴페인은 최소 4년에서 10년까지 숙성시킨 뒤 출시한다. 셀러에서 더 오랜 시간 숙성하는 아주 특별한 최상급 빈티지 샴페인도 있다. 돔 페리뇽의 외노테크나 크리스탈의 비노테크 같은 샴페인이다. 빈티지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15~16년 이상 숙성시켜 더 강렬하고 풍부한 복합적 풍미를 지닌다. 가격도 몇십 배쯤 더 비싸다. 최초 결과물은 돔 페리뇽 외노테크 플레니튜드인 P2의 1998 빈티지였고, 그보다 10년 정도 더 숙성시킨 버전이 P3다. “1988, 1996, 2002, 2008 같은 좋은 빈티지의 샴페인을 사면 오래 숙성시킬 수 있어요. 30~40년 이상 보관이 가능하죠. 레드 와인과 마찬가지로 좋은 빈티지는 시음 적기가 더 늦게 오기 때문입니다. 최적의 맛을 즐기려면 더 오랜 기다림이 필요한 거죠. 그에 비해 ‘어려운 빈티지’라고 표현하는 샴페인은 파워와 구조감이 약한 대신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아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시음도 더 빨리 할 수 있다는 장점입니다.” 이준혁 대표는 최근 가장 많이 회자되는 ‘어메이징’한 샴페인으로 크루그 2008 빈티지를 꼽았다. 그는 좋은 빈티지를 소장하고 싶다면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살수록 유리하다고 더 귀띔한다. 해가 갈수록 가격이 상상 이상으로 오르기 때문이다.





샤르도네 100%로 만든 에마뉘엘 브로셰의 오 샤르도네 2008 빈티지. 제롬 프레보는 단일 품종으로 잘 쓰지 않던 피노 뫼니에를 95% 이상 사용한 고품질 와인을 만들어 세계적 명성을 얻은 생산자다. 모두 Crystal Wine에서 수입, 판매하는 RM 샴페인이다.
자크 셀로스의 서브스탕스 블랑 드 블랑 브뤼. 제롬 프레보는 단일 품종으로 잘 쓰지 않던 피노 뫼니에를 95% 이상 사용한 고품질 와인을 만들어 세계적 명성을 얻은 생산자다. 모두 Crystal Wine에서 수입, 판매하는 RM 샴페인이다.
제롬 프레보의 라 클로스리 팩시밀리 로제 블랑 드 누아. 제롬 프레보는 단일 품종으로 잘 쓰지 않던 피노 뫼니에를 95% 이상 사용한 고품질 와인을 만들어 세계적 명성을 얻은 생산자다. 모두 Crystal Wine에서 수입, 판매하는 RM 샴페인이다.


프레스티지 퀴베 샴페인 기본적으로 샴페인은 대부분 고급 와인에 속하지만, 각 하우스마다 최상급이 있다. 테트 드 퀴베(Tete de Cuvee)라고 부르는 플래그십 샴페인이다. “생산자에 따라 달라요. 크루그는 샤르도네 100%로 만드는 클로 드 메닐을 꼽을 수 있어요. 싱글 빈야드 퀴베죠. 크리스탈은 비노테크, 돔 페리뇽은 같은 품종이라도 더 장기간 숙성하는 외노테크 P2·P3가 최상급이고요. 퀴베를 지속적으로 선보이는 NM에 비해 RM 생산자들은 실험적이고 새로운 샴페인을 많이 만드는데, 크리스탈와인그룹에서 수입하는 RM의 강자 자크 셀로스(jacques selosse)는 좀 달라요. 셀로스의 주요 생산 방식인 ‘솔레라’는 삼각형 오크통에 리저브 와인을 채워 넣은 후 일정량을 빼내고 새 빈티지를 넣기를 반복하는 방식이에요. 마치 우리나라의 50년 넘은 씨간장과 비슷하게 가장 오래된 빈티지와 새 빈티지를 섞어서 만드는 셈이죠. 요즘 많은 생산자가 셀로스의 이런 방식을 따라 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만든 셀로스의 서브스탕스는 엄청난 고가에 거래되는 최상급 샴페인입니다.”
각기 다른 풍미 “너무나 많은 다양성이 존재하지만, 각 샴페인 브랜드마다 느껴지는 특징이 있어요. 특히 NM 샴페인이 그래요. 돔 페리뇽은 화약 냄새 같은 건스모크 향이 상징적으로 떠올라요. 크루그는 다른 생산자가 따라 할 수 없는 특유의 파워풀하고 묵직한 보디감이 느껴지고요. 최근 여성 와인 메이커로 바뀌면서 조금 더 편하고 섬세해지긴 했지만요. 크리스탈은 섬세하고 우아한 느낌이 나요. 크리스탈와인그룹에서 수입하는 앙리 지로(Henri Giraud)는 풍부한 오크 향이 매력적이에요. RM 샴페인 중 셀로스는 특유의 산미가 있고, 사바르라는 샴페인도 혀를 찌를 듯한 산도가 특징이에요. 제 최애 샴페인이요? 음, 죽기 전에 딱 하나만 마시라면 단연 샴페인계의 롤스로이스라 부르는 크루그죠. 어깨가 떡 벌어진 단단한 근육질 남자가 떠올라요. 요즘엔 좀 더 슬림하고 부드러운 남자 느낌인 크리스탈 샴페인을 가장 즐겨 마시지만요.”
샴페인 즐기기 축하주로 제격인 샴페인은 태어난 해, 결혼식 등 기념할 만한 해의 빈티지를 사놓았다가 건네면 그야말로 의미 깊은 선물이 된다. 또 이준혁 대표는 샴페인만큼 모든 음식에 잘 어울리는 와인이 없다고 말한다. “보통 캐비아 정도를 곁들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의외로 스테이크와도 잘 어울려요. 오늘처럼 비가 내리는 날 삼겹살에 페어링해도 그야말로 술술 들어가고요. 타닌이 많은 레드 와인은 생선 요리에 잘 안 어울리고 고기 요리에는 화이트 와인이 좀 약하지만, 샴페인은 특유의 산도 덕분에 메인 요리부터 디저트까지 손색없는 마리아주를 선보이죠.”
이준혁 대표는 오크 향이 나는 앙리 지로처럼 보디감이 강하거나 아직 어려 덜 열린 샴페인은 디캔팅해볼 것을 권했다. “보통 샴페인은 레드 와인과 달리 10분 이상 두고 즐기는 경우가 거의 없는 것 같아요. 버블이 없어질까 봐 너무 빨리 마시는 경우가 많거든요. 더 시간을 두고 마시거나 디캔팅해도 버블이 약간 줄어드는 것뿐이에요. 최소 2~3일간 두고 마셔도 버블이 살아 있어요. 오히려 풍미가 훨씬 좋아지기도 하죠. 대신 향이 너무 퍼지는 걸 방지하기 위해 볼이 좁은 디캔터를 사용하고, 마시기 2~3시간 전 마개를 열어놓아도 좋아요. 또 고급 샴페인일수록 온도가 중요해요. 너무 차게 하면 신맛이 나고, 10~12℃를 유지하면 본연의 플레이버가 더 잘 살아납니다. 샴페인도 천천히 브리딩하면서 마셔보세요. 새로운 무한한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에디터 이정주(프리랜서)
사진 박우진
장소 협찬 레 끌레 드 크리스탈 청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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