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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2-07

LA 아트신의 도약

다시 한번 미술신에서 도약을 꿈꾸는 LA 아트신의 움직임.

숀 켈리 LA에서 열린 전시 (9.17~11.5) 모습. Courtesy of Sean Kelly @Photo by Jeff McLane
아래 숀 켈리 LA 외관. Courtesy of Sean Kelly

숀 켈리와 페이스의 도전
LA에 이미 지점을 냈거나 2023년까지 오픈을 앞둔 갤러리가 족히 열 곳이 넘는다. 뉴욕의 대표 갤러리 중 하나인 숀 켈리(Sean Kelly)가 지난 9월 930m2에 달하는 새로운 공간에서 이드리스 칸(Idris Kahn)의 신작 전시로 할리우드 거리에 깃발을 꽂았다. 1991년에 오픈한 이후 뉴욕에서만 두 차례 이동하며 덩치를 키운 숀 켈리가 다음 행선지로 LA를 선택한 것. 국제적 행보를 더욱 공고히 하고 캘리포니아에 기반을 둔 여러 작가, 기관과 적극적으로 협업하고자 하는 의지다. 숀 켈리가 자리 잡은 지역은 배리어스 스몰 파이어스(Various Small Fires), 콘 갤러리(Kohn Gallery), 노나카-힐(Nonaka-Hill), 리젠 프로젝츠(Regen Projects) 같은 LA의 톱티어 갤러리가 오랫동안 지역 미술을 이끈 캘리포니아 미술 시장의 중심지다.
서울에도 지점을 낸 페이스(Pace)는 LA의 터줏대감 격인 갤러리 케인 그리핀(Kayne Griffin)을 흡수하며 지난 4월 서부에서 또 다른 발걸음을 내디뎠다. 5년 전 제임스 터렐(James Turrell) 전시로 협업한 이후 여러 프로그램을 함께한 두 갤러리는 특히 ‘캘리포니아 미니멀리즘’으로 불리는 ‘빛과 공간 운동(Light and Space Movement)’의 명맥을 잇는 작가를 수차례 선보였다. 둘 사이 깊은 유대를 생각하면 페이스 갤러리의 성공적 안착은 물론 제임스 터렐이 디자인을 맡은 케인 그리핀의 상징적 공간에 둥지를 튼 것은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나아가 블럼 앤 포(Blum & Poe), 데이비드 코댄스키 갤러리(David Kordansky Gallery), LA 루브르(LA Louver), 나이트 갤러리(Night Gallery) 같은 로컬 갤러리와 협업하며 캘리포니아의 정서를 한껏 머금은 작가를 소개하겠다고 예고했다.





페이스 LA 외관.
아래 카일리 매닝, Hold on Tight, 리넨에 유화물감, 152.4×182.9cm, 2021

1990년대의 진출과 실패
사실 페이스의 LA 진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데, 과거 1995년에 윌셔 대로에 공간을 열어 2000년까지 운영했다. 1990년대 중반 뉴욕을 비롯한 국제 무대에서 활동한 많은 갤러리스트가 LA에 새로이 전시 공간을 열었지만 지속하지 못하고 돌아가기 일쑤였다. 1990년 걸프전쟁이 야기한 8개월에 걸친 경기 침체의 여파(당시 유가가 2배나 오르고 저축대부조합의 줄도산이 이어졌다)가 여전히 캘리포니아 전역에 흉터를 남겼고, 비영리 기관이나 소규모 갤러리의 수가 적어 인프라 부족을 경험했다. 뉴욕이나 파리 같은 예술 도시와 달리 당시 이 지역 사람들은 전시를 보고 문화생활을 누리는 것에 어색함을 느꼈고, 이런 분위기는 많은 갤러리의 서부 진출을 어렵게 했다.





올가을 숀 켈리 LA에서 선보인 이드리스 칸의 작품.

왜 다시 LA인가?
경제적 관점으로 보면 실리콘밸리의 연이은 성공, 가상화폐와 함께 떠오른 신개념 현대미술인 NFT가 많은 갤러리의 LA행을 자극하는 촉매가 된 듯하다. 페이스 갤러리도 2016년부터 꾸준히 디지털 아트 메이킹을 향한 실험적 모험을 이어가 2021년엔 고유의 NFT 플랫폼인 페이스 베르소(Pace Verso)를 론칭하며 실리콘밸리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IT 기술과 예술의 융합이 익숙한 동시대에 LA는 대체 불가능한 보금자리임이 틀림없다.
전통 강자인 하우저 앤 워스(Hauser & Wirth)도 올가을 웨스트할리우드에 새로운 공간을 추가로 열었고, 메리앤 굿맨(Marian Goodman) 역시 2023년 할리우드 귀환을 예고했다. 하나같이 헤리티지가 숨 쉬는 건물에 새로이 둥지를 튼 것을 보면, 지역의 교통 편리성뿐 아니라 정서적 침투도 염두에 둔 듯하다. 내년 초 새 지점 오픈을 예고한 또 다른 거물 데이비드 즈위너(David Zwirner)는 홍콩과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의 많은 컬렉터가 LA로 관심을 돌렸다고 분석했다. 지금까지 상징적 예술 도시로서 역할을 한 뉴욕, 파리, 홍콩 등을 보면 예술의 거취가 도시의 독보적 정체성과 함께 성장한다고 볼 수 있다. 이제 LA도 도시 고유의 색채를 확고히 했다.
다만 지속된 팬데믹이 LA에도 구인난을 가져왔다. 사실 리슨 갤러리(Lisson Gallery), 쉬린(Shrine), 데이비드 즈위너와 비영리단체 LAXART는 올가을에 새로운 공간을 열 예정이었으나 2023년으로 오픈을 미뤘다. 아직도 캘리포니아의 주요 항구에는 수많은 컨테이너가 도시로 들어오지 못한 채 정박해 있다고 하니 이러한 지연 현상이 놀랍지는 않다.
하지만 걱정은 붙들어두자. LA에서는 앞서 언급한 주요 갤러리를 제외하고도 LA 카운티 미술관(LACMA), 게티 센터(Getty Center), LA 현대미술관(LA MoCA) 등 도시경관과 어우러진 대규모 미술관과 예술 교육기관이 예술 발전을 꾸준히 도왔다. 1990년대 중·후반 상황과 비교해보면, 지금은 실리콘밸리의 부활로 도시가 경제적으로 도약했고, 갤러리를 비롯한 미술관과 교육기관의 삼위일체가 이뤄낸 발전된 인프라, 자연스러운 예술의 생활화가 LA를 탄탄히 뒷받침한다. 앞으로 아트 신의 폭발적 팽창을 감당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상황이다. 지난봄 두 번째로 열린 ‘프리즈 LA’의 성공으로 LA의 예술계가 다시금 타오른다고 시사한바, 많은 갤러리가 고심해 고른 다음 이정표가 하나같이 LA를 가리키니 아름다운 예술 도시가 완벽한 재도약을 눈앞에 두고 있다.

 

에디터 백아영(summer@noblesse.com)
윤효정(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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