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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베를린과 쾰른에서 마주한 리모와의 128년 유산

FASHION

다채로운 문화와 깊은 역사를 품은 독일 베를린과 쾰른에서 리모와의 128년 유산을 마주했다. 장인정신과 혁신으로 완성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기록

리모와가 시작된 독일 쾰른에 새롭게 문을 연 플래그십 스토어 외관.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발견하는 동시에 익숙한 것의 가치를 다시금 확인하는 여정이기도 하다. 1898년 독일 쾰른에서 처음 출시한 리모와는 오랜 시간 이동 방식을 재정의하며 여행의 역사를 써 내려왔다. 그 기원이자 정체성이 살아 숨 쉬는 독일에서 리모와를 관통하는 철학과 헤리티지의 현재를 직접 경험했다. 베를린 쿨투어포룸에서 열린 제4회 리모와 디자인 프라이즈는 하우스가 추구하는 선구적 가치를 확장하는 자리였다. 모빌리티를 주제로 독일 주요 디자인 대학과 협력해 진행된 이 공모전은 심사위원들이 직접 멘토로 참여해 아이디어 구상부터 프로토타입 개발까지 함께 하며 차세대 디자이너를 발굴하고 지원한다. 올해는 환경과 사회문제에 대한 창의적 해법을 제시한 7개 프로젝트가 파이널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최종 우승은 수어를 음성언어로,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하는 웨어러블 기기 ‘NURA’를 설계한 자무엘 나겔과 파울 파일러 팀에 돌아갔다. 베를린에서 미래를 마주한 뒤, 리모와의 뿌리를 찾아 쾰른으로 향했다. 쾰른 대성당의 첨탑을 모티브로 한 모노그램에서 알 수 있듯, 이 도시는 리모와의 역사와 정체성을 상징하는 특별한 장소다. 하우스 최초의 수리 워크숍이 자리했던 인근에 새롭게 문을 연 부티크는 현지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와 협업했으며, 전통적 외관과 현대적 디자인 언어가 조화를 이룬다. 약 500m² 규모의 공간은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설치물과 애니메이션 연출이 더해진 콜로네이드가 방문객을 맞이한다. 안으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도시를 상징하는 다리에서 착안한 녹청색 계단과 엘리베이터가 눈길을 끈다. 2개 층에 걸쳐 소개하는 리모와의 방대한 아카이브와 2층 클라이언트 케어 센터는 브랜드가 오랫동안 고수해온 ‘수리가 가능한 디자인’ 철학을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이러한 철학 아래 리모와는 2022년 7월 25일 이후 구매한 모든 슈트케이스에 대해 평생 보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메저닌층 아틀리에에서 운영하는 비스포크 프로그램 ‘크래프티드 포 유’를 통해 고객은 가죽과 라이닝, 색상, 마감 디테일 등을 자유롭게 조합할 수 있다. 100만 가지 이상 조합이 가능한 이 서비스는 리모와의 제작 노하우를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오프닝 행사에서는 글로벌 앰배서더 루이스 해밀턴을 위해 제작한 바이닐 케이스가 공개돼 이목을 끌었다.

다양한 크기의 슈트케이스로 완성한 아트 월과 쾰른의 상징적 다리에서 영감받은 녹청색 계단이 공간의 아이덴티티를 대변한다.
제4회 리모와 디자인 프라이즈가 열린 베를린 쿨투어포룸.
청각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의 소통을 돕는 웨어러블 기기 ‘NURA’.

여정의 종착지는 장인정신이 집약된 매뉴팩처였다. 초기 항공기에서 영감받은 상징적 그루브 패턴을 닮은 건축물 내부에서는 수십 명의 기술자가 전통 수작업과 독일의 정밀 엔지니어링을 결합해 제품을 생산한다. 클래식 슈트케이스 하나가 완성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80분으로, 이곳에서 매주 수천 개의 제품이 탄생한다. 128년이 넘는 시간 동안 축적된 기술은 지금도 새로운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리모와가 여행의 동반자를 넘어 하나의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리모와 쾰른 플래그십 스토어 오프닝 행사를 방문한 글로벌 앰배서더 루이스 해밀턴과 ‘크래프티드 포 유’를 통해 제작한 첫 번째 바이닐 케이스.
브랜드의 협업 역사를 한눈에 보여주는 전시 공간.
알루미늄 슈트케이스의 그루브 패턴을 건축적으로 구현한 매뉴팩처 외관.
다리아 제이콥스.

Mini interview
with Daria Jacobs, Head of Brand Heritage

오랜 역사에서 오늘의 고객들이 새롭게 발견했으면 하는 장면이 있다면? 리모와의 역사를 돌아보면 장인정신과 수리에 대한 헌신이 일관되게 이어져왔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최근 아카이브 자료를 살펴보던 중 20세기 초 지역 신문에 실린 오래된 광고를 발견했는데, 당시 리모와의 전용 수리 워크숍을 소개하는 내용이었습니다. 리모와가 오래전부터 평생의 여행 동반자를 지향해왔음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역사적 기록이죠.

사용 흔적과 리페어 시간까지 브랜드 경험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것처럼 보입니다. 여행 중 생긴 긁힘이나 찌그러짐은 결함이 아닌 영광의 훈장으로 생각합니다. 시간이 지나며 생기는 아름다운 파티나는 여행자와 함께한 경험을 기억하는 일종의 여행 다이어리와도 같죠. 저는 아카이브에 남아 있는 오래된 슈트케이스를 볼 때마다 그 안에 담긴 수많은 이야기와 추억에 매료되곤 합니다. 실제로 이전 리모와 제품 소유주나 그 가족으로부터 오래된 제품을 기증받기도 하는데, 그런 제품은 오랜 시간 누군가의 여행을 함께한 기록이자 리모와가 지닌 정서적 가치를 보여주는 특별한 자료입니다.

브랜드 아카이브를 오늘의 고객과 연결하기 위해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전 세계 플래그십 스토어에 전용 아카이브 쇼케이스 공간을 마련해 고객들이 리모와의 역사를 직접 경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 크리에이티브팀과 상품기획팀 역시 과거 아카이브를 꾸준히 연구하며 새로운 영감을 얻습니다. 아카이브는 단순히 보존 대상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영감의 원천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이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클래식 알루미늄 그리드나 홀리데이 컬렉션처럼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제품이 탄생하기도 했습니다.

리모와가 앞으로 지켜나갈 핵심 가치는 무엇이며, 다음 세대에 어떤 방식으로 이어지길 바라나요? 리모와의 중심에는 독일 메종으로서 ‘Ingenieurskunst’, 즉 ‘엔지니어링의 미학’이 자리합니다. 우수한 소재와 정밀한 엔지니어링, 사려 깊은 디자인, 그리고 내구성과 수리에 대한 헌신이 이 개념에 담겨 있죠. 우리는 수십 년간 기술을 연마해온 엔지니어와 전문 테크니션을 통해 이러한 가치를 이어가고 있으며, 앞으로도 품질과 혁신이라는 유산을 다음 세대에 전하는 동시에 시대를 초월한 여행의 동반자로 남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