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대 패션 스폿 6 | Nobles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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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대 패션 스폿 6

FASHION

탁월한 미감을 바탕으로 훌륭한 셀렉션과 이야기를 전하는 패션 스폿 6. 동시대 패션을 이끄는 세계 4대 패션 도시와 도쿄, 상하이에서 선정했다.

뉴욕의 더 라인 아파트먼트, 파리의 콜레트 등 하이엔드 리테일의 황금기를 이끈 편집숍이 어느 순간 자취를 감췄다. 안목만으로 생존할 수 없는 리테일 환경의 변화 탓이다. 한때 패션 트렌드의 지형도를 그려낸 매장들은 완벽한 삶의 미학을 큐레이션하기도 했지만, 지나치게 아름다운 나머지 쇼핑 공간이 아닌 포토 스폿으로 소비되며 설 자리를 잃었다. SNS의 성장은 매출로 이어지지 않았고, 하이엔드 브랜드들이 자신의 세계관을 완벽하게 통제하기 위한 D2C 전략은 편집숍만이 지닐 수 있던 정보의 비대칭성과 권위를 무너뜨렸다. 그럼에도 소비자는 여전히 직접 경험하길 원하며 편집숍이 지닌 의외성을 발견하고자 또 다른 매장을 찾는다. 공간을 만든 이의 이야기와 고집스러운 취향이 단순 소비재 이상의 가치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숙련된 스태프와의 대화, 혹은 공간을 만든 이의 안목에서 비롯된 감각은 물건에 서사를 부여한다. 누군가의 집요한 고집이 빚어낸 아름다운 물건을 직접 경험하는 순간, 패션은 또 하나의 가치를 입는다.

@lagarconne_official
@lagarconne_official
@lagarconne_official

New York – La Gar cconne
465 Greenwich St., New York, NY 10013, USA

2005년 뉴욕 온라인 스토어로 시작한 라 가르손은 ‘보이시한 여성’을 뜻하는 프랑스어로, 젊음과 자유, 그리고 현대 여성의 모던한 사고를 의미한다. 창립자 크리스 킴이 1920년대 프랑스에서 코르셋을 벗어던지고 자유를 찾은 ‘가르손’ 정신을 뉴욕식 미니멀리즘으로 재해석했다. 온라인 시장은 저렴한 물건을 파는 곳이라는 편견이 팽배하던 시기, 그는 중성적이고 자유로운 하이엔드 실루엣에서 해방의 의미를 찾아 2014년 트라이베카에 오프라인 스토어를 오픈했다. 한국 특유의 정갈하고 차분한 여백의 미를 기반으로 한 큐레이션을 통해 오래 입을 수 있는 하이엔드 피스를 제안한다. 2016년에는 남성복 라인을 론칭했고, 이후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카테고리를 정교하게 확장했다.

leclaireur.com
leclaireur.com

Paris – L’Eclaireur Sévigné
40 Rue de Sévigné, 75003 Paris, France

1980년 문을 연 레클뢰르는 강렬하고 예술적인 하이엔드 스타일을 지향한다. 패션에 큐레이션이라는 개념을 도입한 선구자로 불리는 아르망·마르틴 하디다 부부가 설립한 매장으로, 이곳이 등장한 이후 편집숍이 디렉터의 취향을 전시하는 공간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각가나 현대미술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는가 하면, 파리 패션 위크 기간에는 부부의 안목으로 선별한 신예 브랜드를 위해 매장 전면을 내어주는 등용문 역할을 한다.

@antoniolieu
ANN DEMEULEMEESTER

Milano – Antonioli
Via Pasquale Paoli, 1, 20143 Milano MI, Italy

1987년, 40여 년간 다크한 인테리어와 정교한 조명으로 어두운 미학을 구축해온 클라우디오 안토니올리가 설립한 매장은 하이엔드와 아방가르드 스타일을 밀도 높게 큐레이션한다. 그는 릭 오웬스의 마니아적 취향이 유럽 패션계에 안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가 하면, 버질 아블로와 뉴 가즈 그룹을 결성해 오프화이트를 설립하고, 최근에는 경영난을 겪던 앤 드뮐미스터를 인수하는 등 실험적 취향과 패션을 향한 날 선 안목을 자랑한다. 비정기적으로 언더그라운드 아티스트 전시와 브랜드 아카이브 전시, 밀라노 패션 위크 기간에 각종 이벤트를 개최하며 문화적 허브 역할도 마다하지 않는다.

@dongliang_official
@dongliang_official

Shanghai – Dongliang
No. 188, Wuyi Rd., Changning District, Shanghai 200000, China

동량은 중국 디자이너의 재능을 전 세계에 알린 편집숍이다. 2009년 베이징의 작은 골목에서 시작된 매장은 가공 무역의 중심지였던 중국의 패션 정체성에 고유한 숨결을 불어넣었다. 상하이의 옛 조계지에 위치한 매장은 특히 남다르다. 오래된 서양식 주택의 방 하나하나를 개별 쇼룸으로 구성해 감각적 서사를 펼쳐낸 공간은 밀도 높은 감도와 사적인 경험을 공유한다. 초기에는 중국 디자이너 브랜드만 다뤘지만, 현재에는 더 로우, 르메르, 질 샌더 등 콰이어트 럭셔리 브랜드부터 아워레가시 같은 동시대 브랜드를 제안하며 다양한 셀렉션을 선보인다.

arts-science.com
HYEJEONG KIM

Tokyo – Arts & Science Aoyama
4-23-11 Minami Aoyama Minoto-Ku Tokyo, Japan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스타일리스트 소냐 박이 좋은 물건을 소개하기 위해 2003년 문을 연 작은 상점 아츠 & 사이언스는 세분화된 취향을 제시한다. 하나의 매장을 크게 확장하는 형태가 아닌 용도와 기능에 따라 상점을 세분화한 방식도 흥미롭다. 여성복을 다루는 아오야마점, 남성복과 유니섹스를 제안하는 오버 더 카운터(Over the Counter)점, 홈웨어를 중심으로 한 힌(HIN)점 등 카테고리를 구분해 보다 깊이 있는 몰입을 제공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가치를 더하는 물건을 수집해 선보이기에 특정 유명 브랜드를 찾기는 어렵지만, 타협하지 않는 고집스러운 취향과 퀄리티가 독보적 세계관을 구축한다.

brownsfashion.com
brownsfashion.com
RENE CAOVILLA

London – Browns
39 Brook St., London W1K 4JE, UK

1970년 오픈한 뒤 런던의 상징적 편집숍으로 자리매김한 브라운즈. 뛰어난 안목을 갖춘 바이어 조앤 버스틴이 설립했다. 그녀는 대학 시절 졸업 작품 쇼를 준비하던 존 갈리아노와 10대 시절의 마놀로 블라닉을 발굴하는가 하면, 알렉산더 맥퀸의 초기 컬렉션을 알아보고 그를 하이엔드 신으로 끌어올린 전설적 인물이다. 2015년 파페치에 매각되고, 2023년 쿠팡이 파페치를 매수하면서 브라운즈 역시 쿠팡이 운영 중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파페치의 데이터와 큐레이션 일부를 신예 브랜드 발굴에 꾸준히 투자하는 원칙을 고수하면서 날카로운 감각을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