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뷰티, 위대한 향수 하우스의 비전
〈노블레스〉가 샤넬로부터 특별한 초대장을 받았다. 상하이에서 펼쳐진 여정을 따라, 샤넬만의 조향 철학과 향수 예술의 깊이를 더욱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었다.

1921년 전설의 시작, N°5
CHANEL Grand Parfumeur(샤넬 그랑드 퍼퓨머), 그 시작은 샤넬의 상징적 향수 N°5에서 출발했다. 전설적 향수의 탄생을 알린 N°5는 시작부터 장인정신과 혁신이 바탕이 되었다. 1921년 꾸뛰리에와 조향사의 세계가 완전히 분리된 시대, 가브리엘 샤넬은 당시의 규칙에 얽매이지 않고 조향사 에르네스트 보(Ernest Beaux)를 만나 원하는 향을 직접 설명했다. 그녀가 원한 것은 단순히 아름다운 꽃향기가 아니었다. ‘여성의 향기를 지닌 여성 향수’를 원했던 가브리엘 샤넬은 그가 제안한 여러 샘플 중 다섯 번째 샘플을 선택했다. 그라스 쟈스민을 비롯한 플로럴 노트와 알데하이드를 대담하게 사용해 기존 향수와 다른 새로운 깊이를 만든 향이었다. 가브리엘 샤넬의 별자리이자 12개 별자리 중 다섯 번째인 사자자리를 기념하는 숫자 5는 그렇게 전설이 되었고, 이후 출시된 모든 샤넬 향수 스타일에 영감을 선사했다. 샤넬에 시대를 초월한다는 것은 변함없는 가치를 지켜나가는 것. N°5 스타일과 노트는 변함없으며, 탄생 후 한 세기가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언제나 그러했듯이 본연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INTERVIEW
with Sylvie Legastelois
이번 행사에서는 샤넬 하우스 조향사 올리비에 뽈쥬와 샤넬 뷰티 패키지 크리에이션 & 그래픽 아이덴티티 디렉터 실비 레가스텔로이스가 참여한 토크 세션을 통해 샤넬이 바라보는 향수와 창조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었다. 조향과 디자인이라는 서로 다른 영역에서 샤넬의 향수 세계를 완성하는 두 전문가의 이야기를 통해 하우스가 추구하는 창조적 자유와 탁월한 장인정신을 더욱 깊이 이해하는 자리였다.
샤넬은 시대를 초월한 디자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샤넬 향수 보틀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이 궁금합니다. 샤넬 향수의 모든 것은 N°5에서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이어온 N°5는 지금도 샤넬 향수의 중심에 자리합니다. 오랜 시간 보틀의 디자인을 완전히 바꾸기보다는 기존 스타일을 지키면서 작은 디테일을 더하는 방식으로 변화해왔습니다. 중요한 점은 원래 디자인과 정체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시대에 맞는 현대성을 유지하는 것이었죠. N°5 보틀은 이미 충분히 모던하고 시대를 초월한 디자인이기에 우리는 그 정체성을 계속 지켜가고 싶습니다.
엑스트레 드 빠르펭은 보틀을 개봉하는 순간부터 특별한 리추얼을 만들어냅니다. 향을 즐기는 과정에서 이러한 경험 설계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엑스트레 드 빠르펭 보틀은 전통적 방식으로 봉인되어 있습니다. 처음 사용할 때 전용 실 커터로 보틀 입구를 감싼 면실을 직접 잘라야 하는데, 저는 이 개봉 과정 자체가 향수를 경험하는 리추얼의 일부라고 생각합니다. 보틀을 열고 향을 마주하는 순간, ‘이 안에 샤넬의 전문성과 정성이 담겨 있구나’라고 느끼기를 바랍니다. 향수는 단순히 향을 전달하는 제품이 아니라 하나의 감각적 경험을 만들어내기 때문입니다.
주얼리 박스가 연상되는 엑스트레 드 빠르펭 세트의 새로운 박스 패키지도 인상적입니다. 이 형태는 기존 패키지와 N°5 캡에서 영감받았습니다. 동시에 파리 방돔 광장의 기하학적 형태를 떠올리게 하죠. 방돔 광장은 가브리엘 샤넬이 오랜 시간 머문 리츠 호텔이 자리한 특별한 장소입니다. 그래서 이 패키지는 향수를 담는 상자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또 말씀하신 것처럼 주얼리 박스와도 닮았습니다. 집에서 박스를 열고, 향수를 꺼내고, 다시 정성스럽게 닫아 보관하는 모든 과정이 하나의 특별한 리추얼이 되는 거죠.
올리비에 뽈쥬와의 협업 과정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저는 가장 먼저 올리비에 뽈쥬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디자이너로서 조향사가 무엇을 원하는지, 다음 향수를 어떻게 구상하고 있는지, 어떤 원료를 고려하는지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보틀 자체로도 매력을 느끼길 바라지만, 가장 중요한 제 역할은 향수를 돋보이게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보틀은 오히려 심플해야 합니다.

진정한 가치는 디테일에서 나오는데, 샤넬 디자인에서 꼭 발견해주길 바라는 디테일이 있다면요? 가브리엘 샤넬은 “럭셔리는 보이지 않는 곳에 있다”는 취지의 말을 남겼습니다. 처음에는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작은 디테일에도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보틀을 닫을 때 자석이 정확하게 맞물리며 만들어내는 소리 역시 의도된 경험의 일부입니다.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사용자가 제품의 정교함을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죠. 안쪽의 뚜껑에 새겨진 CC 로고도 마찬가지입니다. ‘왜 굳이 보이지 않는 안쪽에 CC 로고를 새겼을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저는 언제나 이 로고를 제품 가까이에 두고 싶었습니다. ‘살아 있는 디테일’이라고 생각하니까요. 샤넬 제품을 완성하는 것은 눈에 보이는 디자인뿐 아니라 사용자가 제품을 경험하는 모든 순간에 담긴 세심한 디테일입니다. 즉 시각적 요소만이 아니라 오감을 고려합니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손으로 만지는 모든 감각을 통해 제품을 경험해야 합니다. 저는 이런 요소들이 향수를 경험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시간이 지나도 변함없는 샤넬 디자인의 본질은 무엇인가요? 심플함, 탁월함, 그리고 이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에게 기쁨과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향수를 손에 쥐었을 때 자부심을 느낄 수 있어야 하죠. 그런데 심플한 디자인을 구현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오히려 심플할수록 완벽에 가까워야 하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완벽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완벽에 가까워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합니다. 실제로 공급업체에서도 “보기에는 단순하지만 실제로 구현하기는 어렵다”고 말할 정도입니다. 사실 심플할수록 완성도가 중요합니다. 럭셔리한 심플함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완벽을 추구할 수밖에 없습니다.
샤넬의 보틀을 디자인한다는 것은 향 자체뿐 아니라 하우스의 과거와 미래를 함께 다루는 일인 것 같습니다. 가장 큰 책임으로 다가오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제 첫 번째 임무는 가브리엘 샤넬이라는 위대한 여성의 DNA와 샤넬의 역사를 존중하는 것입니다. 샤넬에는 우리만의 고유한 코드가 있습니다. 다양한 디자인 언어와 우리만의 알파벳, 샤넬만 사용하는 로고도 있습니다. 이렇듯 유산이 풍부하다는 것은 큰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만큼 과거를 지켜야 할 책임도 따릅니다. 동시에 또 다른 미션은 혁신입니다. 시대를 앞서가야 하죠. 그리고 이제는 지속가능성을 고민해야 합니다. 이번에 선보인 레 젝스트레 드 샤넬 펄스 스프레이는 유리와 금속 소재를 중심으로 평생 리필해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샤넬의 디자인은 과거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그 유산을 바탕으로 미래를 향해 계속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INTERVIEW
with Olivier Polge
샤넬에 N°5는 어떤 존재인가요? 샤넬 향수를 이야기하면서 N°5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당시만 해도 패션과 향수 세계는 완전히 분리되어 있었습니다. 가브리엘 샤넬은 패션 디자이너의 스타일과 철학을 향수로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한 최초의 인물 중 한 명이었죠. 향수는 단순히 원료의 향을 전달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스타일을 표현하고, 나아가 그 사람의 정신과 감성까지 담아낼 수 있다는 믿음이었습니다. N°5는 지금도 향수를 개발하고 창조하는 데 하나의 기준이 됩니다. 동시에 샤넬이 향수를 바라보고, 향수를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철학의 기준이기도 합니다.
4대에 걸쳐 이어온 인하우스 조향사의 전통은 샤넬의 독보적 유산입니다. 네 번째 인하우스 조향사로서 이러한 헤리티지를 설명한다면요? 샤넬이 독보적인 이유 중 하나는 향수를 인하우스에서 직접 개발하고 제작한다는 점입니다. 여기에 샤넬 조향사의 계보가 자연스럽게 이어져온 점도 중요합니다. 각 조향사는 전임자를 직접 만나 작업 방식과 노하우를 배우고 전수받았습니다. 어떤 품질의 원료가 중요한지, 왜 샤넬이 특정 쟈스민을 선호하는지 등 세밀한 지식까지 세대를 거쳐 이어져온 거죠. 물론 시대가 변하면서 향수를 개발하는 방식도 진화합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샤넬만의 미적 감각과 창조에 대한 철학입니다. 시대에 따라 새로운 기술과 방식을 받아들이지만, 중요한 것은 그 모든 변화 속에서도 샤넬의 스타일을 잃지 않는 것입니다.
영감의 시작은 무엇입니까? 원료인가요, 아니면 직관적 아이디어인가요? 사실 창의적 마인드셋을 지녔다면 영감은 어디서나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레 젝스클루시프를 이야기할 때는 더욱 그렇습니다. 대부분의 향수는 가브리엘 샤넬에 의미가 있었던 사람이나 장소, 혹은 오브제에서 출발합니다. 예를 들어 ‘꼬로망델’은 가브리엘 샤넬이 사랑했던 꼬로망델 래커 병풍에서 영감받았습니다. 이처럼 출발점은 무엇이든 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영감을 어떻게 향으로 풀어내느냐입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결국 ‘원료’가 있습니다. 하나의 오브제나 장소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특정 원료를 만나고, 조향사를 통해 완성되는 거죠.
그라스의 꽃밭도 중요하죠. 샤넬 향수만의 진귀하고 독보적인 위치는 원료에서부터 시작한다고 봐도 될까요? 가장 귀한 것은 자연과 토양이라고 생각합니다. N°5를 만들면서 샤넬은 재배지를 직접 운영하고 관리하게 되었습니다. 토양과 기후가 원료와 향수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게 되었거든요. 그라스에서는 쟈스민, 메이 로즈, 투베로즈, 아이리스 등의 원료를 직접 관리합니다. 이런 장인정신 덕분에 포뮬러와 향수의 정체성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특정 원료를 다양하게 해석하며 여러 질감과 텍스처를 탐구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지식이 쌓이면서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향의 팔레트도 더욱 다양해졌습니다. 또 창작의 자유를 가능하게 하는 한 축은 우리가 직접 보유한 장인 기술입니다. 원료 추출 시설과 파리 근교의 향수 제조 시설을 직접 관리하고, 필요한 도구와 기술을 내부에 갖추고 있습니다.

오른쪽 유리로 정교하게 구현한 꽃과 식물 사이에서 실제 원료의 향을 직접 맡아볼 수 있었다.
엑스트레는 단순히 농도 짙은 향수가 아니라 가장 진귀한 향수 형태로 여겨집니다. 조향사에게 이 카테고리는 어떤 특별함이 있나요? 엑스트레는 기존 향수의 시그너처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고, 향 자체를 주인공으로 만들겠다는 의도로 개발되었습니다. 샤넬의 첫 향수인 N°5 역시 엑스트레 형태에서 출발했습니다. 엑스트레는 사용하는 방식 자체가 하나의 특별한 리추얼이 됩니다. 몇 방울만으로도 충분한 존재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다른 농도의 향수와 차이가 있습니다. 레 젝스클루시프도 밀도와 텍스처가 있지만, 엑스트레는 그 특성을 더 집중적으로 표현합니다. 포뮬러에서도 꽃 향을 강조하거나 우디한 향에 깊이를 더하는 방식으로 각 향의 특징을 강화합니다. 의상에 비유하면, 캐주얼 룩과 정장 룩의 차이와 비슷합니다. 각 캐주얼 룩과 정장 룩의 소재나 인상이 다르듯, 두 컬렉션의 차이도 그런 식으로 이해하면 될 것입니다.
1957 향이 엑스트레로 새롭게 표현되었습니다. 1957 엑스트레 드 빠르펭은 어떻게 개발하게 됐나요? 1957은 피부를 감싸는 듯한 향입니다. 중심에는 머스크 노트가 있지만, 머스크만으로 구성하면 자칫 일차원적 향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원료를 더해야 볼륨과 대비를 살릴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1957 엑스트레 드 빠르펭은 아이리스 팔리다를 비롯한 일부 원료의 존재감을 높여 향의 깊이와 볼륨을 강화했습니다. 아이리스 팔리다는 단독으로 맡았을 때 강렬한 향은 아니지만, 향수에 소량만 넣어도 전체 구성에 볼륨과 깊이를 더합니다. 1957 엑스트레 드 빠르펭이 아름다운 이유는 피부의 온기와 만나면서 새로운 뉘앙스를 만들기 때문이죠.
올리비에 뽈쥬에게 진정한 하이엔드 향수란 무엇인가요? 진정한 하이엔드는 정교함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정교함은 단순히 좋은 원료를 사용하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하나의 향수를 여러 각도에서, 충분한 시간을 들여 경험해야 비로소 발견할 수 있는 섬세한 면이 있기 때문이죠. 가끔 “어떻게 하면 사용자가 엑스트레의 가치를 충분히 누리고 즐길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을 받습니다. 제가 권하고 싶은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향수와 24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입니다. 그래야 향수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고, 얼마나 풍부하고 매력적인 구성인지 온전히 경험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옷을 살 때도 비슷하지 않을까요. 처음에는 단순히 마음에 든다고 생각했다가, 며칠 지나 다시 입어보면서 ‘정말 잘 샀구나’라고 느끼는 순간이 있습니다. 하이엔드 향수도 마찬가지입니다.
- 에디터 김현정
- 사진 샤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