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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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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맞아 책의 결을 누구보다 섬세하게 읽어내는 출판사 편집자들에게
한 해 동안 두고두고 곱씹게 될 ‘마음의 책’을 물었다.

2026년, 나만의 체크리스트를 준비하는 일은 묘한 설렘과 기대를 갖게 한다. 캘린더, 다이어리를 마련하는 등 한 해를 살아갈 마음가짐과 목표를 하나둘 새기다 보면 새해의 시작을 열어줄 책을 골라보는 의미 있는 고민에 빠지기도 할 터. 그렇게 고른 한 권의 책에는 새로운 다짐과 방향, 그리고 앞으로의 시간을 살아낼 작은 용기가 담기기 마련이다.

<보조 영혼>은 201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김복희 시인의 네 번째 시집이다. 인간과 사물, 현실과 환상, 삶과 죽음의 영역을 자유롭게 넘나들면서도 현실에 단단히 발 붙이고 선 목소리로 허기진 영혼을 위로하는 그의 시 세계는 세상에 없는 노래로 희망을 수확한다. 특히 이 시집에 이르러 시인은 주체와 객체의 위치를 자유자재로 오가며 자장을 넓혀가는데, 탄생에서 소멸로 이어지는 숙명 앞에서 인간이기도, 비인간이기도 한 존재들은 서로를 비추던 거울을 깨고 나와 마음껏 뒤섞이며 삶을 보듬는다. 시집을 추천한 문학과지성사 허단 편집자는 “수많은 결심과 함께 시작한 한 해를 부지런히 살아가는 동안 우리의 영혼은 끊임없이 변할 것”이라며 “무언가 달라질 거라는 믿음으로 각자 영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동안 자신만큼이나 희망이 간절한 타인의 삶이 언뜻 스칠 때 그 존재는 더욱 애틋해진다”라고 전했다. 그렇게 따로, 또 같이 달라지며 전속력으로 고독을 뚫고 사랑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한 줌의 용기와 다정이 필요한 이에게 김복희의 <보조 영혼>을 곁에 두길 권한다.

민음사 박혜진 편집자는 레프 톨스토이의 단편선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꼽았다. 이 책은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 등 대문호의 명성을 얻고도 ‘죽음’이라는 실존적 공포와 마주한 톨스토이가 50대 이후 써 내려간 여섯 편의 이야기를 엮은 것이다. 지독한 우울과 불안의 끝에서 삶의 허무에 매몰되지 않고 새로운 삶의 의미와 윤리, 그리고 삶을 사랑해야 할 이유를 찾아내는 그의 발자취를 좇다 보면 저마다 ‘사람은 OO으로 산다’는 문장 속 빈칸이 자연스레 떠오르는 순간이 찾아올지도 모른다. “톨스토이가 자신이 깨달은 것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 했다는 것, 그것이 곧 ‘OO’에 대한 힌트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답과 톨스토이의 답을 비교해보며 2026년 한 해 동안 스스로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과연 무엇일지 발견하기를 바랍니다.” 박혜진 편집자의 설명이다.

철학으로 인생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자는 변종 자기 계발서가 범람하는 오늘날, 을유문화사 최원호 편집자는 진짜 철학 전문가인 문성훈 교수가 쓴 <나를 돌보는 철학>을 제안한다. 세상이 가리키는 방향과 요구에 맞춰 살다 자기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법을 잃어버린 현대인을 위해 자기를 아는 방법과 자신을 돌보는 법을 원점에서부터 다시 살피는 책이다. “‘자기 돌봄’은 미셸 푸코가 정리한 개념으로, 각자 자기 삶의 목표를 스스로 고민하고 이에 맞게 자신을 변모시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기에 자기 돌봄에는 좋은 삶이라는 레퍼런스가 정해져 있지 않죠. 각자의 고민에 따라 그 삶의 형태 역시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이게 좋은 것’이라고 지목하는 대신, 다시금 나 자신과 깊이 연결되도록 이끄는 <나를 돌보는 철학>과 함께 사유가 깃든 한 해를 보냈으면 합니다.”

  • 에디터 손지수(sjs@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