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About Art
카타르 국립박물관 개관 50주년과 카타르 뮤지엄스 설립 20주년을 맞은 도하는 아트의 도시로 빛나고 있다. 렘 콜하스의 농촌 프로젝트부터 I. M. 페이 회고전, 아랍 현대미술 작가 그룹전과 새로운 공공 미술 작품까지. 예술과 건축, 도시와 미래가 교차하는 도하라는 무대 위에서 교차한다.
도하가 아트로 들썩이고 있다. 올해 카타르 국립박물관 개관 50주년, 카타르의 문화 예술 핵심 기관 카타르 뮤지엄스(Qatar Museums, QM) 설립 20주년을 기념해 지난 10월 말 대규모 전시 시즌을 개막한 것. 18개월간 이어지는 ‘Evolution Nation’ 캠페인의 일환으로 열리는 이 행사에는 카타르 국립박물관은 물론 M7, 이슬람 미술관(MIA), 알 리왁(Al Riwaq), 마타프(Mathaf) 등 도시 전역을 아우르는 갤러리와 미술관, 문화 기관이 폭넓게 참여해 의미가 더욱 특별하다. 반세기 동안 축적된 국가적 서사와 지난 20년의 제도적 확장이 교차하며 예술과 건축, 디자인, 패션, 스포츠, 자연이 정교하게 맞물린 카타르의 아트 신을 확인할 수 있다.
그 중심에는 1975년 셰이크 압둘라 빈 자심 궁전에 문을 연 카타르 국립박물관이 있다. 2019년 세계적 건축가 장 누벨의 ‘사막의 장미’ 건축으로 재탄생한 이곳은 카타르의 과거와 미래를 잇는 문화적 심장부다. 개관 5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 〈A Nation’s Legacy, A People’s Memory: Fifty Years Told〉(10월 24일~2026년 1월 31일)는 이 박물관의 지난 반세기 궤적을 기록한다. 문화유산 보존에서 교육, 외교, 커뮤니티로 확장된 박물관의 역할을 아카이브와 오브제로 보여주며 한 국가의 정체성이 어떻게 ‘기억의 기관’을 통해 구축되어왔는지 조명한다. 한편 〈Countryside: A Place to Live, Not to Leave〉(10월 29일~2026년 4월 29일)는 또 한 명의 스타 건축가 렘 콜하스와 사미르 반탈이 이끄는 OMA의 리서치 스튜디오 AMO가 큐레이션한 프로젝트다. 100여 명의 국제 협력자와 함께 전 세계 농촌의 변화를 탐구하며, 도시 밖 삶의 가능성과 농촌의 잠재력을 조명한다. 2020년 뉴욕 구겐하임에서 열린 전시 〈Countryside, The Future〉의 연장선으로, 이번 도하 버전에서는 공예 · 디자인 분야의 전문 직업학교인 카타르 준비 학교(Qatar Preparatory School, QPS) 교실을 연구와 토론을 위한 실험실로 탈바꿈해 1년간 프로그램을 진행한 후 전시 종료 시점에 ‘살아 있는 선언문’ 형태로 완성할 예정이다.
다음으로 살펴볼 곳은 패션, 디자인, 혁신의 교차점을 구현하는 창조 허브, M7이다. 〈FTA: Threads of Impact〉(10월 27일~2026년 1월 3일)는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의 신진 패션 디자이너를 발굴 · 지원하는 비영리 조직 패션 트러스트 아라비아(Fashion Trust Arabia, FTA) 론칭 7주년을 기념, 80여 명의 디자이너가 재구성한 아랍 패션의 현재를 보여준다. 이어서 〈Houbara Haven: A Chaumet Tiara〉(10월 27일~2026년 1월 17일)는 카타르 아티스트 아이샤 알라티야(Aisha Alattiya)가 디자인하고 파리의 하이 주얼리 메종 쇼메가 제작한 맞춤형 티아라의 창작 과정을 공개하며 협업의 미학과 장인정신을 전한다. 마지막으로 〈Amazigh Hair Couture〉(10월 27일~2026년 1월 12일)는 북아프리카 아마지그 여성의 전통 머리 장식을 ‘기억’과 ‘자긍심’의 언어로 복원하며 지역적 미학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
이와 함께 도하의 상징적 건축물인 MIA와 알 리왁에서는 건축가 I. M. 페이의 작품 세계를 집중 조명한다. 알 리왁에서 진행 중인 〈I. M. Pei: Life is Architecture〉(10월 30일~2026년 2월 14일)는 홍콩 M+ 뮤지엄에서 2024년 6월부터 2025년 1월까지 열린 동명 전시를 옮겨온 것으로 워싱턴DC 국립미술관 동관, 루브르 피라미드, 홍콩 중국은행 타워, 도하 MIA에 이르는 그의 대표작을 드로잉과 모형, 아카이브로 재구성하고, MIA의 〈I. M. Pei and the Making of the Museum of Islamic Art〉(10월 30일~2026년 2월 14일)는 그가 직접 설계한 MIA 건축 과정과 이슬람 건축의 본질에 대한 탐구를 다룬다. 야외 MIA 파크에는 페터 피슐리 & 다비트 바이스의 ‘Rock on Top of Another Rock’을 새로 설치해 균형과 불안정, 생성과 소멸의 은유를 이끌어내며, 리크릿 티라바니자의 ‘Untitled 2025(No Bread No Ashes)’는 야외 화덕에서 직접 빵을 구워 관람객과 나누는 퍼포먼스를 통해 환대의 감각을 공유한다.
한편, 아랍 현대미술의 중심지 마타프는 개관 15주년을 맞아 그룹전 〈we refuse_d〉(10월 31일~2026년 2월 9일)를 선보인다. 독일 철학자 해나 아렌트의 〈We Refugees〉와 19세기 ‘살롱 데 레퓌제(Salon des Refusés)’를 모티브로 한 전시로, 팔레스타인 화가 사미아 할라비(Samia A. Halaby), 시리아 설치 작가 모나 하툼(Mona Hatoum), 프랑스 작가 카데르 아티아(Kader Attia) 등이 참여해 ‘거부, 인내, 자유’의 긴장을 탐색한다. 이들은 개인적 경험과 정치적 현실을 예술로 전환하며 경계를 넘는 연대를 형상화한다. 아울러 소방서를 레노베이션한 아티스트 레지던시 파이어 스테이션(Fire Station)에서는 〈Portals in Flux〉(10월 28일~12월 31일)가 열린다. 도하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 15인이 사막, 우주, 일상, 가정 등을 주제로 작업한 작품을 선보이며 소리, 향, 질감이 어우러진 감각적 공간을 연출하는데, 로컬 아티스트의 작업을 살펴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여서 더욱 반갑다.
이렇듯 도하는 각 기관이 서로 다른 개성의 전시를 펼치면서도, 하나의 유기적 서사로 도시의 문화 정체성을 완성해가고 있다. 국립박물관은 기억과 시간을, M7은 창의 산업의 현재를, MIA와 알 리왁은 건축과 공공성의 미학을, 마타프는 예술의 담론을, 파이어 스테이션은 아트 신의 미래를 대변한다.
한편, 내년 2월에는 도하가 또 하나의 역사적 장면을 맞이한다. 세계 최대 아트 페어인 ‘아트 바젤’이 처음으로 중동에 진출해 ‘아트 바젤 카타르’를 선보이는 것. 스위스 바젤을 기점으로 마이애미, 홍콩으로 확장해온 이 글로벌 아트 플랫폼이 도하를 새로운 축으로 선택한 것은 카타르가 지난 20년간 구축한 탄탄한 문화 인프라와 예술 생태계에 대한 신뢰의 표현이기도 하다. 축적된 시간 위에 예술의 미래를 그리고 있는 도하는 지금, 글로벌 아트 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준비를 마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