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드 90주년 너머의 빛 | Nobles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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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드 90주년 너머의 빛

FASH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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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드가 창립 90주년을 맞았다. 빛을 향해 나아가는 본능과 우연을 운명으로 바꾸는 믿음. 오늘날에도 변함없는 메종의 정체성을 이루는 근원은 창립자 프레드 사무엘이 세상을 바라보던 방식이다.

골드에 사파이어와 멀티컬러 사파이어,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새 모티브 브로치. 1991년, 프레드 헤리티지 컬렉션.
마고 헤밍웨이와 솔레이 도르. 1977년.
프랑스 파리 루 로얄 6번가의 부티크 전경. 1960년, 프레드 헤리티지 아카이브. ⓒ Michel Cambazard
18K 옐로 골드에 래디언트 컷 화이트 다이아몬드 센터 스톤과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 54개를 파베 세팅하고, 다이아몬드 컷 체인에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 3개를 세팅한 솔레이 도르 선라이즈 네크리스.

찬란한 기회를 영원히 빛나는 운명으로 바꾸고자 한 태도, 언제나 삶의 눈부신 방향을 향해 나아가려는 의지. 프레드 창립자 프레드 사무엘이 걸어온 여정이다. 타고난 낙천주의자였던 그는 자신의 운명에 대한 믿음을 단 한 번도 내려놓지 않았다. 삶에 스며든 우연한 행운을 스스로의 의지로 지속되는 운명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여겼다. 행운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며, 결국 하나의 방향이 되어 삶을 이끈다는 확신이었다. 이러한 정신은 그의 가족으로부터 비롯되었다. 유럽에서 발발한 전쟁을 피해 프랑스 동부 알자스-로렌을 떠나 아르헨티나로 이주한 주얼러 가문에서 1908년 8월 3일 태어난 프레드 사무엘은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강렬한 빛과 색채 속에서 성장하며 주얼러였던 아버지 알베르 사무엘의 영향 아래 보석과 자연스럽게 가까이할 수 있었다. 타고난 기질과 환경, 그리고 빛과 컬러에 대한 감각은 이후 그의 창작 세계를 형성하는 근간이 되었다.

골드에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클로버 펜던트와 조키(Jockey) 체인. 1976년, 프레드 헤리티지 컬렉션.
핑크 골드에 페어 컷 다이아몬드와 화이트 다이아몬드를 풀 파베 세팅한 뉴 샹스 인피니 링.
18K 화이트 골드에 페어 컷 다이아몬드(0.5캐럿)를 센터 스톤에 장식하고 다이아몬드를 풀 파베 세팅한 뉴 상스 인피니 이어링.
플라잉 더치맨 유럽 선수권 대회에 참가한 헨리와 장 사무엘. 1962년, 프레드 프라이빗 컬렉션.
프레드 사무엘과 헨리 사무엘, 발레리 사무엘. 1995년, 프레드 헤리티지 아카이브. ⓒ Studio Voltaire

1936년, 세계경제 위기라는 불확실성 속에서 메종을 시작한 프레드 사무엘은 두려움보다는 용기를 택했다. 어쩌면 젊음에서 비롯된 직관적 결단이었을지도 모른다. 서른이 채 되지 않은 나이였지만, 리스크를 피하기보다 정면으로 마주하는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물려받은 기업가 정신을 바탕으로 기존 주얼리 하우스들이 자리하던 방돔 광장이 아닌 루 로얄 6번가에 첫 부티크를 열며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과감한 결심에는 보석과 진주 분야에서 그를 이끌어준 멘토 웜스 형제의 신뢰와 지지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후 그는 진주 분야의 전문가로 자리매김하며 파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양식 진주 컬렉션을 선보이는 주얼러로 명성을 쌓았다. 프레드 사무엘의 대담함은 명함에 새겨진 문구에서도 분명히 드러난다. ‘창의적이고 현대적인 주얼러(Modern Jeweler Creator).’ 이는 스스로의 비전을 함축한 문장이다. 그는 주얼리가 특정한 순간을 위한 오브제를 넘어 삶의 다양한 장면을 비추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믿었다.

골드에 라피스라줄리, 코럴,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네크리스. 1971년, 프레드 헤리티지 컬렉션.
모나코 로에즈 호텔 내 프레드 부티크 오픈 행사에서 그레이스 켈리 모나코 왕비에게 전갈 펜던트를 전달하는 프레드 사무엘. 1976년, 프레드 헤리티지 아카이브.
골드에 에나멜을 세팅한 파트 드 팡테르 컬렉션 링. 1960년대, 프레드 헤리티지 컬렉션.
골드와 플래티넘에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보우 브로치. 1945년대, 프레드 헤리티지 컬렉션.

캐주얼하면서도 시크하고, 젠더의 경계를 넘나드는 스타일을 제안하며 당시로서는 새로운 감각의 주얼리 영역을 확장했다. 대표적 예로 1930년대부터 일상과 특별한 순간을 유연하게 넘나드는 트랜스포머블 주얼리를 선보였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펜던트로 변형 가능한 브로치, 형태를 자유롭게 바꿀 수 있는 티아라 등 착용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변화하는 구조는 현재 메종의 시그너처로 자리 잡았다. 프레드 사무엘이 유지한 삶의 철학은 오늘날까지 메종의 다양한 컬렉션에 고스란히 스며 있다. 네잎클로버 같은 상징적 오브제부터 비밀스러운 약속을 형상화한 골드 리본, 그리고 무한을 의미하는 매듭에 이르기까지 디자인 전반에 행운을 상징하는 모티브가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특히 숫자 8은 그의 삶 전반에 걸쳐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탄생한 달과 연도, 첫 부티크를 연 나이, 그리고 파리 8구라는 장소까지 그의 여정을 관통하는 중요한 코드다. 이러한 의미가 축적된 모티브는 ‘샹스 인피니’ 컬렉션의 상징으로 이어지며 일상 속 행운을 기원하는 오브제이자 그가 중요하게 여겼던 운명적 상징에 대한 오마주이기도 하다. 이러한 창립자의 정신은 오늘날에도 형태를 달리하며 이어지고 있다. 그 흐름의 중심에는 창립자의 손녀이자 부사장 겸 아티스틱 디렉터 발레리 사무엘이 있다. 그녀는 메종 고유의 유산을 바탕으로 대담함과 자유로운 감각을 동시대적으로 풀어내며 프레드의 정체성을 확장하고 있다. 창립자가 구축한 철학과 태도는 세대를 거치며 표현의 방식은 달라졌지만 여전히 같은 방향을 향한다. 빛과 기쁨, 그리고 삶을 대하는 낙천적인 시선. 그것이 바로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이어져온 프레드의 본질이다.

발레리 사무엘.
2026년 새롭게 출시된 18K 옐로 골드에 다이아몬드 센터 스톤을 장식한 풀 파베 다이아몬드 버클, 태슬과 네크리스 체인에 다이아몬드(약 8.9캐럿)를 풀 파베 세팅한 포스텐 폼폼 롱 네크리스.
골드와 스틸 소재 포스텐 브레이슬릿. 1970년대, 프레드 헤리티지 컬렉션.

Interview
with Valérie Samuel, Artistic Director of Fred

브랜드 창립 90주년이라는 의미 있는 시점을 맞았다. 메종은 이 특별한 순간을 어떻게 정의하는가? 올해는 메종에 매우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오랜 시간 이어온 창조적 대담함과 독창적 비전을 입증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프레드는 ‘선샤인 주얼러’라는 정체성 아래 빛과 기쁨을 중심으로 한 세계를 구축해왔다. 창립자 프레드 사무엘의 개척 정신과 컬러 스톤에 대한 애정, 그리고 장인정신에 기쁨을 더해야 한다는 철학은 지금도 메종의 근간을 이룬다. 이러한 유산을 바탕으로 아이코닉 컬렉션을 새롭게 해석하고 트랜스포머블 주얼리의 가능성을 동시대적으로 확장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창립자의 철학 중 지금까지 중요하게 이어져온 가치는 무엇인가? 프레드 사무엘의 철학은 메종 전반에 걸쳐 자리한다. 특히 ‘우연한 행운’을 기회로 받아들이는 낙천적 태도는 메종의 에너지를 형성하는 핵심 요소이자 오늘날 선보이는 모든 크리에이션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다. 여기에 장인정신과 기술, 창조적 개방성을 유지하려는 태도가 더해지며 프레드만의 균형 잡힌 미학이 완성된다.

트랜스포머블 주얼리 개념은 오늘날 어떻게 확장되고 있는가. 다채로운 활용성은 프레드 정체성의 핵심이다. 프레드 사무엘은 1930년대부터 모든 순간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주얼리를 제안하며 트랜스포머블 개념을 선구적으로 구현했다. 오늘날 이 개념은 움직이는 주얼리로 확장된다. 인터체인저블 구조를 기반으로 한 컬렉션은 착용자의 선택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변주된다. 특히 포스텐 컬렉션은 이러한 접근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다.

올해는 창립 90주년이자 메종의 아이콘 포스텐 컬렉션 탄생 60주년인 뜻깊은 해다. 포스텐이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포스텐은 메종의 헤리티지와 동시대적 감각을 담은 컬렉션이다. 골드와 스틸이라는 대비되는 소재의 결합, 세일링에서 영감받은 구조는 당시로서는 매우 혁신적인 시도였다. 1966년 출시 당시 세일링 케이블과 골드의 조합은 전통적 하이 주얼리의 규범을 넘어서는 동시에 자유롭고 젠더리스한 감각을 제시했다. 이러한 정신은 지금도 유효하다. 포스텐은 여전히 자유와 강인함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담고 있으며, 인터체인저블 구조를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확장된다.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도 자유와 힘, 용기를 상징하는 정서적 울림이 유연하게 작동한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올해 포스텐을 하이 주얼리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설정한 방향은 무엇인가? 메종 창립 90주년과 포스텐 탄생 60주년을 기념해 선보인 17점의 하이 주얼리 피스는 포스텐이 지닌 디자인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데 집중했다. 대담한 XL 세트부터 포스텐 듀얼리티와 포스텐 폼폼이 보여주는 보다 여성적이고 세련된 구성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전개했다. 케이블과 버클이라는 상징적 요소를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비율과 구성으로 재해석해 선택의 폭을 넓혔다.

새로운 컬렉션을 구상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무엇인가? 메종의 DNA를 바탕으로 한 장인정신과 현대적 감각의 조화다. 시대를 초월한 우아함을 기반으로 착용자에게 자신감과 기쁨을 전하는 것이 중요하다. 프레드의 모든 주얼리는 감정을 환기하고 고유한 서사를 지니며 착용자의 삶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무엇보다 따뜻함과 빛, 그리고 긍정적 에너지가 담겨야 한다.

아티스틱 디렉터로서 아름다움의 기준이 궁금하다. 다정함, 대담함, 그리고 낙천적 태도에서 아름다움을 느낀다. 이는 프레드가 오랜 시간 유지해온 가치이기도 하다. 주얼리는 개인의 내면과 외면을 비추며 각자가 지닌 고유한 빛을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 동시에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 빛을 표현하도록 이끈다. 이러한 요소들이 아름다움의 본질을 이룬다고 생각한다.

  • 에디터 한지혜
  • 사진 프레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