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에서 만나는 퐁피두 컬렉션

퐁피두센터 한화가 긴 기다림 끝에 베일을 벗는다. 이제 유럽행 티켓을 끊지 않고도 12만 점에 달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컬렉션을 서울에서 마주할 수 있다. 프랑스 메스, 스페인 말라가, 벨기에 브뤼셀, 중국 상하이에 이은 다섯 번째 분관이다. 63빌딩 별관 아쿠아리움은 건축가 장-미셸 빌모트의 손길을 거쳐 ‘빛의 상자’로 탈바꿈했다. 기존 구조를 과감히 비워 낮에는 자연광이 미술관 깊숙이 스며들며, 한국 전통 기와의 곡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반투명 파사드는 서울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6월 4일 열리는 개관전 〈큐비스트: 시각의 혁신가들〉은 20세기 초 미술의 근간을 뒤흔든 입체주의를 다룬다. 전통적 원근법을 파괴하고 대상을 해체 · 재구성한 큐비스트처럼 퐁피두센터 한화도 기존 시각을 혁신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한국과 프랑스 큐레이터들이 공동 기획한 이 전시는 총 1000평 규모의 전시실 두 곳을 통째로 사용할 예정이다. 피카소와 브라크를 비롯해 후안 그리스, 페르낭 레제, 나탈리아 곤차로바 등 작가 40여 명의 걸작 90여 점을 선보인다. 국내 최초로 공개하는 피카소의 대형 발레 무대막은 단연 이번 전시의 백미다. 이후 라인업도 내년까지 빽빽하다. 큐비즘을 시작으로 마르크 샤갈, 바실리 칸딘스키, 앙리 마티스 등 모던아트 거장의 전시를 차례로 선보이며 초현실주의와 추상미술은 물론 미술사에서 소외된 여성 작가들까지 아우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