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 바의 최전선
지금 한국의 바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존재감을 넓혀가고 있다. ‘2026 아시아 50 베스트 바(Asia’s 50 Best Bars)’에 이름을 올린 제스트, 앨리스, 바 참, M+MS가 그 흐름을 보여주는 네 개의 이름이다. 각자의 취향을 한 잔에 담아내는 방식도, 좋은 바를 정의하는 기준도 서로 다르지만 이들이 향하는 방향은 분명하다. 자신만의 언어로 동시대 한국 바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가는 것. 아시아가 주목한 네 곳의 바텐더에게 지금의 자리를 만들어온 힘과 앞으로 그려갈 다음 장면까지 직접 물었다.
한국 바의 현재를 이끄는 이름, 제스트
김도형 대표
3년 연속 2위에 오르며 ‘The Best Bar in Korea’ 타이틀까지 거머쥔 제스트. 로컬 식재료를 창의적으로 활용하는 칵테일과 지속가능성을 향한 일관된 철학으로 동시대 한국 바의 최전선을 이끌고 있다.

Q1. 제스트가 2026 아시아 50 베스트 바에서 2위에 오르며 3년 연속 같은 자리를 지켰습니다. 순위가 공개되었을 때 어떠셨어요? 그리고 이렇게 유의미한 결과를 만든 제스트만의 힘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사실 올해도 2위를 지킬 수 있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결과가 발표된 뒤 한국의 다른 바텐더들이 더 아쉬워하더라고요. 홍콩에서 1위가 나오는 기록이 깨지고 있지 않으니 이번에는 한국 바가 그 자리에 올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던 것 같아요. 지금의 결과를 가능하게 한 가장 큰 원동력은 역시 팀원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바를 완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결국 사람이니까요. 즐겁게 일하는 팀에서 만들어지는 좋은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도 전해진다고 믿습니다.
Q2. 바텐더로서 새로운 영감은 주로 어디에서 발견하나요?
영감을 얻기 위해 특별한 대상을 찾아 나서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평소 주변을 유심히 관찰하고 익숙한 것들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려 합니다. 음식이나 술처럼 바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것뿐 아니라 여행지에서 마주한 풍경, 사람과의 대화, 흥미로운 공간과 디자인, 무심코 지나칠 법한 일상의 순간도 아이디어가 되곤 하죠. 결국 영감을 결정하는 것은 대상 자체보다 그것을 바라보는 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Q3. ‘좋은 칵테일’이란 무엇인가요?
맛과 비주얼은 물론 중요하지만, 한 잔의 가치를 설명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그 칵테일이 그곳에 존재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사용한 재료에서 시작해 칵테일을 마시는 공간이 추구하는 철학까지, 모든 요소가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될 때 비로소 완벽한 한 잔이 완성됩니다. 결국 좋은 칵테일에는 맛과 아름다움 너머 사람을 설득하는 서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4. 앞으로 제스트, 혹은 바텐더로서 새롭게 그리고 있는 이정표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올해 제스트 위층에 새로운 공간을 열 계획입니다. 기존 제스트가 추구해온 가치를 이어가면서도 지속가능성에 한층 더 무게를 둔 공간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제스트에서 사용하고 남은 약 2,000개의 공병을 폐기하지 않고 인테리어의 일부로 재탄생시킬 예정입니다. 한국의 술을 풀어내는 방식도 한층 확장합니다. 국내 증류소와 함께 개발한 소주를 비롯해 다양한 우리 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기존 제스트와는 다른 관점에서 동시대 한국의 술과 바 문화를 보여주고자 합니다.

오가닉 진을 베이스로 수박과 레몬그라스, 애플민트를 더하고 국내에서 생산한 샤인머스캣 스파클링 와인으로 산뜻한 기포감을 살린 칵테일. 수박의 풍미를 응축한 슈가볼을 가니시로 곁들여 화채의 익숙한 맛을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냈다.
11년째 현재진행형의 저력, 앨리스
박용우 헤드 바텐더
올해 13위를 기록하며 11년 연속 ‘아시아 50 베스트 바’에 이름을 올린 앨리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영감을 받은 공간과 탄탄한 팀워크를 바탕으로 오랜 시간 서울을 대표하는 칵테일 바로 자리를 지켜왔다.

Q1. 2026 아시아 50 베스트 바에서 13위를 기록하며 11년 연속 이름을 올렸습니다. 마카오에서 진행되었던 시상식에서 특별히 올해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나요?
올해는 부산의 코듀로이 펠라즈와 함께 애프터 파티에서 게스트 바텐딩을 진행했던 순간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코듀로이 펠라즈는 올해 50 Best가 전 세계 주목할 만한 바와 레스토랑을 소개하는 ‘50 Best Discovery’에 한국의 바 가운데 서울 이외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는데요. 서울을 중심으로 주목받아온 한국의 바 문화가 여러 도시로 확장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반가운 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한국 곳곳에 저마다의 개성과 이야기를 지닌 보석 같은 바들이 많다는 사실이 세계에 더 널리 알려졌으면 합니다.
Q2. 바텐더로서 새로운 영감은 주로 어디에서 발견하나요?
주로 음식과 문화에서 많은 영감을 얻습니다. 새로운 메뉴를 준비할 때는 궁금한 음식이 있으면 직접 찾아가 맛을 보고, 관심이 생긴 문화는 직접 체험하면서 아이디어를 얻곤 합니다. 결국 직접 보고 맛보고 경험한 것들이 자연스럽게 새로운 칵테일의 출발점이 되는 것 같습니다. 앨리스의 ‘오키독’이라는 칵테일은 레스토랑 밍글스의 ‘장 트리오’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쌈장과 간장, 고추장과 같이 익숙한 한국의 장을 칵테일 안에서 새롭게 풀어보고 싶었어요. 기순도 명인의 딸기고추장을 사용하고, 쌈장은 바삭한 칩으로 만들어 곁들였어요. 서로 다른 장의 풍미와 질감을 한 잔 안에서 입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완성한 칵테일입니다.
Q3. ‘좋은 칵테일’이란 무엇인가요?
좋은 칵테일의 기준은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원하는 맛을 정확히 이해하고 만족할 수 있는 한 잔을 만드는 것이죠. 아무리 완성도가 높은 칵테일이라도 정작 마시는 사람의 기대에 부응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바텐더의 기준보다 칵테일에 대한 경험하는 이의 만족감입니다. 각자의 취향을 읽고 가장 적절한 방식으로 구현하는 것, 그것이 제가 생각하는 좋은 칵테일입니다.
Q4. 앞으로 앨리스, 혹은 바텐더로서 새롭게 그리고 있는 이정표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가장 가까운 이정표라면 내년 3월 공개할 앨리스의 새로운 메뉴가 아닐까 싶어요. 지금 한창 준비 중이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세심하게 다듬고 있습니다. 아직 모든 이야기를 꺼내 놓을 수는 없지만, 그만큼 기대해도 좋을 메뉴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들판을 뛰어다니며 풀을 먹는 토끼에서 영감을 받은 앨리스의 시그너처 칵테일로 딜과 루콜라, 파슬리를 블렌딩한 허브 퓌레의 싱그러운 풍미에 아이스와인의 은은한 단맛을 더했다. 살구와 키위의 산뜻한 산미가 어우러지며 허브와 과일의 다채로운 풍미가 균형 있게 이어진다.
가장 한국적인 기억을 한 잔에, 바 참
임병진 대표
올해 33위에 이름을 올린 바 참은 서촌의 한옥을 무대로 한국의 재료와 개인적인 기억을 동시대적인 칵테일로 풀어낸다. 가까이에 있는 익숙한 것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며 바 참만의 이야기가 담긴 한 잔을 완성한다.

Q1. 바 참은 2026 아시아 베스트 바에서 50위안에 든 바 중에서 유일하게 서촌에 위치하죠. 바 참을 오픈할 때 서울에서 칵테일 바의 불모지였던 서촌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2018년 바 참을 시작할 당시만 해도 서촌은 지금과 분위기가 전혀 달랐습니다. 주변에서 바를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이 문화가 낯선 동네였죠. 오히려 그래서 이곳에 바를 열고 싶었습니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좋은 느낌을 주었어요. 한국의 술과 문화를 이야기하는 만큼 바가 자리한 장소 자체에서도 그 문화를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그리고 누구나 편하게 들어와 자연스럽게 칵테일을 즐길 수 있는 밝고 친근한 느낌으로 다가가고 싶었습니다. 거리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1층, 바깥이 내다보이는 창을 가진 공간에 바 참을 연 이유입니다.
Q2. 바텐더로서 새로운 영감은 주로 어디에서 발견하나요?
바 참의 칵테일은 멀리 있는 특별한 무언가보다 가까이에 있는 익숙한 재료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평범하게 지나칠 수 있는 재료를 조금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고 누구나 어렵지 않게 공감할 수 있는 맛과 이야기로 풀어내려고 하죠. 특히 제 어린 시절의 기억과 경험이 칵테일을 디자인하는 중요한 출발점이 되곤 합니다. 오래된 기억 속 맛이나 향, 익숙한 풍경을 다시 꺼내 지금의 감각으로 새롭게 해석하는 과정에서 바 참다운 칵테일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합니다.
Q3. ‘좋은 칵테일’이란 무엇인가요?
우선 맛있어야 한다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이야기겠죠? 그 다음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한 잔에 그 바만의 가치관이 얼마나 선명하게 담겨 있는가입니다. 한 잔을 통해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지에는 결국 바가 가진 철학이 드러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마셨을 때 그곳만의 색깔이나 바텐더의 자부심이 느껴지는 칵테일을 좋아합니다. 올해 42위에 오른 M+MS의 칵테일이 최근 굉장히 신선한 인상을 주었어요. 언뜻 엉뚱하게 느껴질 수 있는 아이디어를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끝까지 밀어붙이는 힘이 있더라고요. 발효에 대한 철학을 꾸준히 발전시키는 동시에 쉽게 예상하기 힘든 재료를 과감하게 조합하는데, 그 결과가 단순히 낯선 맛에 그치지 않고 M+MS만의 개성으로 완성된다는 점이 특히 인상적입니다.
Q4. 앞으로 바 참, 혹은 바텐더로서 새롭게 그리고 있는 이정표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INFP라 시간이 생기면 늘 이런저런 상상을 펼칩니다. 그걸 모두 현실로 옮겼다면 아마 지금쯤 바를 두 곳은 더 열었을 거예요. 한편으로는 한 공간이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며 자신만의 시간을 쌓아가는 것만큼 멋진 일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늘 지속하는 것과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는 것 사이에서 바 참의 다음을 고민하고 있죠. 현재 다양한 프로젝트를 준비 중인데 목적은 하나예요. 7년 동안 한자리를 지켜온 바 참에서만 느낄 수 있는 익숙한 매력과 지금까지 보여주지 않았던 새로운 면모가 맞부딪힐 때 만들어지는 신선함입니다.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의 배경이 된 군산에서 영감을 받아 완성한 칵테일. 전라도에서 나는 무화과 잎과 산수유, 복분자를 진 토닉과 조합해 지역의 풍미를 산뜻하고 청량한 한 잔으로 풀어냈다.
한 잔 너머의 가장 선명한 취향, M+MS
김지훈 오너 바텐더
42위로 첫 진입하며 한국 바 신에 새로운 존재감을 드러낸 M+MS. 칵테일과 함께 파티 문화를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을 지향하며 예상 밖의 재료 조합과 감각적인 콘텐츠로 자신들만의 색을 만들어가고 있다.

Q1. M+MS에 들어서면 여느 바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DJ 부스부터 독특한 인테리어까지, 공간을 기획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무엇인가요?
처음부터 M+MS를 칵테일만 즐기는 바보다는 다양한 문화가 자연스럽게 교차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그리고 싶었습니다. 음악과 패션, 파티 문화처럼 저희가 좋아하는 여러 요소를 한 공간 안에서 자유롭게 경험할 수 있도록 인테리어에도 그 방향성을 담았죠. DJ 부스를 비롯한 공간의 구성 역시 그런 생각에서 출발했습니다. 칵테일을 중심에 두되 서로 다른 취향과 문화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것, 그것이 M+MS라는 공간을 만들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입니다. 이런 출발이 이번 결과로 이어진 것이 아닐까 생각해요.
Q2. 바텐더로서 새로운 영감은 주로 어디에서 발견하나요?
영감은 꽤 다양한 곳에서 얻는 편입니다. 최근에는 하나의 대상을 깊게 파고들기보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서로 다른 재료를 연결해보는 데 흥미를 느끼고 있습니다. 언뜻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맛과 향을 조합해보고, 예상하지 못했던 균형을 발견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시작되곤 합니다. 시그너처 칵테일 ‘LIT’도 그렇게 탄생했어요. 중국의 향신료인 마라와 패션프루트를 함께 사용하는데 두 재료만 놓고 보면 쉽게 떠올리기 어려운 조합이죠. 하지만 직접 조합해보니 마라의 강렬하고 독특한 풍미와 패션프루트 특유의 새콤달콤한 맛이 예상 밖의 조화를 만들어내더라고요.
Q3. ‘좋은 칵테일’이란 무엇인가요?
좋은 칵테일은 결국 마시는 사람의 취향에 닿는 한 잔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는 선명하고 강렬한 맛에 끌리고, 또 누군가는 섬세하고 부드럽게 이어지는 맛에 매력을 느끼죠. 자신이 좋아하는 맛을 발견하고 온전히 즐길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M+MS에서는 그 취향의 폭을 한층 넓힐 수 있도록 여러 재료가 겹겹이 만들어내는 맛과 향의 레이어를 섬세하게 조율합니다.
Q4. 앞으로 M+MS가 새롭게 그리고 있는 방향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앞으로도 M+MS의 색을 담은 칵테일을 즐겁게 만들며, 한 잔을 통해 새로운 재미를 전하고 싶습니다. 동시에 M+MS가 지향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모습도 더욱 선명하게 보여줄 계획입니다. 칵테일에만 머무르지 않고 음악과 패션을 비롯한 여러 문화 영역과 자연스럽게 접점을 만들고 다양한 협업을 통해 M+MS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장면들을 계속 확장해나가고자 합니다.

서촌에서 시작해 청담에 새롭게 뿌리내린 M+MS의 여정을 ‘깃듦’이라는 이름에 담아낸 칵테일로 경복궁 경회루의 형태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이 특징이다. 피넛버터와 리치, 동백꽃을 조합해 청량함과 달콤한 풍미가 조화를 이루도록 완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