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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디자이너들이 고른 조명 한 점

LIFESTYLE

저마다 방식으로 공간을 설계해온 디자이너들에게 오래 곁에 두고 싶은 조명 한 점과 그 이유를 물었다.

DCW ÉDITIONS, BINY TABLE BY THE EDIT

1957년에 출시됐지만 지금 보아도 현대적 디자인으로, 철과 알루미늄의 단순한 구조에 필요한 기능만 명확히 담았다. 이 조명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빛을 ‘설정’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만드는’ 데 있다. 손으로 휠을 돌려 핀(fin)의 각도를 조절하고, 그에 따라 빛의 방향이 달라지는 것을 확인하는 행위는 조명을 손으로 다루는 하나의 오브제로 느끼게 한다. 이러한 아날로그적 방식은 제품과 사용자 사이에 자연스럽게 관계를 만들며, 기술이 발전해도 쉽게 대체되지 않을 감각이 아닐까 싶다. 하루 일과가 끝난 늦은 저녁, 책상이나 테이블 앞에서 사용할 때 특히 매력적인데, 손끝으로 빛의 방향을 바꾸며 공간을 조율해나가는 과정에서 이 조명만의 특별한 감각이 선명해진다. 이런 상호작용이야말로 잘 만든 디자인이 일상에 개입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_김종완(종킴디자인스튜디오 대표)

SAINT-LOUIS, ARLEQUIN CHANDELIER

‘알레퀸’은 이탈리아 전통 즉흥극 코메디아 델라르테의 자유분방한 캐릭터 ‘할리퀸(Harlequin)에서 이름을 본뜬 컬렉션으로, 에메랄드그린과 애미시스트 퍼플의 과감한 대비가 전통적 크리스털 샹들리에에 긴장감과 위트를 더한다. 빛을 굴절하고 분산하는 크리스털에 컬러가 더해지며 낮에는 섬세한 표정을, 밤에는 드라마틱한 깊이를 만드는 것이 특징. 스스로 공간의 주인공이 되기보다 주변의 건축과 재료, 가구를 돋보이게 하는 마지막 레이어가 된다는 점에 끌린다. 오랜 시간 축적된 기술과 장인정신에 새로운 시각을 더하는 이런 지점은 내가 추구하는 하이엔드와도 맞닿아 있다. 400년의 헤리티지와 대담한 컬러 감각이 공존하는 샹들리에가 공간에 품격과 개성을 동시에 불어넣는다. _황유정(스튜디오 XYJ 대표)

EASTERN EDITION, COLUMN LAMP

하이엔드는 가격이나 희소성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 시간이 맺는 관계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실제 한옥 기둥으로 쓰인 고재를 그대로 살린 램프에는 수십 년의 계절을 지나며 생긴 나뭇결과 균열, 색의 변화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어느 것 하나 같은 표정이 없다는 점도 특별하다. 한옥이 빛을 직접 끌어들이기보다 마당과 처마를 거쳐 부드럽게 실내에 들이듯, 이 조명 역시 천장을 향한 빛이 반사되어 주변을 은은하게 감싼다. 저녁에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들을 때면 오래된 나무가 품은 시간과 잔잔한 빛이 어우러져 한옥의 고요한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 새것으로는 만들 수 없는 흔적이 시간이 흐를수록 더 깊은 가치를 지닌다는 점에서 오래 두고 볼수록 의미가 깊어지는 물건이다. _양태오(태오양스튜디오 대표)

ARTEMIDE, POLIFEMO

이탈리아 디자이너 카를로 포르콜리니가 1983년에 디자인한 ‘폴리페모’는 그리스신화 속 외눈박이 거인 폴리페모스에서 영감받은 조명이다. 둥근 알루미늄 반사판과 중심의 유리 렌즈는 거인의 하나뿐인 눈을 연상시키며, 광원이 직접 드러나지 않아 불을 밝히지 않을 때도 하나의 오브제로 기능한다. 상단의 원형 디스크를 움직이면 간접광의 각도와 빛 번짐이 달라지는 것도 재미있다. 저녁에 집에서 와인을 마실 때면 다른 조명은 모두 끄고 이것만 켜두는데, 멀리 산 너머로 번지는 석양처럼 은은하게 공간을 밝혀 덩달아 마음이 호젓해진다. 사용할 사람과 놓일 공간에 대한 깊은 고민이 층층이 쌓여 사람의 감정에까지 닿는 것. 좋은 디자인을 판단하는 기준도 결국 그 지점에 있다. _김혜영(체크인플리즈스튜디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