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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티유 블라지가 그린 샤넬의 새로운 움직임

FASH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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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의 역사가 깃든 파리 깡봉가 31번지가 다시 한번 새로운 이야기의 무대가 됐다. 가브리엘 샤넬의 아파트에서 펼쳐진 파티, 그 안을 자유롭게 오가는 모델들의 움직임을 따라 샤넬 2026 가을-겨울 레디-투-웨어 컬렉션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번 캠페인은 옷을 정지된 이미지로 보여주는 대신 걷고, 마주하고, 어울리는 순간 속에서 마티유 블라지가 그려낸 새로운 샤넬의 태도를 포착한다.

그 움직임은 이번 컬렉션을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다. 마티유 블라지가 출발점으로 삼은 것은 애벌레와 나비의 메타포. 낮과 밤, 기능성과 환상, 남성과 여성, 자연과 인공처럼 상반된 요소를 하나의 워드로브 안에 공존시키며 샤넬 여성이 지닌 여러 얼굴을 그려낸다.

가장 먼저 달라진 것은 샤넬의 상징과도 같은 수트다. 어깨는 넓어지고 실루엣에는 여유가 생겼다. 리브 니트와 비즈 장식 직물, 트위드와 거즈, 루렉스와 실리콘처럼 성격이 다른 소재가 자유롭게 교차하며 몸의 움직임을 따라간다. 재킷 역시 트위드에만 머물지 않는다. 마린 리브 니트 소재의 집업 트러커 재킷과 체크 스웨이드 봄버 재킷으로 형태를 바꾸고, 세워 올린 칼라는 움직이는 순간 더욱 또렷한 인상을 남긴다.

마티유 블라지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샤넬의 과거와 현재를 겹쳐 놓는다. 1920년대부터 이어진 남성복에 대한 탐구를 바탕으로 구조적인 블레이저에 유연한 실크와 저지 스커트를 매치하고, 허리선을 아래로 내려 익숙한 신체의 비율을 흔든다. 트롱프뢰유 효과로 실루엣의 경계를 흐리는 방식 역시 가브리엘 샤넬이 시작한 옷에 대한 실험을 지금의 감각으로 이어가는 장치다.

밤이 찾아오면 분위기는 조금씩 달라진다. 실크와 거즈 위로 스팽글이 빛나고, 드레스와 이어링, 백에는 꽃이 피어난다. 파스텔과 무지갯빛 색조, 컬러 레진 주얼리와 틴티드 마더 오브 펄은 현실적인 워드로브 사이에 예상치 못한 환상을 끌어들인다. 실용적인 옷과 화려한 이브닝 웨어를 명확히 나누는 대신 서로의 요소를 섞어 경계를 흐리는 것이다.

결국 이번 컬렉션에서 마티유 블라지가 다시 바라본 것은 하나의 정해진 ‘샤넬 여성’이 아니다. 그는 앞선 인터뷰에서도 한 명의 여성이 아닌 서로 다른 캐릭터를 지닌 여성들의 다양성을 탐구하고 싶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익숙한 샤넬의 코드 역시 한 가지 모습에 머무르지 않는다. 수트는 느슨해지고 재킷은 형태를 바꾸며 낮의 실용적인 옷은 어느 순간 밤의 화려함과 만난다.

입는 사람과 순간에 따라 끊임없이 모습을 바꾸는 옷. 마티유 블라지가 그리고 있는 지금의 샤넬은 그렇게 하나의 이미지에 머무르지 않고 계속 움직인다.

  • 에디터 소희진
  • 사진 샤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