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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5-10

새로운 기술, 새로운 소재

2022년에는 소재나 색상의 변화에 주력했다면, 2023년에는 그간 준비해온 새로운 기술을 조금씩 꺼내 보이고 있다. 주목할 만한 새로운 기술과 방식은 무엇인지 살펴봤다.

율리스 나르덴 프릭 원으로 장식한 부스.
롤렉스 데이토나 시계에 탑재된 칼리버 4131.
제니스 파일럿 빅데이트 플라이백 시계에 탑재된 칼리버 엘프리메로 3652.
태그호이어 TH20-09.


기존 것을 대체하는 새 무브먼트
태그호이어는 하이엔드급 시계로 진입하기 전 경험해보는 입문용 시계를 소개해왔다. 그러나 2020년 LVMH 그룹 수장의 젊은 아들인 프레데릭 아노가 대표를 역임하기 전부터 투르비용을 탑재한 시계를 소개하고 골드 케이스 시계로 업그레이드하더니, 작년엔 큼직한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5억 원에 달하는 시계를 소개하는 등 컬렉션의 스펙트럼을 확장하고 있다. 무브먼트도 개선한 새로운 모델로 교체하고 있는데 칼리버 5는 작년 TH30-00에 이어 올해 TH31-00으로, 크로노그래프 투르비용 칼리버도 02T에서 TH20-09로 교체됐다. 스위스 라쇼드퐁에 자리한 셀리타의 하이엔드 무브먼트 제조사 AMT와 공동 개발한 무브먼트들은 기존 모델보다 파워 리저브가 향상됐고 브릿지에 제네바 스트라이프 패턴도 새겼다. 풀로터도 방패 모양의 브랜드 로고를 본뜬 형태로 바꿨다. 이를 자랑하려는 듯 까레라, 아쿠아레이서 등을 솔리드백이었던 시계들의 후면을 사파이어크리스털백으로 감상할 수 있게 했다. 실용성과 가성비를 지키기 위해 그간 최소한의 마감으로 감춰둔 무브먼트를 치장해 전면에 내세운 건 태그호이어뿐이 아니다. 무브먼트를 드러내지 않아도 시계업계 1위를 고수했던 롤렉스도 오랜만에 개발한 새 무브먼트를 시계 후면에서 감상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1963년 출시 이후 올해 60주년을 맞은 데이토나는 에벨, 제니스 엘프리메로를 거쳐 2000년 자체 개발한 칼리버 4130을 탑재해왔다. 컬럼 휠과 수직 클러치로 작동하는 자동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는 이제 2023년에 개발한 4131로 대체된다. 성능이나 안정성, 72시간 파워리저브에는 차이가 없으나 브리지에 롤렉스 제네바 스트라이프 장식을 더했고, 로고와 크로노미터 퍼페추얼이라는 각인을 넣은 새로운 플로터를 부착했다. 그리고 플래티넘 데이토나의 후면 케이스에 이를 드러냈다. 롤렉스는 첼리니가 아닌 새로운 시계 컬렉션 1908을 소개하면서 날짜 없는 시·분·초만 표시하는 자동 기계식 칼리버 7140도 소개했는데, 이 역시 케이스 후면에서 감상할 수 있도록 열어두었다. 한편, 제니스의 파일럿 빅데이트 플라이백은 이름 그대로 6시 방향에 큰 날짜 창을 배치한 것 외 특이할 것이 없어 보인다. 랑에운트죄네나 IWC 등 2개의 디스크를 사용한 큰 날짜 창은 이미 존재하니까. 그런데 놀랍게도 제니스의 날짜 창은 3개의 특허를 출원한 장치로 작동한다. 강한 탄성을 지닌 점퍼를 사용하고, 탄성에 의해 톱니가 이탈되지 않도록 특별한 모양으로 만든 톱니바퀴, 2개의 날짜 창을 정렬하는 장치 등이 그것. 자정에 날짜가 바뀔 때 30분의 1초 속도로 날짜 디스크를 회전한다.
크라운이 없이 케이스 후면에서 감기와 조정이 가능한 방식, 실리콘 사용, 기어트레인부터 레귤레이터 시스템까지 분침에 얹은 획기적인 구조를 가진 프릭. 율리스 나르뎅이 2001년에 출시한 프릭은 지금까지도 시계업계의 선구적인 모델로 손꼽힌다. 2023년 최초의 프릭을 새롭게 재현한 프릭 원을 소개했다. 충격과 마모에 강한 디아몬실, 자성에 강한 실리콘 밸런스 스프링, 분침과 결합한 오픈 기어 트레인 등 보다 간결해진 디자인 안에 그간 프릭이 보여준 기술을 모두 담고 있다.





파르미지아니 톤다 PF 미니트 라트라팡테와 칼리버 PF052.
파텍필립 칼라트라바 트래블 타임과 칼리버 31-260 FUS 24H.


가능한 더 단순하게
같은 기능을 수행해도 복잡하기보다 오히려 단순해 보이도록 만드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파텍필립에서 세컨드 타임 존을 알려주는 시계는 플라이백 크로노그래프와 결합한 노틸러스 트래블 타임과 칼라트라바 파일럿 트래블 타임이다. 뚫어놓은 별도 시침과 함께 4시와 8시 방향에 각각 홈 타임과 로컬 타임 낮과 밤 표식을 두었다. 그러나 2023년 소개한 칼라트라바 트래블 타임 Ref.5224R-001은 낮과 밤 표식이 필요 없는 24시 표시를 선택하면서 별도 시침만 있는 매우 단순한 듀얼 타임 존 시계로 완성되었다. 31-260 초박형 자동 기계식 칼리버를 재작업해 플래티넘 마이크로 로터를 부착한 31-260 PS FUS 24H를 제작했다. 그간 홈 타임을 조정하기 위해 케이스 왼쪽 측면에 푸셔를 두었는데, 대신 크라운을 중간 위치로 빼면 1시간 단위로 앞뒤 조정할 수 있는 특허받은 시스템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이처럼 극강의 단순함을 위해 기존 기술을 응용해 없던 장치를 만든 시계는 또 있다. 파르미지아니의 톤다 PF GMT 라트라팡테는 별도의 시간대를 알려주는 시침을 추가로 두었지만, 시침 2개가 겹쳐진 상태로 함께 움직이도록 만들었다. 필요 시 GMT를 표시하도록 만든 이 기능은 스플릿 세컨드 크로노그래프에서 쓰는 기능을 접목했다. 이를 발판 삼아 2023년 소개한 파르미지아니 톤다 PF 미니트 라트라팡테 시계는 분침이 2개다. 평소 겹쳐진 채 움직이는 분침이 필요 시 분리되는데 8시 방향 푸셔로 5분 단위, 11시 방향 푸셔로 1분 단위로 조정 가능하고 3시 방향 크라운 속 푸셔를 누르면 2개의 분침이 합쳐진다. 놀랍게도 이 기능은 다이버 시계의 베젤에서 착안해 만들었다. 다이버 시계의 눈금이 그려진 단방향 회전 베젤은 수중에서 경과 시간을 측정할 수 있는데, 이 시계는 베젤 대신 별도의 분침으로 이를 수행한다. 60m 방수 시계지만, 또 다른 경과 시간 측정 방식을 보여준 점에서 시장의 반응이 뜨겁다.





로저드뷔 모노볼텍스 스플리트 세컨드 크로노그래프의 120° RMC와 칼리버 RD114.
로저드뷔 모노볼텍스 스플리트 세컨드 크로노그래프의 120° RMC와 칼리버 RD114.
오리스 프로파일럿 알티미터 시계의 케이스 측면.
몽블랑 언베일드 타임키퍼 미네르바 시계의 칼리버 MB M13.21.


가볍고 견고한 소재
로저드뷔의 모노볼텍스 스플리트 세컨드 크로노그래프 시계는 소재도 주목할 만하다. 빨간색 케이스는 99.95% 실리카로 SMC(Sheet Molding Compound) 공정을 통해 만든 광물 복합 소재로 카본보다 13%, 세라믹보다 2.5배 가볍다. 이처럼 복합 신소재를 사용한 시계가 많은데, 세계 최초로 기계식 고도계와 자동 기계식 무브먼트를 결합한 오리스 프로파일럿 알티미터도 티타늄보다 가벼운 탄소섬유 복합 소재를 사용한다. 저비용, 제로 폐기물, 더 가벼운 부품 제작을 목표로 2019년 스위스 취리히에 설립한 스타트업 회사인 9T 랩스와 협업한 케이스는 고밀도 수지인 PEEK, 탄소섬유를 첨가한 융합 기술(Addictive Fusion Technology, AFT)로 제작했다. 3D 프린터 기술과 비슷하지만 적은 양의 폐기물 발생, 최고 강도를 보여주는 시계로 작년 공중 산불 진압 서비스를 제공하는 캐나다 쿨선 에이비에이션을 위해 만든 프로파일럿 1000개 한정판 시계에 이어 두 번째로 프로파일럿 알티미터에 적용했고, 기존보다 70g 덜어낸 98g의 가벼운 무게를 자랑한다.

이전에 없던 창의적 방식
태엽을 감는 기계식 동력만이 해답일까? 톱니바퀴 축에 부착한 시곗바늘로만 표시할 수 있을까? 이러한 의문으로 탄생한 것은 배터리로 움직이는 시계나 디스크를 회전시켜 창으로 표식을 나타내는 방식이다. 몽블랑은 ‘크로노그래프를 꼭 푸셔를 눌러 조작해야 할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1927년 홈이 파인 베젤, 내부 카운트다운 회전 베젤 제작, 1939년 외부 회전 베젤과 리셋 기능을 갖춘 최초의 크로노그래프 손목시계를 만든 미네르바의 역사를 되살려 2022년 다이얼 가장자리 빨간 표식으로 카운트다운을 할 수 있는 1858 미네르바 모노푸셔 크로노그래프 레드 애로를 소개했다. 뒤이어 소개한 언베일드 타임키퍼 미네르바 시계는 크라운에 삽입되어 있거나 케이스 측면에 부착된 푸셔를 찾아볼 수 없다. 크로노그래프의 시작, 정지, 원점으로 되돌리는 기능을 푸셔 대신 베젤을 회전시켜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로저드뷔도 창의적 방식으로 만든 크로노그래프를 제시했다. 자동 기계식 크로노그래프를 위한 로터와 원형으로 된 전형적 30분 카운터에 의문을 제기하고 만든 모노볼텍스 스플리트 세컨드 크로노그래프 시계가 그 결과물이다. 수동 기계식 크로노그래프를 보는 듯한 후면 무브먼트의 회전추는 다이얼 전면의 12시 방향에 있다. ‘터보로터 실린드리컬 오실레이팅 웨이트’라는 긴 이름의 회전추는 축에서 회전하며 태엽을 감는다. 로테이팅 미니트 카운터를 줄인 120° RMC라 부르는 3시 방향 30분 카운터는 120도 호 안에서 독특하게 표시한다. 작은 침을 부착한 10의 자리를 표시하는 0-1-2 디스크가 회전하면서 고정된 1분 단위의 0-3-6-9 표식을 가리키는 새로운 방식을 채택했다.

 

에디터 <노블레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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