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조형을 통해 전하는 자전적 이야기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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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6-13

사진과 조형을 통해 전하는 자전적 이야기

안데르스 크리사르가 전하는 단절과 연결의 감각

노블레스 컬렉션에서 자신의 작품을 바라보는 안데르스 크리사르.

안데르스 크리사르
1973년 스톡홀름에서 태어난 안데르스 크리사르는 신체 일부의 조형 또는 사진을 통해 자전적 이야기를 다룬다. 뉴욕의 갤러리 르롱, 애틀랜타의 저커먼 미술관, 미시간의 프레더릭 마이어 가든 & 조각 공원, 로스앤젤레스의 프리즘, 켄터키 루이빌의 21C 박물관, 빈의 돔 박물관, 스톡홀름의 국립해양박물관과 스벤-하뤼스 미술관 등에서 개인전과 단체전을 개최했다. 스톡홀름의 포토그라피스카 박물관, 본니에르 컬렉션, 웁살라 미술관, 베스테로스 미술관, 예테보리의 핫셀블라드 센터, 카네기 컬렉션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2014년 크리스찬 라르센(Christian Larsen, 현 라르센 바르네르(Larsen Warner))에서 열린 전 전경.

한국에 작가님을 소개할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작가님의 작품 세계를 간략하게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저는 스톡홀름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스웨덴 작가로 주로 조각과 사진 작업을 통해 대인 관계와 인간이라는 존재의 의미를 탐구합니다. 제 작품은 개인적 경험을 기반으로 해 자전적 성격을 띠는데, 그 표현 방식이 신체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주조, 주형, 변형 등 전통적 조각 방식을 주로 사용합니다.
작품에서 가장 눈에 띄는 요소는 ‘신체’와 그것의 ‘분할’인데, 이렇게 신체를 소재로 작업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요? 또 이 신체의 절단은 어떤 의미가 있나요? 어릴 때 예술가인 아버지는 틈만 나면 어디에든 신체를 그리곤 했어요. 그렇게 어릴 때부터 신체를 세세히 묘사하는 걸 보며 자라 제 안에 그 개념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었죠. 특히 사람은 몸을 갖고 있고, 이 몸을 통해 존재한다는 단순한 개념이 늘 흥미로웠어요. 제 작품에서 손을 맞잡은 두 신체는 한 명의 몸이 물리적으로 나뉘어 자신의 손을 잡고 있는 거예요. 이런 이미지를 통해 분리와 하나 됨, 폭력과 평온이라는 상반된 개념을 동시에 보여주려 했습니다.
개인적 이야기가 작업의 기반이라고 하셨는데, 작가님의 서사와 작품의 포인트에 대해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부모님 모두 정신질환을 앓았고 어머니는 약물 남용 문제도 있었어요. 어떤 의미에서 저에게는 하루하루가 충격의 연속이었다고 할 수 있죠. 이런 힘든 시간을 겪고도 차츰 시간이 흐르면 살아가는 법을 배우게 돼요. 어느 시점엔 그것이 일상이 되기도 하죠. 그때가 되면 정상 같지 않은 정상의 삶을 살아가게 돼요. 이렇게 부모님과 단절된 경험이 제 작품의 근간입니다. 그래서 제 작품은 자전적이죠. 그렇지만 저는 충분히 보편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가족의 분리와 부모님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데에서 오는 불확실성, 여기서 기인한 감정은 제 작품 중 ‘Flesh Cloud’와 ‘Janus’(2003~2006) 시리즈, ‘Mist Mother’(2006) 그리고 최근의 ‘Camera Obscura 1-4’(2020)와 모든 절단된 신체 작업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2020년 크프힐 아트스페이스(CFHILL Art Space)에서 열린 전 전경.





2017년 갤러리 토마스 월너(Galleri Thomas Wallner)에서 열린 전 전경.

처음에 작업한 조각 작품 ‘Family Matter’(2003)는 백랍 덩어리 하나로 가족의 얼굴을 순차적으로 만들었다 녹이는 과정을 반복하다 마지막에 다시 하나의 큐브로 완성했어요. 가족의 해체와 통일체를 향한 갈망을 재료의 특성을 통해 표현한 것이 인상 깊은데, 작품의 재료를 선택할 때 어떤 부분을 고려하는지, 또 그 과정에서 작가님만의 노하우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보통은 아이디어와 함께 사용하고 싶은 재료도 떠오르기 때문에 제 경우 작업 초반에 재료가 거의 명확하게 정해지는 편이에요. 특히 어떤 아이디어는 재료가 결정적 의미를 지니고, 그것이 비로소 한 작품으로 완성되기도 하죠. 이런 경우는 개념적으로 작품의 의미가 재료와 연결되어 있다는 거예요. 만약 재료를 선택할 때 망설임이 따른다면 한동안 그대로 두고 저에게 쉬는 시간을 줍니다. 그러면 그 과정 자체가 스스로 답을 내놓거든요.
구상에서 제작까지 전반적 작업 과정은 어떤가요? 작업의 첫 단계는 생각하지 않고 오롯이 듣는 거예요. 생각은 한순간 느낀 감정에 간섭하고 싶어 하고, 그것을 합리화하려 해요. 그렇기 때문에 최대한 감정을 검열하지 않고 어떤 형태로든 나타날 수 있도록 내버려두는 게 중요합니다. 그리고 떠오른 아이디어는 숙성될 수 있도록 스케치북에 적어둡니다. 몇 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그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흥미를 느낀다면 작품으로 만들 후보 중 하나가 되기도 해요. 이때부터는 이성적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스튜디오에서 생각한 조각을 모형으로 만들 때는 전통적 방식으로 주형을 제작해 주물을 뜰 때도 있고, 3D 스캐닝과 프린팅을 활용하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모든 것을 도와줄 수 있는 훌륭한 팀이 유럽 전역에 있고, 작품 하나를 만드는 데 여러 장인이 투입되어 1000시간 이상 작업하기도 합니다.
그 작업 과정에서 어떻게 느끼는지, 그리고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모든 작업은 느린 치료 세션과 같아요. 작품 하나를 할 때마다 자신에 대해 조금씩 더 잘 알게 되고, 그럴수록 과거를 이해하고 놓아주는 데 도움이 되더라고요. 가장 힘든 점은 아마 작품을 만드는 것과 연결된 불안감인 것 같아요. 하지만 이 불안감은 제가 작업을 계속하도록 이끄는 원동력이기도 하기에 제 안에 계속 있다가 때에 따라 더 커지는 것 같아요. 특히 작품을 만들 땐 나 자신을 작품과 완전히 동일시해야 하는데, 쉽게 확신이 서지 않을 때는 제작에 오랜 시간이 걸려요. 몇 년씩 걸리기도 하죠. 그래도 작품이 완성되면 안도감이 들어요. 무엇보다 저는 전시 자체를 위한 작품 구상은 하지 않아요. 특정 전시와 관계없이 독립적 아이디어로 작품을 만든 다음 전시의 주제에 맞는 조합을 찾는 방식으로 하죠.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향후 계획이나 바람을 여쭙고 싶습니다. 작가님의 작품을 보는 이들이 어떤 걸 느꼈으면 하는지도 함께 말씀해주세요. 저는 보통 한가한 여름에 작업하는 걸 좋아해요. 지금은 제 속도로 작업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만으로 만족해 작가로서 더 이상 바랄 게 없습니다. 스튜디오에서 몇 가지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데, 적절한 때가 오면 말씀드릴게요. 저에게 예술의 진정한 의미는 작품을 만든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관람객 스스로 자아를 발견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우리가 찾아야 할 것은 타인이 아닌 내 안에 있는 무엇이거든요.

 

에디터 정희윤(노블레스 컬렉션)
사진 안지섭(인물)
사진 제공 안데르스 크리사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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