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을 물들인 트렌드
서울과 상하이 거리 곳곳에서 감지한 2026 S/S 시즌의 뉴 트렌드.

CELINE
파리 외곽에서 셀린느의 새 시대를 펼쳐낸 마이클 라이더의 두 번째 쇼는 하우스 유산의 재배열이자 재구성이다. 로고 메달리온을 큼직하게 활용한 벨트, 시원하게 두른 스카프 스타일링 등 셀린느의 정체성을 클래식하게 강조한 대담한 취향은 조용하지만 분명한 의견을 피력한다.

VALENTINO
알레산드로 미켈레는 이탈리아 시인이자 작가 피에르 바올로 파솔리니가 파시스트 정권 시절인 1941년에 작성한 편지에서 영감받은 컬렉션을 선보였다. 가장 어두운 밤에도 빛을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져다주는 반딧불이에 대한 글은 어두운 시기에 피어나는 빛과 예술의 아름다움에 대한 은유다. 리본, 자수, 퍼프 슬리브 등 디자이너 고유의 화려한 미학 위로 차분한 반향이 피어올랐다.

DIOR
역사에 공감하되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관문을 조나단 앤더슨은 하나의 상자에 비유했다. 기억을 저장하되 그 안에 갇히지 않고 새로운 길을 개척하기 위한 도전이다. 상징적이면서도 구조적인 실루엣에 가미한 정교하고 균형 잡힌 해석이 또 하나의 실루엣을 창조했다.

CHANEL
우주로 변한 그랑 팔레에서 펼쳐진 마티유 블라지의 샤넬 데뷔 쇼. 시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은 가브리엘 샤넬과의 대화에서 비롯한 새로운 샤넬은 창립자가 쟁취한 자유와 일, 사랑에 대한 열정을 상징한다. 가브리엘 샤넬의 연인 보이 카펠에게서 빌려 입은 복장에서 영감받은 스타일이 창립자의 당당한 생애를 역설한다.

LOEWE
로에베에 새롭게 합류한 잭 맥콜로와 라자로 에르난데스 듀오는 하우스의 역사를 되짚었다. 1975년 탄생한 하우스의 아이콘인 아마조나 백의 패드록 장식을 제거하는 과감한 행보로 로에베의 정체성을 재해석하는가 하면, 원초적 색채와 조형적 형태를 통해 스페인의 관능과 열정을 드러낸 것. 새로운 로에베는 그간 하우스가 쌓아온 공예와 장인정신, 그리고 스페인에 대한 탐구가 집약됐다.

MIU MIU
‘일’의 의미와 가치, 그리고 존재 이유를 탐구한 미우치아 프라다는 여성이 일을 하며 마주하는 도전과 역경, 경험에 대한 인식을 직관적으로 표현했다. 레더 블레이저 위에 앞치마를 두르거나, 사이드 라인이 컷아웃된 베스트 등은 여성이 일하며 마주하는 다면적 상황을 상징한다.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대화가 사라져가는 시대, 패션은 단순 장신구가 아닌 세상과 소통하는 하나의 언어다. 안토니 바카렐로는 현대사회에서 패션이 지니는 의미에 대해 의문을 던졌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10주년이자 통산 30번째 쇼였던 2026 S/S 시즌, 그는 고전적이면서도 현대적인 다양한 여성상을 통해 하우스의 역사에 경의를 표했다.

CHANEL
마티유 블라지는 안감이 살짝 드러나 있거나 구겨지고 눌린 2.55 백, 구겨진 형상의 까멜리아, 올이 풀린 트위드 등 추상적 해석을 통해 샤넬의 보편적 언어를 재정의했다. 시대의 흐름에 맞춰 변화한 클래식의 해체가 새로운 시대를 예고한다.

PHOEBE PHILO
2026 S/S 컬렉션과 맞물려 선보인 피비 파일로의 네 번째 ‘D 옷장’. 계절의 흐름을 따르기보다 디자이너의 아카이브를 쌓아가는 방식을 택한 그는, 스탠드업 칼라 재킷과 셔츠 같은 실용적 디자인부터 러플 장식의 슈가 톱, 퍼 슬리브 액세서리에 이르기까지 피비 파일로 특유의 위트를 펼쳐 보였다.

DIOR TIMEPIECE & DIOR JOAILLERIE
까나쥬 패턴의 시작은 194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크리스챤 디올이 귀빈을 초대한 첫 패션쇼에 배치한 등나무 의자에서 영감받아 기하학적 격자무늬를 고안한 것. 수직선과 사선이 정교하게 교차하는 다이아몬드 형태의 패턴은 이후 퀼팅 디테일로 선보이는가 하면, 타임피스나 주얼리에 입체적으로 각인되며 클래식의 품격으로 자리 잡았다.

BURBERRY
영국 여름 특유의 자유롭고 생기 넘치는 분위기를 담은 다니엘 리의 2026 S/S 컬렉션. 패션과 음악, 영국을 대표하는 두 문화적 코드가 스타일로 표현됐다. 포일 코팅 기법을 더한 워싱 데님과 생지 데님이 장인정신과 실험 정신을 동시에 정의한다.

GUCCI
구찌의 새로운 수장 뎀나는 첫 컬렉션을 위해 ‘라 파밀리아(La Famiglia, 가족)’를 주제로 한 편의 영화를 기획했다. 클래식한 GG 모노그램과 톰 포드 시대의 섹슈얼리티, 과거의 화려한 역사가 교차하는 영상에 구찌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담겼다.

HERMÈS
투명한 여름 햇살을 머금은 보드라운 모래로 런웨이를 꾸린 나데쥬 바니 시뷸스키는 자유와 해방의 에너지를 새로운 컬렉션에 투영했다. 지중해 백사장을 달리는 말을 탄 여인을 상상하며 전통적 승마 복식에 보헤미안 감성을 가미한 것. 하네스와 레더 브라톱에 고정시킨 스카프 사이로 드러난 보디라인이 럭셔리한 관능을 이야기한다.

BOTTEGA VENETA
루이스 트로터의 데뷔 무대는 인트레치아토 기법의 확장이 돋보였다. 부드러움과 구조적인 형태, 실용성과 예술성이 어우러진 디자인에 재료와 시간 그리고 기술을 엮어낸 것. 전통적 직조 기법으로 완성한 2026년의 봄과 여름이 보테가 베네타의 리듬을 섬세하게 재구성한다.

DRIES VAN NOTEN
줄리앙 클라우스너는 두 번째 여성복 컬렉션에서 해변의 일몰을 바라보고, 파도 속 서퍼들을 관찰하며 하루를 유영하는 낭만을 그렸다. 잠수복에서 착안한 우아한 실루엣에 더한 로맨틱한 러플과 애슬레저 감성이 바다에 반사된 햇살의 잔상 같은 여름 이야기를 완성한다.

PRADA
‘우아함’이라는 단어에 새로운 정의가 내려졌다. 미우치아 프라다와 라프 시몬스가 ‘여성스럽다’고 표현하는 틀에 박힌 이미지에 의문을 제기한 것. 이브닝드레스가 아닌 우아한 유니폼을 향한 탐구는 워크웨어에 모조 크리스털 이어링을 매치한 터프하면서도 관능적인 여성상을 탄생시켰다.

LOUIS VUITTON
니콜라 제스키에르는 프랑스의 왕비 안 도트리슈의 여름 별장이었던 루브르 박물관 내 공간 ‘앙 보’를 배경으로 고도의 자유와 스타일적 해방을 표현했다. ‘삶의 예술(아르 드 비브르: Art de vivre)’을 주제로 한 컬렉션은 집이라는 사적인 공간에서 비롯된 안식과 창의적 순간을 전한다.

CHLOÉ
1950~1970년대의 강렬한 복고풍 에너지가 되살아났다. 셰미나 카말리는 새로운 계절을 앞두고 쿠튀르의 개념을 재정의했다. 드레이프 디자인으로 완성한 구조적 실루엣, 벌룬 슬리브와 러플 디테일 등 끌로에 특유의 보헤미안 무드에 강인하고도 여유로운 서사가 담겼다.

LORO PIANA
플랩 하부의 메탈 바 디테일로 절제된 개성을 더한 로로 피아나의 룸 백이 또 한 번 진화했다. 직기 위에 드리워진 패브릭이 우아하게 흘러내리는 모습에서 착안한 디자인에 정교한 짜임새로 완성한 가죽 핸들로 개성을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