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가 얼굴을 바꾸는 순간
뷰티와 치료의 경계에 놓인 치아 시술 세계. 이를 둘러싼 풍경은 어디까지 달라졌을까?

가지런한 치아를 위해
최근 치아 시술은 긴 시간과 치료를 전제로 한 교정의 영역을 넘어 피부과 시술이나 성형처럼 더 빠르고 간단하게 보편화되고 있다. 원데이와 무삭제를 앞세운 시술이 등장하면서다. 미니쉬치과 김성호 전문의는 “라미네이트를 과도한 치아 삭제 시술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지만, 기술 발전으로 삭제 범위를 크게 줄이거나 무삭제 방식도 가능해졌다”고 말한다. 그 배경에는 디지털 기술이 있다. 3D 스캐닝과 디지털 설계를 통해 치아 배열은 물론, 웃을 때 드러나는 치아 개수와 입술의 움직임까지 분석하고 이를 미리 시뮬레이션해 오차 범위를 최소화하기 때문이다. 병원 내 기공 시스템과 3D 기기를 갖춰 제작 과정을 단축한 경우라면, 당일 상담 후 시술까지 받을 수 있다. 평소 치아의 틈이나 미묘하게 뒤틀린 송곳니 같은 것이 신경 쓰인다면, 긴 시간을 투자하지 않고도 그 부분만 교정할 수 있다.
다만 ‘무삭제’와 ‘단기간’이라는 이 매력적인 키워드의 시술을 모든 사람이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치아 배열이 크게 불규칙하거나 치아 크기가 큰 경우에는 여전히 교정이 근본적 해결책이며, 더 자연스러운 치아 구현을 위해 삭제는 불가피하다. 서울권치과의 권낙현 전문의는 “치아 삭제량과 라미네이트, 교정이나 임플란트 병행 여부는 모두 진단의 영역”이라고 강조한다. 피부 시술처럼 취향으로 고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또한 편의성만을 기준으로 당일 시술을 결정해서도 안 된다고 덧붙인다.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개개인의 치아 색과 형태에 맞는 보철물을 제작하는 편이 결과 면에서는 더 합리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상적인 보철물은 실제 내 치아와 얼마나 닮아 있는가에 달려 있다. 그 차이를 만드는 건 정밀한 설계와 제작 과정이다.
이를 위해 병원들은 저마다 펠드스파, 리튬 디실리케이트, 지르코니아 등 다양한 재료를 활용해 굽고, 다듬고, 색을 입히는 빌드업 과정을 여러 차례 거친다. 권낙현 전문의는 도자기를 완성하는 작업과 닮았다며 “기공사의 숙련도와 의료진과의 합이 결과를 좌우한다”고 말한다. 결국 기술은 진보했지만 마지막 완성도는 여전히 사람의 손에 달려 있다는 얘기다.
하얗고 고른 치아를 위해
또 당연하게도 이런 치아 미용 시술은 단지 ‘예뻐 보이기’ 위한 선택에 그치지 않는다. 치아 역시 노화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부위이기 때문이다. 가지런하던 치아도 시간이 지나면 잇몸과 이를 지지하는 조직이 약해지고, 반복적인 저작과 마모로 치아가 점차 짧아질 수밖에 없다. 특히 40대 이후에는 치아가 짧아지면서 턱이 짧아 보이거나 입 주변 주름이 도드라져 노화가 부각될 수 있다. 이 경우 세라믹 보철물로 치아 높이를 높이고 잇몸 범위를 조정하는 ‘교합 거상’을 고려하기도 한다. 치아 높이를 회복하는 일이 곧 얼굴 밸런스와 피부 탄력 등 근본 골격을 다시 세우는 작업이 되는 셈이다.
또 하나의 변화는 변색이다. 나이가 들수록 법랑질이 얇아지면서 상아질 색이 비쳐 보이고, 치아는 점점 누렇고 탁해진다. 미백 시술로 일정 부분 개선을 기대할 수 있지만, 치아 내부까지 누렇게 된 경우 보철물을 활용하는 게 효율적일 수 있다. 반면 음식이나 생활 습관으로 인한 착색은 시술과 홈 케어로도 관리가 가능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허수진 전문의는 “치아 상태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고농도 미백제를 도포한 뒤 광선을 조사해 케어하는 레이저 시술의 경우, 일반적으로 기존 톤보다 한두 단계 더 밝아지는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한다. 착색이 치아 겉면에 국한된 경우라면 미니쉬치과가 추천하는 에어플로우 파우더 스케일링이 도움 될 수 있다. 나노 파우더와 물, 공기를 분사해 표면의 착색만 제거하는 방식으로, 시리거나 통증 부담 없이 본래의 치아 색을 되찾아준다.
홈 케어 역시 선택지다. 병원용과 가정용 제품은 농도와 방식에 차이가 있지만, 단순 변색의 경우 꾸준한 관리가 도움이 된다는 데 전문가들은 의견을 모은다. 맞춤형 치아 틀을 활용한 미백, 시판용 미백 기기와 겔, 치약 등 선택지는 다양하다. ‘투스노트’의 화이트닝 겔은 치과 미백에 사용하는 카바마이드 퍼옥사이드 성분을 가정용 농도로 희석한 제품으로, 하루 두 번씩 2주간 사용하면 미백 효과를 볼 수 있다. 보색 기법을 이용한 치약도 있다. ‘퓨리븐’의 퍼플 가루 치약은 노란색의 보색인 보라색을 활용해 시각적으로 노란기를 중화한다. 이 밖에도 컨실러처럼 바르는 미백 세럼, 부착형 미백 페이퍼, 치아에 광택을 더하는 치아용 글로스까지 다양한 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이제 치아 관리는 치료를 넘어 피부를 케어하듯 디테일을 다루는 뷰티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