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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엔드 라이프스타일 헤리티지

LIFESTYLE

오늘날 하이엔드를 상징하는 이름은 시대를 앞선 디자인과 독보적 소재, 기술, 타협하지 않는 장인정신이 축적된 결과다. 2026년 특별한 이정표를 맞은 브랜드와 아이템의 스토리를 통해 하이엔드 리빙 헤리티지의 가치를 되짚어본다.

FRITZ HANSEN PK22™ & PK61™ 70주년

소재로 완성한 모던클래식
폴 케홀름의 디자인은 소재에 대한 깊은 이해에서 출발했다. 목수로 훈련받은 그는 당시 덴마크 가구의 주재료였던 목재를 넘어 강철의 가능성에 주목했고, 이를 목재와 마찬가지로 예술적 가치를 지닌 소재로 바라봤다. 1956년 탄생한 PK22™ 라운지체어와 PK61™ 커피 테이블은 이러한 태도를 대표하는 작품이다. 케홀름의 자택을 위해 서로 조응하도록 구상된 두 가구는 소재와 형태의 정교한 균형을 통해 지난 70년간 미니멀 디자인의 아이콘으로 자리해왔다. 2026년, 프리츠 한센은 PK22™에 벨벳처럼 부드럽고 스톤 워싱한 듯한 짙은 커피 브라운 컬러의 헤이즈 레더를, PK61™에는 케홀름의 초기 천연석 탐구를 환기하는 그레이 화이트 혼 그래나이트 상판을 더했다. 새로운 소재를 통해 케홀름이 중시했던 재료 본연의 아름다움을 오늘의 감각으로 다시금 드러낸다.

IITTALA 알토화병 90주년

틀을 벗어난 하나의 곡선
1936년 카르훌라-이딸라 유리 디자인 공모전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낸 하나의 자유로운 곡선. 이듬해 세상에 소개된 알바 알토의 화병은 대칭과 기하학에서 벗어난 유기적 형태로 당시 유리 디자인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고, 이딸라를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자리해왔다. 자유로운 형태와 실험을 중시한 알토의 정신은 2026년 헬싱키·도쿄·암스테르담·코펜하겐·베를린·뉴욕 여섯 도시의 빛과 리듬을 각기 다른 컬러에 담은 ‘Aalto 90 City Vase Collection’으로 이어진다. 90년 전 탄생한 형태가 시대와 장소를 넘어 여전히 새로운 표정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알토 화병이 지닌 헤리티지는 현재진행형이다.

BOWERS & WILKINS 브랜드 창립 60주년

원음에 다가서는 방식
바워스앤윌킨스가 오랜 시간 추구해온 기준은 ‘True Sound’다. 녹음된 음악에 무엇도 더하거나 덜하지 않고, 아티스트가 의도한 소리를 최대한 충실하게 전하기 위해 새로운 소재와 엔지니어링을 끊임없이 탐구한다. 창립 60주년에 공개한 플래그십 ‘800 시리즈 다이아몬드 D5’는 그 축적을 집약한 결과다. 최상위 801 D5를 비롯해 802 D5, 803 D5, 804 D5, 스탠드마운트형 805 D5까지 다섯 가지 메인 모델로 구성되며, 각기 다른 규모와 청취 환경에 대응한다. 세대를 거듭할 때마다 소재와 구조, 내부 기술을 정교하게 다듬으며 음악과 재생음 사이의 간극을 좁혀온 집요함이 바워스앤윌킨스의 헤리티지를 보여준다.

MERCEDES-BENZ 자동차 탄생 140주년

혁신이 헤리티지가 되는 시간
자동차의 역사는 1886년 1월 29일 새로운 장을 열었다. 칼 벤츠가 가솔린 엔진으로 움직이는 페이턴트 모터바겐의 특허출원을 한 날이다. 같은 해 고틀리프 다임러 역시 모터쿠체를 완성했고, 두 발명은 이후 메르세데스-벤츠로 이어질 140년 혁신의 출발점이 됐다. 정확히 140년 뒤인 2026년 1월 29일, 브랜드는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더 뉴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를 세계 최초로 공개하며 이 역사를 현재로 불러냈다. 한 세대 안에서 가장 광범위한 업데이트를 거친 이번 S-클래스는 차량의 50% 이상, 약 2700개 요소를 새로 개발하거나 재설계했다. 기존보다 약 20% 커진 조명 그릴과 트윈 스타 디지털 라이트, 자체 운영체제 MB.OS와 4세대 MBUX, 한층 진화한 뒷좌석 편의 기능, 전동화 파워트레인까지 브랜드가 오랫동안 정의해온 플래그십 세단의 기준을 다시 세운다. 최초의 자동차에서 오늘의 S-클래스까지 메르세데스-벤츠가 지켜온 하이엔드의 기준은 시대마다 새로운 표준을 가장 먼저 제시하는 데 있다.

THE GLENDRONACH 양조장 설립 200주년

시간을 숙성하는 방식
1826년 제임스 앨러디스가 설립한 더 글렌드로낙의 정체성을 지탱해온 것은 스페인 안달루시아에서 엄선한 페드로 히메네스와 올로로소 셰리 캐스크다. 강건한 하일랜드 원액과 스페인산 오크, 오랜 숙성 시간을 결합해 짙고 풍부한 셰리 캐스크 위스키만의 고유한 스타일을 구축해왔다. 설립 200주년을 맞은 올해는 그 시간의 정점을 ‘더 글렌드로낙 에이지드 56 이어스’에 담았다. 1968년부터 스페인산 셰리 캐스크에서 숙성한 브랜드 역사상 최고 연산 위스키로, 단 200개의 핸드 넘버링 크리스털 디캔터로 선보인다. 세대를 거쳐 축적된 캐스크에 대한 지식과 기다림, 장인의 감각으로 완성한 한 병. 더 글렌드로낙에 하이엔드란 오랜 시간 지켜온 기준을 더욱 깊게 만드는 일에 가깝다.

RIEDEL 브랜드 창립 270주년

와인 감각을 설계한 글라스
리델이 와인 문화에 남긴 가장 큰 변화는 글라스를 단순히 와인을 담는 용기가 아닌 향과 맛을 경험하는 하나의 도구로 바라본 데 있다. 볼 크기와 림 지름, 전체적 형태가 와인의 향과 산미, 타닌, 균형을 인지하는 방식에 영향을 준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품종과 스타일에 맞춘 기능적 글라스를 발전시켜온 것. 창립 270주년을 기념해 선보인 책 는 세대를 거쳐 축적한 유리공예와 디자인 철학, 이를 만들어온 인물과 아이디어를 224페이지에 담았다. 기념 패키지의 스페셜 세트도 함께 출시해 오랜 시간 탐구해온 ‘잔과 맛의 관계’를 현재의 테이블 위에서 다시금 보여준다.

MASERATI 트라이던트 100주년

레이스 트랙에서 태어난 삼지창
1926년 4월 25일, 보닛에 삼지창 문양을 새긴 마세라티 티포 26이 타르가 플로리오 출발선에 섰다. 마세라티 형제 중 예술가였던 마리오 마세라티가 볼로냐의 넵튠 분수에서 영감받아 디자인한 엠블럼 ‘트라이던트(Trident)’가 세상에 처음 공개되는 순간이었다. 이날 티포 26을 직접 운전한 알피에리 마세라티는 1500cc 클래스 우승과 종합 8위를 기록하며 엠블럼의 탄생을 첫 승리로 이끌었다. 이후 트라이던트는 인디애나폴리스 500 연승과 1957년 F1 월드 챔피언십 등 수많은 레이싱의 순간을 지나 이탤리언 퍼포먼스와 우아함을 상징하는 표식이 됐다. 탄생 100주년을 맞은 2026년, 마세라티는 전 세계 모터스포츠와 콩쿠르 델레강스, 문화 프로젝트를 통해 ‘Year of the Trident’를 이어간다. 한 세기 전 레이스트랙에서 시작한 상징을 오늘의 디자인과 기술, 모데나의 장인정신으로 새롭게 해석한다는 점에서 트라이던트의 100년은 마세라티가 추구하는 하이엔드의 본질과도 닿아 있다.

CRÈATION BAUMANN 브랜드 창립 140주년

직조해온 140년의 혁신
1886년 스위스 랑엔탈의 작은 리넨 직조 공방에서 출발한 크리에이션 바우만은 4대에 걸친 가족 경영과 자체 디자인 스튜디오·생산 시설을 기반으로 텍스타일의 가능성을 확장해왔다. 1970년대 버티컬 블라인드부터 난연 패브릭, 암막과 어쿠스틱 솔루션에 이르기까지 디자인과 기능, 기술을 함께 발전시켜온 것이 브랜드의 방식이다. 140년의 시간을 기념하는 컬렉션 ‘HOMMAGE – A Love Story between Past and Future’는 1960~1970년대 디자인 아카이브를 오늘의 감각으로 다시 읽어낸 결과물이다. 대표작 ‘조이(Joy)’는 당시의 플로럴 모티브를 면·리넨 혼방 위 섬세한 자수로 재해석해 풍부한 입체감과 생동감을 더한다. 과거의 디자인을 보존하는 데 머물지 않고 새로운 기능과 미감으로 끊임없이 갱신해온 태도는 크리에이션 바우만의 오랜 역사를 만들어온 원동력이다.

B&B ITALIA 브랜드 창립 60주년

시대를 앞선 디자인 방식
1966년 C&B로 출발한 비앤비 이탈리아는 산업 기술과 디자인의 결합으로 이탈리아 가구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냉간 성형 폴리우레탄 기술을 적용한 ‘코로나도(Coronado)’를 시작으로 가에타노 페셰의 ‘UP 시리즈(UP Series)’, 마리오 벨리니의 ‘레 밤볼레(Le Bambole)’ 등 시대를 대표하는 아이콘을 탄생시키며 실험을 이어왔다. 그 역사는 제품에만 머물지 않는다. 지난 4월 밀라노 비아 두리니 쇼룸에서 열린 60주년 전시 는 디자인·문화 매거진 <노바 익스프레스(Nova Express)>가 탐구한 브랜드의 아카이브와 커뮤니케이션 역사를 디자인 스튜디오 포르마판타스마의 공간 연출을 통해 입체적으로 펼쳐 보였다. 1972년 ‘레 밤볼레’를 파격적 이미지로 담은 사진가 올리비에로 토스카니부터 오늘날 새로운 캠페인을 이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듀오 카리나 프레이와 스테파니 바르트까지 제작과 이미지 모두에서 기존의 관습을 흔들어온 태도는 비앤비 이탈리아가 현대 이탈리아 디자인의 한 축으로 자리해온 배경을 드러낸다.

KETTAL 브랜드 창립 60주년

동시대 아웃도어 언어
아웃도어 가구를 중심으로 성장해온 케탈은 디자인과 품질, 기술에 대한 꾸준한 탐구를 바탕으로 국제적 브랜드로 영역을 넓혀왔다. 그 과정에서 파트리시아 우르키올라, 비코 마지스트레티, 콘스탄틴 그리치치, 안토니오 치테리오 등 여러 세대의 디자이너와 이어온 협업은 케탈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중요한 축이 됐다. 창립 기념 프로젝트 ‘Kettal turns 60. Let’s celebrate the icons’에서는 브랜드의 흐름을 보여주는 의자·소파·테이블 9점을 선정했으며, 여기에는 아카이브를 오늘의 기술과 소재로 되살린 ‘바스켓(Basket)’과 ‘로덴(Loden)’도 포함된다. 모델과 대표작을 함께 감각적으로 담은 새로운 사진 시리즈를 통해 이 디자인이 오늘의 공간과 삶 속에서 여전히 유효함을 드러낸다.

NESPRESSO 브랜드 창립 40주년

일상으로 확장한 커피 경험
프리미엄 커피 브랜드 네스프레소는 캡슐과 머신을 중심으로 간편하고 일관된 커피 경험을 제안해온 데서 나아가, 이제는 개인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즐기는 방식에 주목한다. 그 흐름을 보여주는 것이 ‘Vertuo World’ 캠페인이다. 새로운 커피의 세계를 탐험한다는 메시지 아래 다양한 레시피와 경험을 제안하고, 핵심 제품인 신규 머신 ‘버츄오 업’을 통해 이를 일상으로 연결한다. 센트리퓨전 회전 추출 기술과 바코드 브루잉 시스템에 아이스 & 라테 전용 버튼, 앱을 통한 추출 온도와 용량 조절 기능까지 더해 커피 한 잔을 즐기는 선택지를 넓혔다. 오랜 시간 축적한 커피 전문성과 기술은 오늘의 다양한 취향과 만나 커피를 즐기는 방식을 더욱 풍부하게 만든다.

LAMBORGHINI 미우라 60주년

슈퍼카의 원형
1966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공개된 람보르기니 미우라는 자동차의 비례와 성능에 대한 기존 공식을 뒤집었다. 운전석 뒤에 V12 엔진을 가로로 배치한 대담한 구조와 낮고 유려한 실루엣은 ‘슈퍼 스포츠카’라는 새로운 장르의 원형을 만들었다. 올해 탄생 60주년을 맞은 람보르기니는 산타가타 볼로네제 박물관에서 전을 열어 미우라의 기술과 디자인 유산을 되짚는 한편, 그 정신을 현재의 플래그십으로 옮긴 ‘레부엘토 미우라 60° 오마주’를 공개했다. 애드 퍼스넘과 센트로 스틸레가 공동 개발한 99대 한정 모델로, 미우라의 역사적 컬러 9종과 투톤 보디, ‘카넬로니’ 패턴 시트 등 오리지널의 디테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DEWAR’S 브랜드 창립 180주년

블렌딩의 미학
1846년 5월 15일, 존 듀어가 스코틀랜드 퍼스의 작은 와인·주류 상점을 열며 듀어스의 역사가 시작됐다. 일찍부터 품질을 최우선에 둔 그는 1860년대 서로 다른 위스키를 조합하는 블렌딩을 개척했으며, 완성한 블렌드를 다시 캐스크에서 쉬게 하며 풍미가 조화롭게 어우러지도록 했다. 오늘날 듀어스가 발전시켜온 숙성 철학의 출발점이다. 180년이 흐른 지금도 핵심은 ‘조율’에 있다. 최대 30종의 몰트와 그레인위스키를 섬세하게 결합하며, ‘더블 더블’ 컬렉션을 통해 4단계에 걸친 숙성으로 복합성과 균형을 끌어낸다. 2026년에는 180주년과 병오년을 함께 기념해 더블 더블 20·26·30년 리미티드 에디션을 선보였다. 창립 연도인 1846년 역시 병오년이었던 점도 이번 에디션을 더욱 특별하게 한다.

LOUIS POULSEN PH시스템 100주년

빛을 설계한 3개의 셰이드
전구의 눈부신 빛을 어떻게 더 편안하게 만들 것인가. 폴 헤닝센은 이 질문에서 출발해 1926년 3개의 셰이드로 이뤄진 ‘PH 시스템(PH System)’을 선보였다. 자연에서도 발견되는 로그 나선의 곡선을 바탕으로 한 각 셰이드는 빛을 고르게 반사하고 부드럽게 분산시키며, 강한 명암과 눈부심을 줄이도록 정교하게 계산했다. 한 세기가 흐른 지금, 루이스 폴센은 ‘PH Centenary Collection’을 통해 그 유산을 다시금 조명한다. PH 3½-2½ 플로어 램프와 PH 3/2 테이블 램프, PH 1/1 샹들리에 등 헤리티지 디자인에 에이징 브라스를 더해 시간의 깊이를 담았다. 100년 전 빛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한 하나의 원리는 오늘날에도 루이스 폴센의 조명 디자인을 관통하는 핵심 원칙이다.

DEPADOVA 브랜드 창립 70주년

콰이어트 엘레강스의 문법
서로 다른 디자인 문화를 하나의 일상 속 풍경으로 엮어온 것이 데파도바의 힘이다. 밀란 디자인 위크 2026에서 선보인 ‘Abitare l’Eleganza’는 이러한 정체성을 ‘조용한 우아함(quiet elegance)’으로 풀어낸 전시다. 균형과 절제, 일관성을 중심에 둔 공간에는 스칸디나비아·미국·일본의 미감과 이탈리아 디자인이 자연스럽게 공존한다. 유행을 좇기보다 서로 다른 디자인 언어를 조화롭게 연결해온 태도는 오늘날 데파도바가 말하는 ‘A Way of Living’, 즉 하나의 삶의 방식을 제안하는 통합적 인테리어 비전으로 이어진다.

  • 에디터 김수진, 손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