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머무는 자리
늘 곁에 있어 익숙한 한강도 빛과 바람, 계절에 따라 매 순간 다른 표정을 드러낸다. 표기식은 그러한 변화의 순간을 바라보고 기록해왔다.

나는 한강을 오래도록 바라봐왔다. 햇빛이 기울어지는 순간이면 수면 위로 빛이 잘게 부서지고, 바람결을 따라 물의 표정도 끊임없이 달라진다. 어떤 날은 금속처럼 단단하게 반짝이고, 또 어떤 날은 막 마른 물감처럼 부드럽게 번진다. 2016년부터 한강을 반복해 찾으며 그런 순간을 찍어왔다. 특별한 사건이나 낯선 풍경보다 늘 곁에 있어 무심히 지나치기 쉬운 강물의 표면과 그 위를 스쳐가는 빛에 더 마음이 갔다. 계절과 날씨,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물의 색과 결을 오래 들여다보다 보면 익숙한 한강은 어느새 전혀 다른 이미지가 된다. 붙잡을 수 없어 더 오래 바라보게 되는 순간. 어쩌면 사진을 찍는 일은 우리가 미처 알아채지 못한 시간을 잠시 붙들어두는 일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