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머무는 자리 | Nobles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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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머무는 자리

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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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곁에 있어 익숙한 한강도 빛과 바람, 계절에 따라 매 순간 다른 표정을 드러낸다. 표기식은 그러한 변화의 순간을 바라보고 기록해왔다.

표기식, ‘20-10-30‘.

나는 한강을 오래도록 바라봐왔다. 햇빛이 기울어지는 순간이면 수면 위로 빛이 잘게 부서지고, 바람결을 따라 물의 표정도 끊임없이 달라진다. 어떤 날은 금속처럼 단단하게 반짝이고, 또 어떤 날은 막 마른 물감처럼 부드럽게 번진다. 2016년부터 한강을 반복해 찾으며 그런 순간을 찍어왔다. 특별한 사건이나 낯선 풍경보다 늘 곁에 있어 무심히 지나치기 쉬운 강물의 표면과 그 위를 스쳐가는 빛에 더 마음이 갔다. 계절과 날씨,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물의 색과 결을 오래 들여다보다 보면 익숙한 한강은 어느새 전혀 다른 이미지가 된다. 붙잡을 수 없어 더 오래 바라보게 되는 순간. 어쩌면 사진을 찍는 일은 우리가 미처 알아채지 못한 시간을 잠시 붙들어두는 일인지도 모른다.

  • 글∙사진 표기식
  • 에디터 김수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