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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너머를 그리는 로함 샤메크

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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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컬렉터블 디자인, 건축, 조각, 공간 등 여러 분야를 넘나드는 아티스트이자 디자이너, 건축가 로함 샤메크. 그는 장르를 자유롭게 오가며 자연과 인간, 공간의 관계를 자신만의 언어로 풀어낸다. 2026 디자인 마이애미 서울과 파리, IMA 디자인 어워드, 카타르 뮤지엄 커미션 등 굵직한 국제 프로젝트를 이어가는 로함 샤메크에게 그가 그리는 세계에 대해 물었다.

9월에 열린 2026 디자인 마이애미 서울을 통해 한국에 처음 작품을 소개했어요. 어떤 작품을 선보였나요?
오랫동안 발전시켜온 ‘Ovo Man’을 새롭게 해석했습니다. 한국 디자인 브랜드 나이스워크숍과 협업했는데, 특히 스틸과 크롬을 비롯한 재료를 새로운 기법으로 다루는 그들의 방식이 인상적이었어요. 수작업한 조개껍데기 패턴을 비롯해 섬세한 디자인 변화를 더해 ‘Ovo Man’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2인용 벤치를 완성했습니다.

기능적 오브제부터 조각과 공간 설치까지, 예술과 디자인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듭니다. 이전 인터뷰에서 다음 세대를 위한 ‘새로운 언어’를 만들고 싶다고 했는데, 어떤 의미인가요?
예술과 디자인을 오가는 건 제게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작품마다 각각 이야기와 감정, 경험, 그리고 삶에서 얻은 깨달음이 담겨 있기에 결국 하나의 생각을 표현하는 서로 다른 방식이죠. 제가 말하는 ‘새로운 언어’란 상상과 현실, 예술과 디자인, 감정과 기능이 공존하는, 한계 없는 언어입니다. 앞으로는 예술과 디자인의 경계를 구분하기보다 하나의 연속적 창작 언어로 바라보게 될 거라고 생각해요.

‘Milky Way Chairs’의 왕좌 같은 형태부터 ‘Pharrell’s Echoes’의 천사 같은 토르소까지 독특한 요소가 시선을 끕니다. 평소 영감을 얻는 신화나 문학이 있나요?
특정 서사에서 영감을 얻진 않아요. 제 작업에 등장하는 이미지는 인간의 몸과 자연, 그리고 우주와 현실 너머 무언가가 공존하는 저만의 세계에서 비롯됩니다. 오래전부터 미니멀리즘, 특히 건축과 공간에 매료되었는데 제게 미니멀한 공간은 생생한 자연과 만날 때 의미가 있어요. 절제된 공간 속 자연과 인간, 천사를 닮은 존재가 어우러진 세계를 상상하죠. 그 바탕에는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믿음이 있습니다. 그렇게 떠오른 이미지와 감정, 생각은 하나의 서사를 이루며 일종의 개인적 신화가 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상상 속 세계를 형상화해 현실로 가져오는 과정이 제 작업이죠.

뿌리와 꽃, 아티초크, 마그마 등 자연에서 비롯된 형태가 작업에 반복적으로 등장합니다.
스스로를 자연의 일부로 생각할 만큼 자연과 깊은 유대감을 느껴요. 성스러운 존재인 아티초크는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변화와 재생을, 또 뿌리는 우리의 기원과 그곳으로부터 이어지는 연결을 의미합니다.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변화와 연결, 그리고 생명을 상징하죠.

지금의 작품 세계를 형성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경험은 무엇인가요?
어린 시절 스트리트 아트에 깊이 매료됐습니다. 벽에 예상치 못한 작품이 등장해 일상의 일부가 되는 모습과 그 자유로움, 에너지가 제 상상력을 자극하곤 했어요. 예술이 정해진 공간을 벗어나 사람들의 삶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생각도 그때 하게 됐고, 공공 미술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습니다. 이후 얻은 경험과 배움 역시 자연스럽게 지금의 작업에 스며들었죠.

왼쪽 ‘Scavenger Chair’, 2023. 오른쪽 ‘Roots’(detail), 2025.

의자와 소파를 비롯해 관람객과 직접 접촉하는 작품이 많아요.
관람객과 작품의 관계 역시 창작 과정의 일부라고 생각해요. 작품마다 각각 영혼과 존재감이 있다고 믿기에, 만들어지는 순간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때부터 삶이 시작되는 거죠. 누군가 작품에 앉고 만지며 함께 생활할 때 비로소 일상 속에서 새로운 관계가 싹트기 시작합니다.

앞으로 새롭게 도전하거나 확장하고 싶은 영역은 무엇인가요?
자연과 도시를 아우르는 대규모 공공 미술과 디자인 작업을 더 해보고 싶습니다. 나아가, 건물 전체를 만들거나 기존 건물의 파사드를 하나의 작품으로 변화시키는 등 건축으로 확장하고 싶어요. 동시에 디지털 세계에서도 새로운 가능성을 찾으며 제가 만들어온 세계를 또 다른 형식과 경험으로 넓혀가고 싶습니다.

작품을 경험한 사람들에게 궁극적으로 무엇이 남기를 바라나요?
자신과 주변을 조금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면 좋겠어요. 무엇보다 우리가 상상하고, 어떤 존재로 거듭나며, 무엇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에 대해 그 어떤 한계도 없다는 사실을 떠올렸으면 합니다. 우리 모두 본질적으로 신성한 존재이며, 각자 훨씬 더 큰 뭔가의 일부라는 것도요.

  • 에디터 정희윤
  • 사진 니키타 베레즈노이(Nikita Berezhn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