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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사회, 개인을 집요하게 응시해온 헝가리 작가 3인과 그들의 대표작을 소개한다.

지난해 말, 세계 3대 문학상으로 불리는 노벨 문학상과 맨부커상이 각각 라슬로 크러스너호르커이(La´szlo´ Krasznahorkai)와 데이비드 솔로이(David Szalay)에게 돌아갔다. 공통점은 모두 헝가리 출신 작가라는 점. 2002년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임레 케르테스(Imre Kerte´sz) 이후 20년이 훌쩍 지나서야 다시금 이뤄낸, 그야말로 헝가리 문학계의 쾌거다. 이 같은 성취는 최근 헝가리 문학이 다시 한번 세계 문학의 중심으로 주목받게 된 결정적 계기로도 읽힌다.
라슬로 크러스너호르커이에게 노벨 문학상을 안겨준 〈사탄탱고〉는 헝가리 문학을 넘어 현대문학 형식을 근본적으로 뒤흔든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종말 이후 세계에서 폐허로 변해가는 농장을 무대로 한 이 소설은 해체 직전에 놓인 공동체의 시간을 따라간다. 서로를 의심하며 무기력하게 버티던 사람들은 죽은 줄 알았던 옛 동료 이리미아스의 귀환 소식과 함께 다시 구원의 가능성에 매달린다. 그러나 그를 따라 떠나려는 움직임은 새로운 질서로 나아가기보다 또 다른 정체와 붕괴로 이어진다. 여섯 장의 전진과 여섯 장의 후퇴로 구성된 ‘탱고’ 형식처럼, 소설은 희망과 좌절 사이를 반복하는 서사를 취한다. 이 소설은 종말을 선언하는 동시에 구원의 가능성에 매달리며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인간의 태도를 끝까지 따라간 기록이다.
임레 케르테스는 홀로코스트에 관한 자전적 경험을 작품에 녹여낸다. 소설 〈운명〉은 홀로코스트를 기억하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로, 역사라는 거대한 폭력 속에서 인간이 어떤 태도로 살아가게 되는지를 보여준다. 아우슈비츠와 부헨발트 수용소에 갇힌 한 소년의 이야기를 다루지만, 작품은 비극을 고발하거나 감정을 자극하지 않는다. 수용소의 시간은 탈출을 향해 흐르지 않고 노동과 휴식이 반복되는 리듬으로 이어지는데, 그 안에서 소년이 느끼는 ‘행복’은 자유 또는 희망이 아니라 배고픔이 덜한 순간이나 잠시 쉴 수 있는 시간이다. 케르테스는 이를 통해 인간이 거부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삶을 지속하기 위한 기준을 만들어가며, 그 기준이 끝내 ‘운명’으로 받아들여지는 과정을 조용히 드러낸다.
마지막으로, 두 번의 도전 끝에 맨부커상을 거머쥔 데이비드 솔로이의 〈Flesh〉는 한 인간의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고 쌓이는지를 조용히 따라가는 소설이다. 어린 시절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한 남자의 삶은 가족과의 관계, 사랑의 시작과 끝, 일과 선택의 순간으로 이어진다. 그는 여러 도시와 국가를 오가지만, 이동은 늘 새로운 시작이라기보다 관계가 느슨해지고 어딘가에 끝내 닿지 못한 상태로 남는다. 작품은 극적인 사건보다는 흘러가는 시간의 결을 포착하는 데 집중한다. 솔로이는 설명을 덧붙이기보다 장면을 남기고, 그 사이에서 하나의 삶이 어떤 모습으로 형성되는지를 비춘다. ‘살아가는 일’을 감상으로 미화하지 않으면서도, 한 인간의 시간을 끝까지 따라가는 절제된 구성과 시선으로 동시대 삶의 조건을 설득력 있게 포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