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시 위에 내려앉은 봄
한국의 제철 식재료를 프렌치 감성과 기술로 재해석해 자연이 만든 미식을 선보이는 ‘윌로뜨’와 함께 그려낸 봄 풍경.

감태 비프 타르타르 & 단새우와 요거트 무스 & 봄동 에스푸마
& 토마토 타탕 & 허브 칩
감태 비프 타르타르는 카펠리니 면을 한 가닥씩 섬세하게 말아 만든 튀일에 순환의 의미를 담았다. 케이퍼와 디종 머스터드로 결을 올린 홍두깨살과 프리미엄 서천 감태를 쌓아 바다와 땅의 분리된 풍경을 형상화했으며, 접시 위에 자연의 한 장면을 연출했다. 단새우와 요거트 무스는 자연산 단새우의 투명한 단맛에 요거트의 신선함을 더해 조화로운 맛을 이룬다. 봄동을 부드럽게 익혀 무스처럼 녹아 사라지는 거품 소스로 구현한 에스푸마는 그 위에 잘 익힌 가리비 관자를 올리고 초리소 오일을 가미해 짧은 여운의 감칠맛을 남긴다. 옐로·레드·그린 방울토마토를 같은 온도에서 천천히 익혀 수분은 지키고 특유의 산미와 단맛을 응축시킨 토마토 타탕. 식감을 살리기 위해 샬럿과 대파로 만든 얇고 바삭한 수제 채소 사브레를 곁들였다. 마지막으로 처빌, 펜넬, 펜타스, 오레가노, 마조람, 바질 등 직접 키운 여덟 가지 허브로 완연한 봄의 정원을 그린 허브 칩은 얇게 구운 필로 페이스트리 양면에 제주 야생 꿀로 숨이 눌리지 않도록 허브를 가볍게 뿌려 바삭함과 함께 선명한 향을 전한다.

참돔 세비체 & 더덕 퓌레를 곁들인 흑돼지 테린
제주와 통영에서 들여온 신선한 참돔으로 완성한 세비체는 클로드 모네의 ‘수련’ 연작에서 영감받았다. 연잎과 연꽃은 각각 케일과 식용 물망초꽃으로 표현했으며, 시트러스 계열의 자몽과 오렌지에 샬럿과 바질 시드를 더하고 시그너처 과일 드레싱으로 마무리해 세비체의 맛과 향을 선명하게 끌어올렸다. 제주 흑돼지 머리를 사용한 테린은 각종 허브와 채소, 화이트 와인과 함께 오랜 시간 천천히 끓인 뒤 틀에 담아 굳히고 냉장고에 넣어 완성한다. 제주 더덕 퓌레의 농밀한 향이 겨울 동안 굳어진 몸을 쌉쌀한 감각으로 깨우며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양고기 브로세트
빈센트 반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 속 문장에서 출발한, 하나의 아티스틱 플레이트다. 제주도산 대파 벨루테, 비트로 물들인 두 점의 샬럿 피클, 잘게 다진 달래 찹으로 각각 호수와 두 척의 작은 배, 숲을 표현해 하나의 풍경처럼 구성했다. 산수유 가지로 대신한 나무 뿌리 아래, 흙을 상징하는 잘게 다진 양고기를 빚어 만든 브로세트는 찰수수와 흑미를 구워 겉을 감싸 실제 흙을 닮은 질감과 밀도를 구현해 다채로운 식감을 전한다.

딱새우 부야베스
제주 딱새우 껍데기에서 우러난 깊은 단맛과 바다 농도에 새우, 바지락 또는 동죽, 대합과 백합, 가리비 관자와 관자 껍질 등 조개의 풍미가 어우러진다. 콜리플라워와 브로콜리, 방울토마토를 더해 해산물의 깊이에 채소의 명료한 리듬을 얹고, 셀러리액 퓌레가 국물의 중심을 부드럽게 잡아주는 것이 특징. 계절마다 제철 생선을 가니시로 올리는데, 봄의 초입에 가장 맛이 오른 제주 열기의 단단한 살결과 또렷한 단맛이 요리의 서사를 마무리한다.

메추라기 로스트와 귀리 리소토
‘봄날 캠핑’이라는 상상력을 더한 플레이트로, 따사로운 계절의 공기를 맛과 향으로 표현했다. 마늘 먹인 의령 메추라기는 은은한 야생미와 응축된 감칠맛을 자아내며, 가니시로 봄 냉이 퓌레의 풋풋한 쌉싸래함, 래디시의 신선한 질감, 레몬 버베나의 맑은 향, 깊게 로스트한 샬럿을 더해 완성했다. 함께 곁들인 귀리 리소토는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과 식감을 극대화해 전체 구성을 안정감 있게 받쳐준다.

금귤 타르트
제주 금귤로 만든 소르베와 무스의 조합으로 완성한 디저트. 한 재료를 두 가지 온도와 질감으로 나누어 자연이 지닌 시간의 결을 더욱 풍성하게 담아냈다. 의도적으로 섞지 않은 레이어로 인해 차가움과 부드러움이 차례로 입안에 닿고, 그 사이를 잇는 사브레 쿠키가 균형을 잡아주며 유채 향이 산뜻하게 마무리한다.
- 에디터 손지수
- 사진 심윤석
- 요리 이승준(윌로뜨 오너 셰프)
- 푸드 스타일링 이승희(스타일링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