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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의 진화

FASH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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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F/W 시즌을 정의하는 촉각적 경험의 가치.

chanel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chanel
Bottega Veneta
Louis Vuitton

트렌드는 시대를 둘러싼 공기와 같다. 고요하면서 담백한 디자인과 실루엣을 들여다보면 그 흐름은 꽤 명확해진다. 디자이너들은 손끝에 느껴지는 감각에 집중하고, 옷의 실루엣을 흐트러뜨리며 절제된 형태에 새로운 리듬을 입히고 있다. 소재를 옷의 배경이 아닌 실루엣을 구성하는 핵심 장치로 활용하는 것이다.
시각적으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를 보여준 디자이너는 루이 비통의 니콜라 제스키에르다. 자연과 민속 이미지에서 출발한 디자인은 거칠고 긴 퍼와 만나 낯선 디자인으로 창조되었다. 조형적 시선으로 해석한, 몸을 감싸는 코트에 자연을 닮은 소재를 더해 옷이 하나의 풍경처럼 보이도록 의도한 것이다. 나뭇결을 살린 가죽과 광물처럼 가공한 레진 등 자연과 인공의 경계를 흐리고자 한 시도다. 반면, 디올의 접근은 유연하고 부드럽다. 튈과 레이스, 실크, 시퀸을 겹겹이 사용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나단 앤더슨은 몸을 조이는 실루엣이 아니라 나풀거리며 흐르도록 설계해 자연과 호흡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 Launchmetrics/spotlight
Gucci
Tom Ford
Loewe
simone Rocha

비워진 공간 사이로 흔들리는 표면은 옷을 보다 입체적으로 보이게 이끈다. 샤넬의 마티유 블라지는 가장 익숙한 방식을 통해 새로운 텍스처를 제시했다. 트위드와 부클레, 자수, 카멜리아, 체인 등 하우스의 정체성을 이끄는 마스터 코드를 색다르게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 오랜 소재를 해체하거나 겹겹이 쌓아 올려 전혀 다른 소재처럼 보이도록 한다. 로에베는 가죽을 가죽답게 사용하지 않는다. 얇은 가죽 실은 니트가 되고, 가죽 스트립은 부클레가 되며, 라텍스처럼 보이는 드레스와 공기를 머금은 파카는 옷과 오브제의 경계를 흐린다. 소재의 착시를 이용한 것이다. 옷 한 벌 안에 서로 어울리지 않는 소재를 조립하는 준야 와타나베의 방식이나, 모델의 걸음걸이에 따라 변화하는 소재의 파동에 대한 이세이 미야케의 고민도 인상적이다.
페더, 시어링, PVC 등 일상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소재가 런웨이에 급부상한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눈에 보이고 손에 닿는 감각이 하이엔드 문법을 다시금 설계한다. 인조 모피와 식물성 대체 소재, 송아지 털 같은 패브릭은 만져보고 싶은 매력을 자아낸다. 단순한 장식재 이상의 가치다. 2026 F/W 시즌에 나타난 과장된 트렌드는 옷의 복합적 면면을 분석한 보고서와 같다. 촉각적 풍부함을 지닌 독특한 소재는 룩의 개성과 가치를 부각하는 새로운 장치다. 절제된 실루엣에 더해진 새로운 질감은 패션이 옷의 촉감을 통해 이야기하도록 의도한다. 미니멀리즘 트렌드의 다음은 장식을 더한 옷이 아닌 소재의 다채로움을 조명한 디자인이다. 패션이 다시 소재로 이야기를 전달한다. 새로운 텍스처는 단순히 ‘화려한 옷’ 이상의 가치를 내포한다. 바야흐로 하이엔드의 언어가 변화하는 순간이다.

  • 에디터 최원희
  • 사진 © Launchmetrics/spotl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