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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5-02

도시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MKM 미술관

오랜 기다림 끝에 신관을 오픈한 MKM 이야기.

뒤스부르크의 랜드마크로 거듭난 MKM.
Photo by Simon Menges. © MKM Duisburg / Herzog & de Meuron





MKM에서 열린 에르빈 베히톨트 회고전.
Photo by Simon Menges. © Erwin Bechtold / Anselm Kiefer

독일 북서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에 있는 내륙 항구도시 뒤스부르크는 독일 산업화를 상징하는 공업도시다. 이 도시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선 중세까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데, 1200년경 대홍수로 라인강이 뒤스부르크 도심과 단절되자 시에선 인공 운하를 건설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19세기에 루르강의 인공 운하와 연결되고, 탄전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하치장과 곡물 제분소를 건립하면서 도시는 100년간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뤄냈다.
제분 기업 퀴퍼스뮐레(Küppersmühle)는 1860년 현재의 미술관 위치에 자리 잡았다. 소유주는 1900년대 당시 최신 기술력으로 제분소를 운영한 빌헬름 페더(Wilhelm Vedder). 그의 제분소는 1908년 현재와 같은 3층 규모로 지었고, 건물 옆 강철 원통형 창고 타워 사일로(Silo)도 1930년대에 설치했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 후 시장 수요가 줄면서 내항이 그 기능을 상실하고, 영업을 중단한 제분소와 저장 창고가 늘면서 퀴퍼스뮐레도 1972년 문을 닫았다. 뒤스부르크시는 폐허가 된 내륙 항을 문화・여가 시설을 위한 다목적 생태 공간으로 재건하고자 했는데, 퀴퍼스뮐레를 현대미술관으로 개조하는 프로젝트도 그중 하나였다. 아니, 오래된 내항 도시를 매력적인 문화도시로 탈바꿈하기 위한 첫 이정표였다.
1999년에 시작한 이 프로젝트를 맡은 건 세계적 건축사무소 헤어초크 & 드 뫼롱(Herzog & de Meuron). 이들은 ‘산업도시’라는 뒤스부르크 특유의 이미지를 유지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건물의 박공지붕과 아치형 외관을 그대로 살리고, 바닥부터 천장까지 이어진 수직 창이 붉은 테라코타 벽돌 외벽과 조화를 이루게 했다. 전시실을 흰색 벽면에 현무암 바닥재로 마감한 건 작품이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다. 한편, 프로젝트의 핵심은 신관을 짓는 확장 공사였다. 독일의 유명 컬렉터 가문 슈트뢰어(Ströher)의 막대한 컬렉션을 수용하기 위한 것. 그러나 프로젝트에 참여한 건설사가 파산하는 등 악조건이 겹치면서 2008년 공사가 중단됐다.
우여곡절 끝에 프로젝트는 슈트뢰어 가문의 지원으로 2013년 재개됐고, 헤어초크 & 드 뫼롱이 다시 키를 잡았다. 헤어초크 & 드 뫼롱은 기존 건물과 새 건물의 재료를 통일하기로 했다. “항구를 따라 하나의 ‘단지’를 완성하고자 했습니다. 통합적이면서 보완적인 건축이라고 할 수 있죠.” 이들의 의도처럼 신관은 본래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기존 건물과 조화를 이룬다. 사일로는 원래 모습을 유지한 채 두 건물을 연결하는데, 단순한 장식용 목적이 아니라 전시 공간이라는 새로운 역할을 부여받았다. 특히 6개의 사일로 상부 구조와 1층 천장의 넓은 개구부는 관람자에게 여느 화이트 큐브 공간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독특한 시각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외부 산책로로 접근할 수 있는 사일로에서 루르 지역의 멋진 전망을 즐길 수 있는 것은 덤.





소장품전에서 선보인 게오르크 바젤리츠의 ‘Fingermalerei III - Adler’(1972). © Georg Baselitz





기존 건물과 자연스레 조화를 이루는 신관 전면부.
Photo by Simon Menges. © MKM Duisburg / Herzog & de Meuron

MKM 운영은 슈트뢰어 가문이 설립한 민간 이니셔티브 재단인 본 예술문화재단(Stiftung für Kunst und Kultur e.V Bonn)이 맡았다. 재단의 모토는 요제프 보이스(Joseph Beuys)의 예술철학에 기반한 ‘공동 창조자’가 되는 것. 예술을 사회적 공존과 담론으로 인식하고, 문화와 경제를 연결하는 다양한 예술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게 목표다. 이런 담대한 포부에 걸맞게 현재 MKM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의 퀄리티는 여느 미술관에 뒤지지 않는다. 그중 하이라이트는 역시 슈트뢰어 컬렉션. 1945년 이후 가장 중요하고 광범위한 독일 미술 컬렉션으로 평가받는다. MKM 디렉터 발터 스메를링(Walter Smerling)은 “추상회화에 대한 슈트뢰어 가문의 오랜 열정을 보여준다”며 “독일 미술사의 필수적 맥락을 이해하고, 교사와 학생의 시대를 비교함으로써 예술의 발전상을 면밀히 파악할 수 있다. 독일 예술계에는 큰 행운”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1950년대 이후 작품 300여 점을 만날 수 있는 소장품전에서도 슈트뢰어 컬렉션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특히 새 건물 전시실에선 앵포르멜 작품과 독일 추상회화 작품 위주로 선보여 미술관의 기존 컬렉션을 보완한다. 물론 조각과 사진 작품도 만날 수 있다. 빌리 바우마이스터(Willi Baumeister), 카를 오토 괴츠(Karl Otto Götz), 에밀 슈마허(Emil Schumacher)와 그들의 동료인 에밀리오 베도바(Emilio Vedova), 마리아 헬레나 비에이라 다 실바(Maria Helena Vieira da Silva), 다음 세대 작가인 안젤름 키퍼(Anselm Kiefer), 게오르크 바젤리츠(Georg Baselitz), 게르하르트 리히터(Gerhard Richter)까지 작가 63인의 주요 작품을 망라한다.
그간 MKM에선 에르빈 베히톨트(Erwin Bechtold) 회고전을 비롯해 하네 다보르펜(Hanne Darboven) 개인전, 안드레아스 구르스키(Andreas Gursky) 기획전 같은 흥미로운 전시가 펼쳐졌다. 특히 지난 2월 막을 내린 구르스키 기획전에선 초기작부터 미술관 공간에 맞게 디자인한 대형 신작까지 선보여 작가의 예술 세계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었다. 현재 구르스키는 루르 지역의 산업 건축물을 살펴보는 작업을 진행 중인데, 지역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작가와의 협력이 돋보인 전시라고도 할 수 있다.
문화유산을 보존하는 건 중요하지만 녹록지 않은 일이다. 뒤스부르크의 MKM은 근대산업 기술유산이 문화재로서 순기능을 하는 좋은 사례로 볼 수 있다. 도시경관을 해치던 폐건물은 이제 뒤스부르크의 새로운 얼굴이 되었다. 예술이 중요한 건 미래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기 때문 아닐까? MKM이 뒤스부르크와 상생하며 희망찬 미래로 나아가길 기대한다.

 

에디터 황제웅(jewoong@noblesse.com)
김정아(미술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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