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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드레 퓌망 스튜디오의 새로운 챕터

LIFESTYLE

지난해 탄생 100주년을 맞은 앙드레 퓌망의 이름이 다시금 거론되고 있다. 한 세기가 지난 후에도 여전히 유효한 그녀의 디자인 유산은 이제 보존을 넘어 새로운 확장의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지난 1월 파리 생제르맹데프레에 문을 연 ‘앙드레 퓌망 갤러리’에 이어 5월에는 뉴욕 맨해튼 보워리에 새로운 거점을 마련하며 스튜디오는 대서양을 가로지르는 두 도시의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1984년 뉴욕 모건스 호텔을 시작으로 이브 생 로랑 매장 디자인부터 가구, 조명, 오브제, 파리의 르 봉 마르셰 중앙 에스컬레이터 설계에 이르기까지 프랑스 디자인 역사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는 앙드레 퓌망(Andree Putman). 그녀가 특별한 이유는 유행을 따르기보다 장식을 덜어내면서도 차갑지 않은 공간을 만드는 능력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그녀의 작업은 미니멀리즘으로 분류되면서도 결코 금욕적이지 않으며, 우아하지만 과시적이지 않다. 2025년은 그런 퓌망의 유산을 재조명하는 전환점이었다. 스튜디오 아트 디렉터이자 딸인 올리비아 퓌망(Olivia Putman)이 그동안 어머니의 디자인 유산을 이어 가구 리에디션과 새로운 프로젝트를 이끌었는데, 지난해 글로벌 커머셜 디렉터로 오렐리 로르(Aurelie Laure)가 합류하면서 스튜디오는 ‘확장’이라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오렐리는 이를 ‘가속기’에 비유했다. “지난해 맞은 탄생 100주년은 앙드레 퓌망의 작품을 전체적 관점에서 되돌아보는 기회였어요. 스튜디오의 역할은 단순히 유산을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살아 숨 쉬게 하는 거죠. 이제 이 목표와 함께 우리는 작품의 풍부함을 온전히 보여주고, 새로운 관객과 퓌망의 대화를 계속 이어갈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더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 국제적 활동, 브랜드 협업, 그리고 대중이 스튜디오를 경험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 구축으로 이어졌다. 그 첫 번째 결과물이 바로 지난 1월 파리에 문을 연 앙드레 퓌망 갤러리다. 이 공간은 일반적 디자인 갤러리와 달리 ‘살아 있는 집(maison habitee)’으로 기획되어 방문객은 가구를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생활 공간에 들어온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다. 파리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정원이 딸린 모던한 주택을 매입해 어떻게 갤러리로 사용할 생각을 했는지 묻자, 오렐리는 이렇게 답했다. “사실 이 공간과 관련해 재미있는 일화가 있어요. 1990년대에 출간된 이라는 레노베이션 프로젝트를 다룬 책이 있는데 첫 번째 챕터가 앙드레 퓌망의 로프트고, 그다음 페이지에 소개된 것이 바로 이 집이거든요. 원래 유치원이었다가 갤러리스트 부부가 주거 공간으로 개조했는데, 재밌게도 그들은 앙드레 퓌망의 친구들이었어요. 물론 앙드레뿐 아니라 올리비아 역시 어린 시절 이곳에 자주 들렀죠.” 두 모녀의 추억이 담긴 공간에 30여 점의 리에디션 가구가 배치되어 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1970년대 디자인한 ‘트루아 카라 에 드미(Trois Carats et Demi)’ 커피 테이블이다. 다이아몬드 컷이 연상되는 다면체 상판은 조각적 존재감을 드러내며 아르데코적 유산과 현대적 기하학이 만나는 지점을 보여준다. 반대로 ‘컨피던스(Confidence)’ 데스크는 퓌망 디자인의 보다 절제된 측면을 상징한다. 명확한 선과 완벽하게 정제된 구성, 그리고 사용성을 중심에 둔 우아함이 담겨 있다. ‘루미네이터(Luminator)’ 플로어 램프도 빼놓을 수 없는데, 아르데코의 영향을 받았지만 놀랍도록 가볍고 현대적인 실루엣으로 공간을 구조화하며 하나의 건축적 요소로 기능한다. 모두 앙드레 퓌망의 핵심 가치인 ‘정확함(la justesse)’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우르스(Ourse)’ 소파 시리즈와 ‘죈 뷔슈롱(Jeune Bucheron)’ 커피 테이블, ‘튀브 에 베레(Tube et Beret)’ 플로어 램프를 배치한 파리 갤러리 라운지 공간. © Veronese
‘부아 락테(Voie Lactee)’ 러그, ‘미디 쉬스팡뒤(Midi Suspendu)’ 데이베드, ‘트루아 카라 에 드미(Trois Carats et Demi)’ 커피 테이블이 조화를 이룬 공간에 나선형 계단이 어우러지며 몽환적 분위기를 자아내는 파리 갤러리 한쪽. © Veronese
구조와 장식을 동시에 완성하는 절제된 디자인에서 앙드레 퓌망의 세계를 엿볼 수 있는 ‘엘레팡(Elephant)’ 벤치. © Veronese
퓌망을 상징하는 블랙 & 화이트 모자이크 타일로 디자인된 파리 갤러리 욕실. © Veronese

파리 갤러리에서 과거를 재발견할 수 있다면 뉴욕은 미래를 보여준다. 지난 5월 문을 연 뉴욕 스튜디오는 보워리 344번지에 자리 잡았다. 이곳 또한 역사적 맥락이 흥미롭다. 건물 바로 옆에는 한때 장 미셸 바스키아의 작업실이 있었는데 올리비아가 젊은 시절 바스키아를 앙드레에게 소개했고, 앙드레는 다시 그를 앤디 워홀과 연결해주었다. 워홀이 바스키아에게 작업실을 제공한 배경에도 그녀가 있었다. 예술과 디자인을 연결해온 퓌망의 삶을 떠올리면 현재 스튜디오의 자리는 매우 상징적인 선택이다. 파리 다음으로 뉴욕을 선택한 이유도 분명하다. 모건스 호텔 프로젝트를 비롯해 수많은 개인 주택과 미국 전역의 이브 생 로랑 매장, 파슨스 디자인 스쿨 명예박사와 브루클린 미술관 평생공로상 등 뉴욕과 특별한 관계를 맺어온 그녀는 오래전부터 미국 디자인계에서도 중요한 인물이었다. 하지만 정작 한 번도 뉴욕에 상설 공간을 운영한 적이 없었던 만큼 이번 개관은 새로운 시장 진출이 아닌 오랫동안 이어져온 관계를 공식화한다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뉴욕 역시 파리와 마찬가지로 ‘집’의 개념을 공유한다는 사실이다. 오렐리는 두 공간을 각각의 갤러리가 아닌 하나의 비전을 구현하는 두 가지 표현이라고 설명한다. 두 도시를 연결하는 공통된 요소가 곳곳에 배치되어 있으며, 예술 작품과 리에디션 가구, 컬렉터블 에디션, 브랜드 협업 작품이 서로를 반영한다. 특히 파트너십을 맺은 ‘갤러리 템플롱’은 일본 작가 시오타 지하루의 작품과 칠레 출신 작가 이반 나바로의 네온 작업을 설치해 디자인과 현대미술 사이의 지속적인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뉴욕 갤러리에 놓인 ‘클레르 드 주르(Clair de Jour)’ 암체어. © Veronese
앙드레 퓌망. © Xavier Bejot
1984년 앙드레 퓌망이 작업한 전 프랑스 문화부 장관 자크 랑의 사무실. © Deidi Von Schaewen


공간 구성 또한 독특한데, 전형적인 쇼룸이 아니라 3개 층으로 이루어진 펜트하우스로 리셉션, 침실, 테라스, 루프톱 키친이 이어지며 실제 생활 환경을 연상시킨다. 갤러리이자 오피스이며, 디자인 스튜디오이자 접객 공간으로, 앙드레 퓌망이 중요시한 ‘호스피탤리티’ 개념이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장소인 셈이다. 실제로 오프닝 행사에서 사람들의 반응은 놀라웠다. 세계 각지에서 모인 디자이너, 컬렉터, 건축가들이 앙드레 퓌망이라는 이름에 여전히 깊은 애정을 보였는데, 오렐리는 오프닝 당시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많은 사람이 ‘그녀는 우리 시대의 아이콘이었다’, ‘그녀가 뉴욕으로 돌아와서 매우 기쁘다’라고 이야기했어요. 특히 뉴요커에게 ‘스튜디오 54’ 시절은 일종의 향수와 해방감의 상징으로 남아 있거든요. 그 시대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앙드레 퓌망은 중요한 문화적 아이콘이죠. 그래서 뉴욕 갤러리 오픈은 1980년대의 에너지와 자유로움, 예술과 디자인의 경계를 허물던 분위기를 떠올리게 했을 거예요.” 여러 코멘트 중 오렐리 로르가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이것은 앙드레 퓌망과 뉴욕의 재회”라는 말이었다. 실제로 지금 이곳에는 과거 그녀와 일했던 사람들, 그녀의 프로젝트를 기억하는 관계자들, 그리고 젊은 세대의 디자이너들이 동시에 찾아오면서 현재의 스튜디오가 지향하는 기억과 발견이 교차하는 상징적 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아시 쉬르 앵 뉘아주(Assis sur un Nuage)’ 체어, ‘롱드 드 륀(Ronde de Lune)’ 사이드 테이블, ‘슈맹 프장(Chemin Faisant)’ 러그가 놓인 뉴욕 갤러리 침실. © Veronese
뉴욕 로프트의 자유로운 분위기에 ‘밀 에 앵 카레(Mille et un Carre)’ 테이블과 로베르 말레-스테방의 체어를 매치해 블랙 & 화이트의 선명한 컬러 대비로 포인트를 준 뉴욕 갤러리 다이닝 룸. © Veronese


앙드레 퓌망 스튜디오는 여전히 건축과 인테리어, 가구 디자인, 브랜드 협업, 아트 디렉션을 넘나들며 활동하고 있다. 현재도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호텔과 호스피탤리티 분야에 대한 연구도 이어지고 있다. 이는 퓌망이 생전에 실천했던 다학제적 접근을 그대로 계승하는 방식이다. 모든 프로젝트를 하나의 통합된 경험으로 이해하고 실행한 퓌망의 정신을 현재의 프로젝트 속에서도 계속 발전시킬 예정이다. 미래 세대가 앙드레 퓌망을 어떻게 기억하길 바라는지 묻자, 올리비아는 이렇게 말했다. “어머니는 서로 다른 시대를 연결하는 사람이었어요. 프로젝트에서 늘 서로 다른 시대의 작품을 함께 배치했죠. 이는 1970~1980년대 프랑스에서 매우 혁신적인 접근이에요. 그리고 그녀의 작품은 놀라울 정도로 시대를 초월합니다. 40~50년 전 디자인되었지만, 마치 어제 만든 것처럼 현대적이죠. 이러한 유산이야말로 미래 세대에 전달되어야 할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오렐리 또한 미래 세대가 그녀를 ‘디자인 역사의 인물’이 아니라 ‘여전히 살아 있는 사고방식’으로 기억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엄격하지만 과장되지 않고, 세련되지만 과시적이지 않으며, 현대적이지만 시대에 갇히지 않는 태도. 이야말로 앙드레 퓌망이 남긴 가장 큰 유산이 아닐까. 그리고 지금 파리와 뉴욕의 두 공간은 그 유산을 미래로 연결하는 새로운 통로 역할을 하고 있다.

  • 양윤정
  • 에디터 손지수
  • 사진 앙드레 퓌망 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