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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베니스를 뒤집어 놓은 바로 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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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타데우스로팍 전속 작가로 합류하며 베니스 비엔날레 2026 오스트리아관 대표 작가로 선정된 플로렌티나 홀칭어. 그는 모두에게 사랑받기를 거부함으로써 거대한 자유를 얻었고, 이제 그 자유의 한복판에서 21세기 악마들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있다.

플로렌티나 홀칭어 오스트리아 출신의 다학제적 예술가. 극한의 신체성과 연극적 정교함을 결합해 현대 예술의 지형을 급진적으로 재편하고 있다. 무대 위 치밀한 설계를 통해 신체적 행위자성의 한계를 탐구하는 그는 안무 전공자로 시작, 무용의 틀을 넘어 연극, 오페라, 시각예술을 아우르는 독자적 공연 양식을 구축해왔다. 홀칭어는 기성 예술의 분류 체계 사이를 의도적으로 가로지르며 그 역사를 비판적으로 고찰하는 한편, 소위 ‘고급문화’와 팝 문화, 대항 문화의 흐름을 과감히 융합한다. 이를 통해 그는 스펙터클과 전복 사이의 경계를 뒤흔들며, 극한의 인내와 신체적 층위에서 작동하는 권력의 메커니즘을 가시화한다.

작가님의 작품에는 소위 무대 위에서 ‘금기시되는’ 행위가 만연합니다. 이러한 저항심은 언제부터 발동했나요? 저는 규칙을 어기거나 권위에 의문을 제기하는 일에 거리낌이 없었어요. 체제에 군말 없이 순응하는 것도 잘 못했죠. 어린 시절 무용을 하면서 “이렇게 생긴 몸”이 무엇을 할 수 있고 할 수 없는지 판단하는 말을 많이 들었던 때부터인 것 같아요. 저는 규칙을 깨기 위해 작업하지 않아요. 제게 작업은 이미 주어진 자유를 누리거나 갖지 못한 자유를 요구하고 확장하는 일에 더 가깝습니다. 이런 일엔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려는 의지와 대중의 비난을 수용하는 자세가 따르죠. 그렇게 세상의 비난과 문제 제기마저 제 작업의 일부가 됐어요. 진보적이고 실험적인 교육으로 알려진 암스테르담 신무용개발학교(School for New Dance Development, SNDO)를 졸업했어요.

베니스 비엔날레 2026 오스트리아관에서 선보인 ‘Seaworld Venice’. © Nicole Marianna Wytyczak.


학창 시절의 작가님은 어땠나요? 입학과 동시에 1학년 때부터 작품을 만들어야 했어요. 스스로 ‘춤’에 대한 정의를 내려야 했죠. 처음엔 그런 자유가 막막하고 적응하기 힘들었어요. 그러다 빈센트 리빅이라는 친구를 만나고 상황은 달라졌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 자체를 무대에 펼쳐냈어요. 삶이 예측 불가능하듯 대본도 수시로 바꿨고 공연을 중간에 갑자기 끝내버리기도 했습니다. 학창 시절 만든 〈No Applause for Shit(형편 없는 것에 박수란 없다)〉으로 전 세계를 순회했는데, 돌아보니 모든 걸 예고하는 제목이었네요. 퍼포먼스에 대해 제가 배운 많은 것 특히 경계에 대한 태도가 그때 형성됐습니다. ‘기본적으로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믿음 말이에요. 사람들이 객석을 떠나는 것이 나쁜 일만은 아니라는 사실도 깨달았어요. 모두에게 사랑받기 위해 작업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제게 엄청난 자유를 주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무대에서 큰 부상을 당했는데, 오히려 리셋의 기회가 됐어요. 회복 후 〈Apollon Musagète〉와 〈TANZ〉 같은 작품을 만들며 대규모 여성 출연진과 협업하고, 무용수뿐 아니라 서커스나 기예 전문가들을 출연진에 포함시키기 시작했습니다. 발레리나처럼 그들 역시 ‘비행의 기술’에 정통한 사람이거든요.
작가님의 퍼포먼스엔 다양한 나이대와 체형의 여성들이 함께합니다. 이러한 연대를 통해 무엇을 꿈꾸나요? 우린 정말 다양한 분야에서 모였습니다. 무용, 연극은 물론이고 포르노그래피, 스포츠, 서커스, 마술, 피어싱, 오페라, 실험 음악까지, 분야가 아주 넓죠. 국적과 나이, 문화적 배경이나 신체적 특징도 각각 다릅니다. ‘몸이 어떻게 상품화되는가’에 관한 저마다 다른 이야기가 저희 공연의 핵심입니다. 결국 이들과 함께하는 작업은 무대 위에 강력한 유토피아를 제안하고 창조해 그것을 현실로 가져오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A Divine Comedy. © Nicole Marianna Wytyczak_Florentina Holzinger, 2020.
SANCTA. © Nicole Marianna Wytyczak_Florentina Holzinger, 2024.


〈TANZ〉는 클래식발레라는 완벽한 예술 이면의 고통스러운 신체 훈련을 다룹니다. 토슈즈를 신던 무용수들이 허공의 오토바이에 매달리는 등 극단적 퍼포먼스를 선보이죠. 어린 시절 발레를 통한 신체적 훈련은 제 예술의 실질적 토대이자 자양분이 됐어요. 하지만 제가 그토록 가고 싶어 한 유럽의 명문 학교에서 입학을 거절당한 이유 역시 발레였습니다. 제 기술은 충분히 정교하지 못했고, 제 몸 역시 ‘정석’에 부합하지 않았어요. 당시 오디션에서 경험한 숱한 좌절 때문에 무척 힘들었지만 나중에 그것이 오히려 동력이 됐습니다. 내 방식대로 그 세계의 일원이 되면 그만이었으니까요. 게오르게 발란친이 남긴 “발레는 여성이다”라는 문장에 깊이 매료돼 〈TANZ〉를 제작했고, 이 작품을 통해 무용이라는 예술 형식과 전공자로서 마주한 모든 경험을 승화시켰습니다. 보통 무용이 직업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발레리나 또는 스트리퍼 정도로 여겨요. 저도 그런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했죠. 실제로 많은 무용수가 불안정한 수입 등의 이유로 소위 ‘고급문화’라 불리는 예술 영역과 상업적 엔터테인먼트, 성적 노동 사이 모호한 경계 위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 이질적인 것들을 무대 위 ‘발레’로서 탐구하고자 했습니다.

A Divine Comedy. © Katja Illner_Florentina Holzinger, 2020.


작가님의 작업이 흥미로운 이유는 수백 년에 걸친 관습에 깊이 뿌리내리는 동시에 그것을 완전히 비틀기 때문이에요. 가톨릭 집안에서 자랐지만 오페라 작품 〈Sancta〉는 거의 신성모독에 가깝죠. 교회나 오페라하우스 같은 기관은 가부장제 덕분에 성장했어요. 오페라의 경우 여성 음악가를 등용하려는 변화가 보이지만 여전히 더디며, 레퍼토리의 상당 부분이 남성 중심이죠. 어린 시절 저는 선물을 받으려 종교 행사에 가기도 하고, 부모님과 성지순례를 떠나는 친구들을 부러워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청소년기에 장크트푈텐 신학교의 학대 사건을 접하며 환상은 완전히 깨졌습니다. 대신 그 이면의 이중 잣대에 주목하게 됐죠. 교회와 여성의 역사는 복잡합니다. 여성은 아담의 갈비뼈로 만들었을 뿐 아니라 원죄까지 짊어져 출산과 매달의 고통 속에서 살게 됐다고 하잖아요. 〈Sancta〉는 1922년에 쓰인 오페라를 모티브로 여성과 신체, 교회가 상상해온 악마 사이의 관계를 탐구합니다.
무대에서 실제로 구토를 하거나 피 흘리는 격렬한 퍼포먼스로 유명하죠. 처음부터 익숙한 시도는 아니었을 거예요. 두려움을 극복하고 나아가 무뎌지는 경험은 작가님에게 어떤 예술적 영감을 선사했나요? 저는 더 높은 목표를 위해 스스로 선택한 고통, 그리하여 ‘생산적’이라 간주할 수 있는 고통을 향한 호기심이 큽니다. 실제로 〈Tanz〉에서 토슈즈를 신고 고도의 훈련을 하다 공연 막바지에 이르러 맨살에 갈고리를 걸고 허공을 향한 비상을 감행하죠. 솔직히 제겐 살이 찢기며 공중에 매달리는 것보다 제 엉덩이골에 왁싱을 하는 일이 훨씬 고통스럽습니다. 전자는 비할 데 없이 강렬한 순간을 주는 예술적 실천이니까요. 무대 위 대부분의 스턴트는 제가 직접 수행하거나 적어도 시도해본 것이에요. 무엇이 가능한지 알기 위해 되도록 많은 것을 직접 경험합니다. 몸이 회복하려면 얼마나 시간이 필요한지 가늠할 수 있어야 하거든요.

Ophelia’s Got Talent. © Nicole Marianna Wytyczak_Florentina Holzinger, 2022.
Ophelia’s Got Talent. © Bahar Kaygusuz_Florentina Holzinger, 2023.


작품을 보고 관객이 느끼는 충격과 공포, 높은 수위에 대해서는 그저 신체적 수행이자 기술적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일 뿐이라며 담담한 반응을 보여왔죠. 저는 예술이 관객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그들의 인식에 도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대목에서 공포나 충격, 두려움을 느끼는지 스스로 되돌아보게 할 의무가 있다고 믿어요. 제 퍼포머 중 작년 세상을 떠난 베아트리체 코르두아(1943~2025)는 “사람들이 당신의 작품에 충격을 느끼는 건 사물들이 평소와 다른 방식으로 결합되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이며, 그것이 그들을 관습 밖으로 밀어내 충격을 주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필요하다면 그에 대한 비난은 기꺼이 제가 감수하겠습니다. 극장에서는 사물을 문자 그대로 ‘다른 빛’ 아래 비출 수 있습니다. 제게 연극의 아름다움이란 바로 그런 거예요. 그곳에선 진정 다른 환상적 세계를 제안할 수 있습니다.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 오스트리아관에서 선보인 〈Seaworld Venice〉를 통해 세상을 또 한번 놀라게 했습니다. 왜 ‘물’이 주제가 됐을까요? 무용수로서 신체의 무게를 상쇄시키는 물은 제게 늘 흥미로운 요소였어요. 또한 극장은 물을 까다롭고 위협적인 요소로 여기죠. 하지만 난관은 창작욕을 더욱 자극할 뿐입니다.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기어이 성사시켰을 때 맛보는, 일종의 사도마조히즘적 쾌감이 우리에겐 큰 보상이에요. 그래서 물이야말로 가장 완벽한 재료라고 확신했어요. 또한 물은 매우 양가적인 요소입니다. 매혹적이면서 위협적이고, 필수적인데 사라져가고 있죠. 또한 거울처럼 비추는 성질을 지녔습니다. 우리가 파빌리온에 가득 채운 물 역시 그림자 속에 숨은 것들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역사적으로 물은 전형적인 여성적 요소였어요. 사이렌, 인어, 오필리아 등은 매혹적이지만 위험한 존재, 즉 길들여야 할 ‘여성적 괴물’로 그려져 왔죠. 베니스는 전통적으로 ‘아드리아해의 여왕’, ‘라 세레니시마(La Serenissima)’ 등 지쳐 있지만 유혹적인 존재로 일컬어졌고요.

DISAPPEARING BERLIN, Étude for Disappearing. Photo by Silke Briel. Courtesy of Schinkel Pavillon. © Florentina Holzinger.


그러한 이야기 위에 세운 파빌리온은 그야말로 순수함과 불결함이 공존하는 기묘한 공간입니다. 작품을 이루는 다양한 요소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Seaworld Venice〉는 성스러운 건물과 하수처리장, 수중 테마파크로 구성됩니다. 수중 생물과 기후 위기를 다룬 〈Ophelia’s Got Talent〉, 가톨릭교회를 다룬 오페라 〈Sancta〉, 통제할 수 없이 노화되는 신체와 도래하는 종말을 다룬 〈A Year without Summer〉 등 지난 제 작업의 테마를 한데 엮었습니다. 퍼포머 한 명은 파빌리온 중정에 설치한 수조 안에 상주하는데, 이 수조는 관객들이 사용하는 화장실과 연결됩니다. 즉 관객의 소변 속에서 생활하는 셈이죠. 건물 위 교회 종이 달린 이곳은 성소인 동시에 위생 시설입니다. 오물 수조는 비공식 제단이자 파빌리온의 구심점이에요. 제단에 가장 가치 있는 것을 바치듯 관객은 자신의 신체 분비물을 기부함으로써 예술이 계속 흐르도록 돕고, 퍼포머는 자신의 시간과 청결함을 기꺼이 내줌으로써 제단을 완성합니다. 이는 지극히 명상적인 자기희생이자 타인이 버린 폐기물 속에서 누군가 생존해야 하는 현대사회의 이면에 대한 은유입니다.
이번 베니스 비엔날레 참여 소감을 묻는 질문에 “두려워하지 않고 21세기의 악마들과 맞서 싸우겠다”고 한 말이 기억에 오래 남았어요. 당신의 작품이 상정한 적군을 향해 하나의 선언을 남긴다면? “빨간색-흰색-빨간색(오스트리아 국기 색)이 되느니 차라리 죽음을 택하겠다.” 오스트리아 작가 슈테파니 자르크나겔의 말을 인용하겠습니다. 저는 국가주의와 애국주의, 국경을 위해 치르는 모든 전쟁에 반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