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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에베의 장인정신

FASH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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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의 본질과 한국 현대 도예의 여정을 조명한 회고전 <신상호: 무한변주>가 로에베의 공예 철학과 궤를 함께한다.

신상호 작가.

스페인 장인들의 가죽 공방에서 출발해 미술, 공예, 디자인을 아우르며 179년간 독창적 정체성을 구축해온 로에베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열리는 신상호 작가의 개인전 <신상호: 무한변주>를 공식 후원한다. 아프리카 미술의 원초적 에너지에 매료돼 이를 오랫동안 수집해온 컬렉터이자 도예, 건축, 오브제를 넘나드는 조형 세계를 탐구하는 신상호 작가는 도자를 조각하는 대담한 시각으로 한국 도예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 ‘보이지 않는 부분들’, ‘꿈’, ‘아프리카의 꿈’ 등 흙의 원초적 생명력을 구조적으로 형상화한 작품이 이색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60여 년에 걸쳐 전통 도예를 기반으로 조형성과 물질성의 경계를 확장해온 작가는 1960년대 후반부터 도자를 매개로 한 기술과 형태적 실험을 지속하며 한국 전통 도예의 현대화를 주도했다.

추상표현주의에서 영감받은 조형적 형상의 ‘꿈’ 연작 일부 전시 전경.
‘분청’ 전시 전경.
‘아프리카의 꿈-토템’ 전시 전경.

그의 예술 세계는 도자기에서 조각, 회화, 건축으로 이어지며 동시대 공예 담론을 재정의한다. 특히 1980년대 시작된 도자 조각 ‘도조(陶彫)’ 시리즈는 미국 추상표현주의 도예와 일본 소데이샤의 흐름과 맞닿아 국제적 반향을 일으킨 작업군으로 오늘날 젊은 공예가들에게 강렬한 영감을 불어넣는다. 그의 예술적 여정을 조명하는 이번 전시는 2026년 3월 29일까지 이어진다. 한편 로에베는 2016년부터 현대 공예의 기술적·예술적 가치를 기념하는 ‘로에베 재단 공예상(LOEWE Foundation Craft Prize)’을 제정해 진정성을 담아 전 세계 공예인을 지원하며 공예의 중요성을 전파해왔다. 도자, 주얼리, 섬유, 목공예, 유리, 금속, 가구, 종이, 옻칠 등 다양한 분야의 창작자에게 상을 수여해 패션과 문화, 전문화된 장인정신이 만나는 접점으로서 공예의 가치를 재확인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열리는 신상호 작가의 개인전 <신상호: 무한변주> 포스터.
흙의 패턴과 색의 중첩을 통해 도자의 물질적 깊이를 조명한 평면 회화 전시 전경.

NEW ERA

2026 로에베 재단 공예상을 향한 준비도 계속된다. 현대 공예의 우수성과 예술적 가치를 널리 알리고 기념하는 취지에서 세계 각국의 탁월한 공예 작가를 지원하며 권위를 공고히 해온 공예상은 매년 국제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상은 공예의 중요성과 미래를 위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재능, 비전, 혁신 의지를 지닌 현업 예술가를 조명하는 동시에 1846년 공동 공예 공방으로 출발한 로에베의 기원을 기념하는 의미도 포함한다. 2025년에는 전 세계 133개 국가와 지역에서 4600점 넘는 작품이 출품되며 그 위상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공예 기반 직종에 종사하는 만 18세 이상이면 누구나 응모 가능하며, 우승자 한 명에게는 5만 유로, 특별상 수상자 두 명에게는 각 5000유로의 상금을 수여한다. 30점 이내 최종 후보작은 예술가, 수필가, 큐레이터로 구성된 전문가 패널이 엄선한다. 2025 로에베 재단 공예상 최종 후보자인 유리공예가 스콧 체이슬링, 아티스트 겸 디자이너 니페미 마커스벨로, 목공예가 디디응윙인은 올해 새로운 전문가 패널로 합류했다. 독창성, 예술적 비전, 구현의 정밀성, 재료 선택의 탁월함, 혁신적 가치, 개성이 주요 평가 기준이며,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잭 매콜로와 라자로 에르난데스, 2025 공예상 수상자 구니마사 아오키 역시 심사에 참여한다. 제9회 로에베 재단 공예상은 2025년 10월 30일 접수를 마감했다. 로에베 재단은 1988년 가문의 4대손 엔리케 로에베가 설립한 민간 문화재단으로, 현재 딸 실라 로에베의 지휘 아래 공예·미술·디자인·사진·시·무용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창의성을 증진하고 있다. 2002년에는 스페인 정부로부터 미술 부문 황금훈장을 수훈했다.

  • 에디터 최원희
  • 사진 국립현대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