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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품는 시간, 크로모 방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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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이 축적해온 도시의 결을 다층적으로 풀어낸 ‘크로모 방콕’에 다녀왔다.

위쪽 밤이 되면 존재감을 드러내는 파사드.
아래쪽 루프톱 인피니티 풀.

호텔이 단순한 숙박 시설을 넘어 한 도시의 문화, 역사, 미감을 품은 총체적 라이프스타일 공간으로 진화하는 요즘, 여행 또한 더 이상 ‘일상으로부터 도피’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현대 여행자는 ‘어디에 머무는가’를 통해 도시의 정체성을 체감하고, 그 안에 켜켜이 쌓인 감각의 층위를 발견하며 삶의 스펙트럼을 확장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큐리오 컬렉션 바이 힐튼’은 로컬 아이덴티티를 중심으로 큐레이션한 프리미엄 브랜드로, 도시와 여행자를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독자적 궤적을 만들고 있다. 지난해 9월 문을 연 ‘크로모 방콕’ 역시 해당 컬렉션 내에서 도시형 라이프스타일 호텔의 새로운 면모를 제시하는 대표적 포트폴리오다. 방콕이 오랜 세월 축적해온 문화와 감성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해 호텔이라는 프레임 안에서 또 하나의 도시 지형도를 펼쳐 보인다. 방콕 중심부, 그중에서도 창의성과 활력이 넘쳐나는 수쿰윗에 위치한 이 호텔은 방콕의 태국식 명칭 ‘끄룽텝마하나콘(Krung Thep Maha Nakhon)’, 즉 ‘천사의 위대한 도시’에서 모티브를 얻어 브랜드 스토리를 구축했다. 이를 바탕으로 전개된 호텔의 디자인 서사는 ‘9개 보석’에서 출발한다. 가닛, 다이아몬드, 문스톤, 캐츠아이 크리소베릴, 에메랄드, 루비, 옐로·블루 사파이어, 지르콘 등 방콕에서 귀히 여겨지는 보석의 상징성을 공간 곳곳에 배치해 감각적 시선으로 풀어냈다. 햇빛에 반짝이는 황금 사원의 첨탑, 시장을 가득 채운 열대 과일의 화려한 색감, 도심을 오가는 핑크 택시 등 평범한 일상의 풍경이 보석의 스펙트럼과 만나 만화경 같은 시각언어로 재탄생한다. 이러한 재구성은 태국의 로컬 아티스트 및 디자인 스튜디오와 협업해 로비, 공용 공간, 객실 전반으로 확장됨으로써 호텔을 오가는 동선 자체를 하나의 예술 여정으로 경험하도록 완성됐다.

크로모 방콕 외관.

306개 객실은 세 가지 크기를 기반으로 총 열 가지 타입이 있으며, 구조와 가구 배치를 세밀하게 조절해 여행자가 취향과 리듬에 따라 선택하도록 설계했다. 모든 객실이 11층 이상에 자리해 방콕의 분주한 흐름과 적절한 거리를 두면서도 창밖으로 펼쳐지는 도시의 생동감을 온전히 받아들인다. 그 덕분에 객실은 하루의 감도를 정돈하고, 자신의 속도를 회복할 수 있는 프라이빗 스튜디오처럼 기능한다. 부대시설로는 올데이 프렌치 캐주얼 다이닝을 선보이는 비스트로 겸 바 ‘콜레트(Colette)’, 창의적 소셜 라운지 역할을 하는 ‘빌라(Vilah)’, 저녁이면 황홀한 선셋 스폿으로 변신하는 루프톱 인피니티 풀, 그리고 피트니트센터 등이 있다. 이들 공간은 호텔이 지닌 어번 에너지를 더욱 입체적으로 드러내며, 여행자가 머무는 동안 도시와 자연스럽게 교감할 수 있는 다양한 장면을 제공한다.

소셜 라운지 ‘빌라’.

크로모 방콕에 들르기 전까지, 에디터에게 방콕은 너무도 낯선 도시였다. 그런 만큼 이 도시의 온도와 속도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예측할 수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로비의 빛과 패턴, 공간의 공명감에서 느낀 강렬한 인상은 크로모 방콕이 새로운 도시 경험의 관문이 되어줄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했다. 객실 창문을 열었을 때 눈앞에 펼쳐진 방콕 시내, 루프톱 풀에서 바라본 노을이 도시를 붉게 물들이던 순간, 그리고 콜레트에서 맛본 로컬 식재료로 만든 신선한 모던 프렌치 다이닝까지, 이 모든 장면이 처음 만나는 도시와 여행자를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듯했다. 특히 인상적인 점은, 호텔 곳곳에 배치된 태국적 요소가 결코 과장되지 않으면서도 도시 고유의 감각을 있는 그대로 전달한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크로모 방콕에서의 시간은 방콕이라는 도시의 첫인상을 깊고 선명하게 남겼다.

위쪽 킹 테라스 룸.
아래쪽 바 ‘콜레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