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테르담에서 만난 유럽 예술의 현재와 미래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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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4-06

로테르담에서 만난 유럽 예술의 현재와 미래

데포 보이만스 판뵈닝언이 네덜란드에 개관했다. 이곳을 이끄는 샤럴 엑스 관장의 이야기.

보이만스 판뵈닝언 미술관의 수장고 ‘데포’ 관장 샤럴 엑스. Photo by Daria Scagliola





데포 전경. Photo by Ossip van Duivenbode

지난해 11월 보이만스 판뵈닝언 미술관의 수장고 ‘데포’가 개관했습니다. 독특한 외관을 비롯해 15만 점 이상의 미술관 소장품을 볼 수 있는 ‘개방형 수장고’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는데, 먼저 데포 개관에 대한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지난해 11월 오프닝은 꽤 성공적이었습니다. 개관 이후 6주 동안 많은 사람으로 붐볐죠. 57개국 언론사에서 관심을 갖고 데포의 개관 소식을 보도했고, 미술계 전문가들에게도 인상적이라는 피드백을 받았어요. 영국, 독일, 중국, 벨기에, 핀란드, 미국, 프랑스, 노르웨이, 크로아티아에서 온 동료들을 위해 가이드 투어에도 직접 나섰죠. 특히 데포가 어떻게 미술 유산을 보존하고 관리하는지에 관한 질문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데포가 탄생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2004년에 데포 설립을 위한 논의가 시작되었다고요. 2004년은 보이만스 판뵈닝언 미술관에서 디렉터로 커리어를 시작한 해이기도 한데, 데포를 설립한 계기와 배경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미술관이 들어선 지역 일대의 기후변화와 누수 문제로 지하에 마련한 작품 수장고를 사용할 수 없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논의가 진행되었습니다. 이후 지자체 관계자와 새로운 수장고 자리를 두고 의견을 주고받았는데, 미술관에서 멀지 않은 도심에 위치해 많은 사람이 관람할 수 있는 수장고의 형태를 제안했어요. 보안, 온·습도 조절 시스템을 갖추고 관람객을 위한 시설까지 한데 어우러진 개방형 수장고를 여는 것이 취지였죠. 더불어 ‘전시’라는 무대 뒤에서 미술관이 무엇을 하는지 관람객에게 알리고 보여주기 위한 목적도 있었습니다. 작품 보존 작업을 하는 스튜디오나 보존 기술을 보여주는 방이 데포에 생긴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죠.
결국 데포는 보이만스 판뵈닝언 미술관에서 멀지 않은 무쇰파르크(Museumpark)에 자리 잡았는데, 무엇보다 멀리서도 단번에 눈길을 끄는 건축물이 인상적입니다. 1664개의 글라스 패널로 구성한 사발(bowl) 모양의 외관은 로테르담의 건축사무소 MVRDV가 디자인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건축설계 단계부터 특히 신경 쓰신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우선 데포의 건설 계획과 착공은 후원자를 만나 2010년 도심 외곽과 미술관이 함께 자리한 무쇰파르크 지대 사이에 발생하는 금전적인 문제가 해결되면서 본격적으로 진행되었어요. 그렇게 무쇰파르크에 데포가 들어섰고, 현재 보수 작업을 진행 중이지만 전시와 컬렉션을 선보이는 미술관을 바로 옆에서 더욱 정확하게 인지하고 파악할 수 있게 되었죠.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는 데포의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한편, MVRDV의 공동 창립자이자 건축 담당인 비니 마스(Winy Maas)와 가장 고민한 부분은 1층 공간이에요. 아래에서 위로 갈수록 넓어지는 사발 모양 구조라 1층 공간이 가장 좁은데 연간 20여만 명의 관람객을 어떻게 수용하고, 이들이 데포 내부로 접근하도록 어떻게 유도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었죠. MVRDV는 미술관이 요구한 사항을 수용하면서 동시에 아티스트, 디자이너와의 협업으로 이를 풀어갔어요. 아티스트이자 건축가인 존 쾨르멜링(John Körmeling)은 건물의 입구 홀에 조명과 인테리어 디자인을, 시각예술가이자 컬렉터인 마리커 판디먼(Marieke van Diemen)은 데포 내부에 13개의 유리 쇼케이스를, 그리고 피필로티 리스트(Pipilotti Rist)는 데포 외부에 컬러풀한 프로젝션 작업을 선보였죠. 공간의 밀도, 새로운 경험을 야기하는 작품과 더불어 변화하는 건축적 관점은 데포를 더욱 흥미롭게 관람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미술관 소장품 15만여 점을 보관 중인 데포 내부. Photo by Iris van den Broek





온도와 습도를 고려한 다섯 가지 기준으로 작품을 분류해 보관한다. Photo by Iris van den Broek

로테르담은 제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대부분의 건물이 파괴되었고, 이후 포스트모더니즘 양식 건축이 들어서며 세계에서 손꼽히는 ‘건축의 도시’가 되었죠. 이러한 도시의 건축사적 맥락을 데포는 어떻게 비추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로테르담에 하루가 다르게 고층 건물이 들어서며 새로운 스카이라인이 형성되었고, 이는 전 세계와 연결된 거대한 로테르담 항구와 함께 도시의 에너지를 보여주고 있어요. 데포 건물 외벽에 부착한 볼록한 글라스 패널은 이처럼 변화하는 도시의 파노라마를 담아내죠. 특히 원래 크기의 10%로 비치는데, 로테르담이 그렇게 아름답게 보인 적은 없는 것 같아요.(웃음)
데포가 보이만스 판뵈닝언 미술관의 모든 소장품을 품게 되었습니다. 회화부터 조각, 가구, 세라믹 등 다양한 장르, 시대, 사조, 형태의 작품이 15만여 점이나 된다고 알고 있는데 데포에서는 그 방대한 작품을 어떤 기준으로 분류해 보관하고 있나요?
데포는 온도와 습도에 따라 다섯 가지 기준을 적용해 작품을 보관 중입니다. 예컨대 컬러사진은 온도를 14℃로 유지하고 흑백사진은 7℃, 캔버스와 나무에 그린 페인팅은 20℃, 습도 50에서 24시간 보관하며 1℃ 마이너스 혹은 플러스 범위 안에서 유지하는 식이죠.
데포에서 놓치지 말고 봐야 할 작품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글쎄요. 데포에서는 피터르 브뤼헐(Pieter Bruegel)의 ‘바벨탑(The Tower of Babel)’ (1563)부터 렘브란트(Rembrandt)와 르네 마그리트(René Magritte)의 회화, 그리고 잘 알려지지 않은 동시대 화가의 작품까지 모두 동일하게 관리하고 다룹니다. 데포가 미술관은 아니니까요. 다음 세기까지 최고의 컨디션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작품을 보관하고 보존하는 도구와도 같은 곳이 바로 데포입니다.
오늘날 글로벌 뮤지엄은 그만의 컬렉션을 앞다투어 운영 중입니다. 15만여 점의 방대한 수집품을 관리하는 입장에서 미술관이 컬렉션을 운영하면서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조직과 시스템만큼이나 확고한 비전과 취향이 있어야 합니다. 그 모든 것을 갖춘다면 어떤 작품도 망각 속으로 가라앉지 않겠죠.
팬데믹 이후 ‘온라인’, ‘디지털’은 여러 미술 기관에서 고민하는 주제입니다. 확장돼가는 디지털 경험에 대한 생각은 어떠한지, 더불어 데포는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어떻게 수용하는지 궁금합니다.
데포는 18세기 분더카머(Wunderkammer)의 형식과 런던에 자리한 존 손(John Soane) 경의 하우스 박물관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즉 데포에서는 작품의 크기, 색, 재료를 실제로 보고 비교하며 체험할 수 있죠. 물론 디지털 정보도 필요하겠지만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진짜’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로테르담에서 글로벌 미술 신까지, 앞으로 데포가 어떤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하는지 궁금합니다. 더불어 지향하는 비전과 목표가 있다면?
미술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점점 투명해지면서 새로운 관람객을 더 많이 맞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이전에는 미술관 소장품에 관해 주로 사진이나 디지털 정보에 의존했지만, 데포를 통해 큐레이터와 디렉터 모두 미술관의 방대한 컬렉션을 실제로 볼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미술관 운영 방식이 더욱 효율적으로 변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인간의 삶을 가치 있게 하는 지식과 새로운 사물(작품) 집단이 데포 개관을 계기로 생겼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있죠.
마지막으로 <아트나우> 독자에게 데포를 보다 입체적으로 즐길 수 있는 팁을 알려주세요.
데포의 프로그램은 매일 바뀝니다. 이곳에 보관 중인 작품을 다른 미술관에 대여하기도 하고, 미술관 컬렉션에 포함된 폴 매카시(Paul McCarthy), 에르네스투 네투(Ernesto Neto), 월터 드 마리아(Walter de Maria), 요제프 보이스(Joseph Beuys) 등의 작품을 보여주기도 하죠. 저희와 협력하는 개인 컬렉터의 소장품 중에서 작품을 골라 소개하기도 합니다. 데포를 둘러보고 루프톱 레스토랑에서 점심 혹은 저녁식사를 하거나 높이 40m의 자작나무 75그루가 늘어선 공중정원에서 국제도시의 풍광을 만끽하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에디터 정송(song@noblesse.com)
이정훈(미술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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