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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2-14

올해 마지막 전시

아뜰리에 에르메스가 한 해의 마지막을 장식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전시로 남화연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전시 전경.
<가브리엘>전 포스터 이미지.


아뜰리에 에르메스가 11월 18일부터 2023년 1월 29일까지 남화연의 개인전 <가브리엘>을 진행한다. 2019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참여 작가인 남화연은 비가역적 시간의 흐름 속에서 희미한 흔적으로 남은 존재에 대한 기록의 편린을 면밀히 관찰하고 상상력을 더해 섬세하게 재구축하면서 현재화하는 작업을 해왔다. 퍼포먼스적 특성에 기반한 사운드·영상·이미지 등 작업을 통해 아카이브 자료 속 대상, 다시 말해 역사적 시간과 존재가 현재 시간과 교차하며 지금 이곳에 일시적으로 머무르게 한다.
10년 가까이 몰두한 무용가 최승희 아카이브 관련 작업을 끝낸 후 새롭게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크게 네 점의 신작으로 구성했다. 작가는 시간을 재생하거나 기억을 재구축하려는 인위적인 노력 대신 시간의 흐름 한가운데서 다가올 순간을 고요히 응시할 것을 제안한다.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알리는 신의 전령 혹은 전쟁과 파멸의 소식을 전하는 대천사의 이름에서 가져온 전시명이 암시하듯, 동명의 비디오 작품 ‘가브리엘’은 아직 도래하지 않은 사건의 징후로 가득하다. 약 20분 길이의 영상에는 가브리엘이 성모마리아에게 수태고지하는 모습을 다룬 르네상스 대표 작가(보티첼리, 레오나르도 다빈치 등)의 회화에서부터 식별하기 어려운 화성 탐사 로버의 촬영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간대의 이미지가 혼재되어 있다. 꿈인지 기억인지, 혹은 꿈속 기억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영상에서 작가는 서사와 언어의 사용을 최대한 자제하는데, 이는 예감·직감 등이 언어 이전에 발생한다는 생각을 반영한 것이다.
또 다른 작품으로는 사운드 조각 ‘코다(Coda)’가 있다. 이는 소나타의 종결부를 뜻하는 음악 용어로 이전에 미리 들은 주제의 선율이 반복, 변주, 확장되는 특성이 있다. 전시 공간 초입에는 ‘코다’를 배치함으로써 작품에서의 시간 궤도가 선형적이지 않다는 메시지를 드러냈다. 화성에서 녹음한 것을 포함한 여러 종류의 바람 소리, 관악기 연습 소리, 금속 파이프가 매질로 기능하며 나는 소리 등이 주를 이룬다. 작가는 이를 통해 모든 소리가 뒤섞이는 소용돌이(vortex) 같은 ‘시간의 운동’을 표현했다.
전시 공간은 전체적으로 커튼으로 가려진 방(chamber) 형태를 띤다. 이는 가브리엘의 임무인 수태고지가 수행되는 곳이고, 실내악이 연주되는 공간이기도 하며, 지난 수년간 팬데믹 상황을 겪은 우리가 심리적·물리적으로 격리된 ‘닫힌 방’을 의미한다. 부식된 동판으로 된 작품 ‘창문-꿈(Window-Dream)’은 닫힌 방에서도 화성 탐사 소식을 접할 수 있는 ‘외계로 난 창’을 상징한다. 한편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원격 탐사 및 자율주행 차량 개발 등에 이용되는 라이다(LiDAR, Light Detection and Ranging)에 관한 뉴스를 접한 작가는 이를 계기로 유토로 만든 작은 소조 ‘새로운 사원(A New Temple)’을 구상, 공간에 함께 배치했다. 과테말라 밀림에 숨어 있던 마야 유적지를 발굴하고, 정글 위 헬리콥터에서 고대 도시의 과거 형상을 보여주는 라이다가 ‘낯선 전령’ 같다고 느낀 데서 착안한 작품이다.
메종 에르메스 도산 파크 지하 1층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 만날 수 있는 이번 전시는 매주 수요일과 1월 1일, 22일, 23일에는 휴관한다. 2023년 1월 14일에 진행하는 아티스트 토크는 네이버 예약을 통해 참여 가능하다. 문의 02-3015-3248





위쪽 가브리엘’ 스틸 이미지, 2022, 단채널 비디오, 6채널 사운드, 20분 04초(얀 반 에이크 <수태고지> 부분, c.1434/1436) ©남화연, 에르메스 재단
아래쪽 ‘가브리엘’ 스틸 이미지, 2022, 단채널 비디오, 6채널 사운드, 20분 04초(주스 반 클레브 <수태고지> 부분, c.1525) ©남화연, 에르메스 재단

 

 

에디터 이혜미(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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