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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치스앤원더스 2026에서 포착한 여덟 가지 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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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워치메이킹의 현재를 읽는 여덟 가지 트렌드.

바쉐론 콘스탄틴 오버시즈 셀프 와인딩 울트라-씬.
파르미지아니 플뢰리에 톤다 PF 미니트 라트라팡테.

Platinum

플래티넘은 하이엔드 워치메이킹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지닌 소재다. 묵직한 질감과 희소성, 까다로운 가공 과정은 그 자체로 높은 제작 난도를 상징한다. 오늘날에도 플래티넘으로 완성된 타임피스는 컬렉터들 사이에서 기술력과 완성도를 가늠하는 기준으로 여겨진다. 올해 역시 여러 메종이 플래티넘을 통해 브랜드의 역량을 드러냈다. 바쉐론 콘스탄틴은 오버시즈 최초로 950 플래티넘을 전체에 적용한 울트라-씬 모델을 선보이며 컬렉션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파르미지아니 플뢰리에는 창립 30주년을 맞아 플래티넘으로 제작한 한정 시리즈를 공개해 소재의 가치와 브랜드 철학을 결합했다.

샤넬 워치 체스보드.
레페 1839 게코.
오데마 피게 피콕.

Masterpiece

올해도 워치메이커들은 시간을 예술의 영역으로 확장했다. 샤넬은 오트 오를로제리 마스터피스를 통해 단 1피스만 존재하는 유니크 워치 체스보드를 선보였다. 워치메이킹 크리에이션 스튜디오의 디렉터 아르노 샤스탱이 이끈 새로운 캡슐 컬렉션은 게임 세계의 그래픽 코드와 체스보드를 픽셀형 기하학으로 재해석하고 세라믹 가공과 젬세팅을 결합해 워치메이킹의 경계를 넓혔다. 오데마 피게는 아틀리에 데 에타블리쇠르 컬렉션으로 사라져가는 공예 기술을 현대적으로 복원했다. 딱정벌레 형상의 케이스를 여는 순간 공작이 모습을 드러내는 시크릿 워치 피콕은 에나멜 다이얼과 미니어처 조형이 정교하게 맞물렸다. 35×57mm 크기의 작품을 위해 보석 세공가, 에나멜 장인, 조각가, 시계 제작자의 협업으로 완성되었으며 단 3점 제작된다. 레페 1839는 도마뱀에서 영감을 받은 게코를 통해 시간의 형태를 유연하게 재정의했다. 벽과 탁상을 넘나드는 구조, 11가지 방향으로 변주되는 설치 방식, 그리고 회전 링으로 조정 가능한 다이얼은 가독성과 디자인의 균형을 동시에 갖췄다. 세 가지 버전으로 각각 99피스 한정 제작되며 공간과 상호작용하는 시계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율리스 나르덴 슈퍼 프릭.
예거 르쿨트르 마스터 히브리스 인벤티바 자이로투르비옹 아 스트라토스페르.
파네라이 루미노르 31 지오르니.

Mechanical

제네바에서 마주한 올해 시계의 정점은 단연 기술력이었다. 수백 년의 역사를 지닌 워치메이킹은 여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한계를 확장하며 단순한 복잡 기능의 나열을 넘어 구조 자체를 재해석하려는 시도가 두드러졌다. 율리스 나르덴은 프릭 25주년을 맞아 슈퍼 프릭을 선보이며 혁신을 이어갔다. 크라운 없이 베젤로 시간을 조정하는 구조와 더블 플라잉 투르비용은 정밀성과 실험성을 동시에 드러내며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는 두 투르비용이 오차를 상쇄하는 메커니즘을 완성했다. 예거 르쿨트르는 마스터 히브리스 인벤티바 자이로투르비옹 아 스트라토스페르를 통해 기술적 깊이를 보여줬다. 3축 투르비용 구조는 다양한 자세에서 발생하는 오차를 보정하고 복잡한 메커니즘을 하나의 균형 잡힌 시스템으로 완성해낸 점에서 ‘워치메이커의 워치메이커’라는 별명이 다시 한번 설득력을 얻는다. 파네라이는 루미노르 31 지오르니로 실용적 접근을 제시했다. 한 번의 와인딩으로 최대 31일 작동하는 파워리저브를 구현하고 다중 배럴 구조를 통해 장시간 안정적인 에너지와 정확도를 유지하도록 설계했다.

불가리 세르펜티 에테르나.
까르띠에 미스트 드 까르띠에.
반클리프 아펠 루도 시크릿.

Jewel

워치메이킹과 하이 주얼리의 경계를 유연하게 넘나드는 워치는 올해 더욱 대담하고 자유로운 형태로 펼쳐졌다. 까르띠에는 클래스프 없는 엘라스틱 브레이슬릿 구조의 미스트 드 까르띠에로 볼륨과 움직임을 강조했고, 화이트 다이아몬드와 블랙 래커 스폿의 대비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불가리는 122개의 컬러 스톤을 조화롭게 배치해 세르펜티 컬렉션에 생동감 넘치는 팔레트를 완성했다. 반클리프 아펠의 아이코닉한 루도 시크릿은 블루 사파이어를 입고 새롭게 등장했다. 버클 양쪽을 누르면 모습을 드러내는 머더오브펄 다이얼과 바게트 컷 사파이어 아워 마커가 시크릿 워치 특유의 은밀한 매력을 강조했다.

IWC 샤프하우젠 인제니어 투르비용 41.
롤렉스 오이스터 퍼페츄얼 41.
튜더 모나크.

Monument

올해는 주요 메종이 상징적인 컬렉션의 이정표를 맞이하며 기념비적 의미를 담은 타임피스를 잇달아 선보였다. IWC 샤프하우젠은 제랄드 젠타가 디자인한 인제니어 SL 50주년을 기념해 투르비용을 탑재한 인제니어 41을 선보였으며 6시 방향의 플라잉 미닛 투르비용은 56개 부품, 0.635g의 무게로 기술적 정수를 드러냈다. 롤렉스는 오이스터 탄생 100주년을 맞아 오이스터 퍼페츄얼 41을 중심에 내세웠다. 다이얼의 ‘100 Years’ 각인과 크라운 디테일을 더해 브랜드의 유산에 대한 경의를 담아냈다. 한편 튜더는 1926년부터 이어져 온 100년의 역사를 모나크를 통해 다시 꺼내 들었다. 새롭게 선보인 모나크는 1991년 오리지널 모델을 단순히 복각하는데 그치지 않고 현대적인 디테일을 더해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했다. 특히 다이얼의 존재감이 돋보인다. 고대 문서에 쓰이던 파피루스를 연상시키는 샴페인 컬러를 바탕으로 인덱스 상단에는 로마 숫자, 하단에는 아라비아 숫자를 배치해 이른바 ‘캘리포니아 다이얼’ 구성을 완성했다.

반클리프 아펠.
에르메스.
파네라이.

Iconic Booth

드넓은 팔렉스포 속 각 메종의 부스는 전통적인 진열 방식을 벗어나 정체성과 유산, 그리고 현재의 비전을 집약한 몰입형 공간으로 브랜드의 세계관을 구현하는 무대가 되었다. 에르메스는 극장 무대 뒤편을 연상시키는 구조로 완성한 부스를 선보였다. 프랑스 예술가 장 시몽 로슈가 설계한 개방형 목재 장치는 로프와 도르래 등 숨겨진 메커니즘을 드러내며 스켈레톤 워치의 구조적 미학을 직관적으로 풀어냈다. 파네라이는 해군 장비 공급 시절의 유산을 바탕으로 수중 환경을 재현한 체험형 공간을 선보였다. 실제 장비 테스트에 사용되던 수조인 바스카 파네라이를 구현하고 신제품을 물속에 전시함으로써 설명보다 경험을 통해 성능을 전달하는 접근이 돋보였다. 반클리프 아펠은 꽃과 별, 연못이 어우러진 부스로 고요한 서정을 펼쳐냈다. 시적인 컴플리케이션과 내러티브를 공간으로 확장한 연출은 색채와 움직임, 장인정신이 조화를 이루는 하나의 풍경으로 빚어냈다.

에르메스 슬림 데르메스 포켓 로아아아!.
불가리 세르펜티 투보가스 스터즈 캡슐.
쇼파드 알파인 이글 41 AM.
제니스 G.F.J. 칼리버 135.

Green Dial

다이얼은 시계의 미학과 기술을 응축한 작은 세계와도 같다. 올해 주요 메종들은 싱그럽고 깊이 있는 그린 컬러를 저마다의 소재와 공예 기법으로 재해석하며 독창적인 개성을 드러냈다. 불가리는 말라카이트와 같은 네 가지 천연석 다이얼을 통해 세르펜티 투보가스 특유의 아이코닉한 형태에 풍부한 색채를 입혔으며, 제니스는 블러드스톤 다이얼과 옐로 골드 케이스에 복원된 칼리버 135를 결합해 강렬한 존재감과 역사적 맥락을 동시에 담아냈다. 기술적·예술적 숙련도가 돋보이는 시도도 이어졌다. 쇼파드의 알파인 이글 41 AM은 알프스 숲길의 이끼에서 영감받은 모스 그린 다이얼에 6시 방향의 자석 심볼과 안티 마그네틱 밸런스 스프링을 더해, 컬렉션 최초의 항자성 모델로서 정밀도와 신뢰도를 강조한다. 여기에 에르메스의 슬림 데르메스 포켓 로아아아!(Roaaaaar!) 워치는 우드 마케트리로 표현한 사자 모티브의 오픈워크 커버 아래, 헤링본 패턴을 품은 베르 시프레 그랑 푀 에나멜 다이얼을 드러내며 시각적 즐거움을 극대화한다.

로저드뷔 엑스칼리버 문라이트.
파텍 필립 셀레스티얼 선라이즈 앤 선셋.

Astronomical

달력이 존재하기 전부터 인류는 같은 하늘을 바라보며 시간을 읽어왔다. 달은 시간의 흐름을 가늠하게 했고 별자리는 방향을 제시했다. 이 오래된 천체의 언어는 하이 워치메이킹의 기술과 만나 새로운 방식으로 재현됐다. 파텍 필립은 우주 모듈에서 영감받은 화이트 골드 케이스와 제네바의 밤하늘을 구현한 셀레스티얼 모델로 천문 시계의 정교함을 드러냈다. 북반구 별의 움직임과 달의 위상, 궤도를 반영하고 일출과 일몰 시각, 계절에 따른 시간 보정까지 수행하는 메커니즘을 갖췄다. 로저드뷔는 엑스칼리버 문라이트를 통해 천체의 질서를 입체적으로 풀어냈다. 황도 12궁을 담은 시 디스크와 달의 위상을 나타내는 문 디스크, 달 표면 질감의 투르비옹 케이지가 겹겹이 배치되며 복합적인 움직임을 형성했다. 밤하늘이 품은 환상과 서사까지 작은 다이얼 안에 담아낸 이 시계들은, 시간을 알려주는 도구에 머물지 않고 우주의 리듬을 한 폭의 장면처럼 펼쳐낸다.

  • 에디터 한지혜, 김소정, 박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