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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손이 이루는 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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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언어로 같은 긴장을 조율하는 두 사람, 작가 최고은과 테크니션 한원배.
완성에 이르기까지 집요함과 정직함, 그리고 그 안의 투명한 신뢰가 모든 작업 과정에서 빛난다.

(왼쪽부터) 써드핸드에서 만난 한원배 목수와 최고은 작가.

폐가전과 파이프를 재료로 사회와 도시환경의 이면을 드러내는 작가 최고은. 그녀의 작품 뒤에는 재료를 완벽히 이해하고 세밀하게 다루는 목수 한원배가 있다. 극단의 정교함을 위한 손의 감각이 교차하는 목공소 ‘써드핸드(Third Hand)’에서, 아티스트와 테크니션이 함께 작업을 완성하는 과정에 주목했다. 내년 5월,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출품을 앞두고 작업이 한창인 두 사람을 만났다.

최고은 작가 작품의 주재료, 구리 파이프.

최고은 작가 작품의 주재료, 구리 파이프.

두 분은 어떻게 처음 만나게 되었나요?

최고은 2023년에 처음 만났어요. 제가 혼자 작업하다 마지막 공정에서 실수한 적이 있어요. 정말 미세한 부분이었는데, 수정을 위해서는 전문적 작업이 많이 필요했죠. 전시가 하루이틀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라 급히 수정이 필요했고, 써드핸드 한원배 목수님을 찾게 되었어요. 섬세하면서도 수고로운 일이었는데 아무 말 없이 해주셨죠. 작은 부분이지만 작품의 완성도와 미감에 있어서 그게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 이해한 것 같아 정말 인상 깊었어요. 그 작업을 계기로 2024년 프리즈 준비까지 함께하게 되었고, 계속해서 협업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써드핸드는 어떤 공간이고, 목수님은 그 안에서 어떤 방식으로 작업하고 있나요?

한원배 저는 설계 기반의 CNC 기계를 베이스로 작업하는 컴퓨터 목공입니다. 처음엔 가구 만드는 일을 주로 했는데, 그 당시 CNC 기계를 구입하면 써드핸드라는 이름으로 작업실을 꾸리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목공소를 운영하다 보니 다양한 의뢰가 들어오더라고요. 그 과정에서 다른 재료도 공부하며 다루게 됐습니다. 작업할 때는 항상 도면을 기반으로 하고, 계산이 끝난 상태에서 움직입니다. 작가님께 도면을 받으면 저는 그걸 수치화해 기계 입력값으로 전환해요. 가공되어 받은 실제 재료는 아무리 정밀히 했다고 해도, 도면과 다를 수밖에 없거든요. 50mm 파이프로 설계했더라도 실제로 재단하면 48mm 정도가 되기도 해요. 그 차이를 조정하는 게 제 역할이죠.

최고은 그래서 저는 목수님이 ‘기계를 손처럼 쓰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일반 업체는 도면대로 찍어내지만, 목수님은 실물 오차를 반영해 다시 조정하고 손으로 보정해요. 그게 써드핸드의 의미 같아요. 아날로그와 디지털 사이를 오가는 목수님의 ‘세 번째 손’이죠.

왼쪽 파이프 두께와 관통각을 실험한 흔적.
오른쪽 CNC 위에 놓인 베니스 비엔날레 준비 과정의 모형.

작가님은 폐가전과 파이프를 재료로 작품 활동을 하시는데, 전반적 작업 과정이 궁금합니다.

최고은 먼저 작업을 구상하고, 그걸 도면으로 옮기면서 시작해요. 저는 혼자 할 수 없는 일을 많이 하기 때문에 절단, 밴딩, 연마 등 각 공정마다 세부 도면을 만들어요. 그렇게 제작한 파이프는 일종의 컨베이어 벨트처럼 연결된 흐름을 따라 차례로 생산되죠. 그래서 제 작업 공정은 사실 서로 다른 도면들이 계속 소환되고 이어지는 과정이에요. 이전 단계의 도면이나 상태가 정확하지 않으면 다음 공정에서 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에 정밀도가 중요합니다. 그렇게 가공한 파이프는 최종적으로 써드핸드로 넘어가고, 핵심 과정인 목재 가공과 조립으로 이어져요. 제가 겉으로는 파이프를 다루는 것처럼 보이지만, 오차를 줄이는 과정에는 굉장히 많은 설계가 필요해요. 그 안에 목재를 기반으로 모형을 만들고 테스트를 반복하는 과정이 포함됩니다.

보통 도면을 먼저 공유하고, 스케치나 시안을 주고받으며 시작한다고 들었어요. 어떤 방식으로 함께 작업을 진행하나요?

최고은 초기 단계부터 대화도 많이 하고, 전 과정을 같이 매니징하면서 진행하는 편이에요. 제가 어떤 프로젝트를 맡았고 그 안에서 어떤 걸 하고 싶은지, 구체적 형상이 나오기 전에 그 프로젝트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싶은지까지 전반적으로 공유해요. 뉘앙스 같은 것도 함께 이야기하죠.

두 분이 작업에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최고은 전시 중 사고가 나지 않게 안전한 것이 제일 중요해요. 작업 과정에서는 늘 오차가 생기고, 설계와 다르게 중력의 영향으로 형태가 뒤집히기도 하죠. 그럴 때마다 물리적으로 가능한 형태를 다시 잡아가는데, 머릿속에 있던 형태를 억지로 구현하려 하면 오히려 위험해지고, 조형적으로도 좋지 않아요. 중력이나 현실적 조건을 고려해 가장 자연스러우면서도 긴장을 유지한 형태를 만들어내는 데 특히 신경을 쓰게 되죠.

한원배 안전하게 긴장감을 유지하는 부분에서 특히 관통 작업은 각도가 정말 중요해요. 파이프가 어떤 각도로 들어가느냐에 따라 앞과 뒤 모양이 완전히 달라지거든요. 불과 0.1mm만 어긋나도 결과가 달라지고, 나무가 받는 힘의 방향과 정도도 변해요. 그래서 그 미세한 차이를 조정하는 게 핵심이에요. 처음 관통 작업을 2024년 프리즈 아티스트 어워드 때 했는데, 그 후 세 번 정도 방식을 바꿔가며 계속 실험하고 있어요. 제 목표는 파이프가 나무에 힘을 전하지 않게 하는 것, 그거 하나예요. 나무는 금속보다 훨씬 약하기 때문에 힘을 그대로 받으면 터져버리거든요. 이걸 완벽히 잡아내는 게 어렵지만, 그 과정이 제 일이기도 하고 동시에 가장 재미있는 부분이에요.

우드 패널을 관통한 파이프와 마감된 작품의 뒷면.
밴딩된 파이프.

작품을 보면 두 분의 합이 굉장히 잘 맞는다는 느낌이 들어요. 함께 일할 때 어떤 점에서 그런 조화를 느끼나요?

한원배 ‘합’이라기보다는 ‘코드’죠. 작업 방식, 태도, 정밀함을 대하는 감각이 비슷해요. 저는 도면 그대로 만들고 싶은 사람이에요. 오차 없이. 목공에선 0.1mm 차가 커요. 타이트하게 들어가는지, 여유 있게 들어가는지 결정하는 게 그 0.1~0.2mm거든요. 그래서 0. 몇 밀리미터 단위까지 그려놓고 실제로 맞춥니다. 어떻게 보면 저에게 도면은 그림이에요. 그릴 때부터 이미 실제로 어떻게 나올지 생각해요. 현실적으로 구현하기 힘든 부분을 미리 예측하고, 그걸 조정하죠. 그렇게 수정해가며 형태를 잡는 과정에서 순간적으로 나오는 예쁨이 있어요. 그걸 잡아낼 때 제일 좋아요. 그리고 작가님도 그런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하니까 잘 맞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실패해도 책임을 묻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있어요. 실패는 과정일 뿐, 같이 풀면 된다는 감각이 있어요. 그게 제일 큰 신뢰예요.

최고은 맞아요. 서로 신뢰가 있어서 가능한 거죠. 저는 되게 꼼꼼한 스타일인데, 목수님은 그걸 불편해하지 않아요. 정확함의 기준은 상대적이지만, 목수님이 저보다 훨씬 세밀하게, 거의 나노 단위로 보세요. 외부에서 보이지 않는 뒷면까지 마무리가 완벽해요. 또 손으로 일하지만 동시에 ‘기계 미감’을 지니고 있어서 잘 맞아요. 저는 기성품을 소재로 다루는데, 그게 도면화된 산업 체계 안의 언어잖아요. CNC를 베이스로 한 정밀한 감각과 태도가 통하는 지점이 있어요. 그리고 현실적 오차를 인지하면서 그 안에서 앞서 말한 가능한 ‘가장 미적인 긴장’을 찾는 태도예요. 제 작업에서도 재료를 다루는 방식이나 행위가 결과물에 그대로 드러나거든요. 이런 ‘구조적 투명성’이 잘 맞아요.

마지막으로 함께 작업 중인, 내년 5월 베니스 비엔날레에 출품할 작품에 대해 들려주세요.

최고은 이번 베니스 프로젝트는 구조적 난도가 굉장히 높아요. 단순히 형태를 세우는 게 아니라, 중력과 구조의 균형을 맞춰 ‘얼마나 위험하지 않게 가장 건강한 긴장을 유지하느냐’가 관건입니다. 

한원배 이번 작업은 기존보다 5배, 아니 10배는 어려워요. 보통은 하나인 벽면이 둘이 되어, 양 구조가 서로 영향을 주기 때문에 계산이 훨씬 복잡해졌어요. 또 현장이 외국이라 제 ‘써드핸드’인 CNC 장비를 가져갈 수도 없어 아쉬워요. 대신 가능한 대안을 계산해서 준비하고 있습니다.

  • 에디터 정희윤(heeyoon114@noblesse.com)
  • 사진 표기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