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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Design Auction Highligh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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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간 세계 미술품 시장의 가격을 이끄는 경매시장 역시 숨가쁜 행보를 이어왔다.
그중 ‘순수 미술’과 구분해 열리는 ‘디자인’ 분야의 세일즈는 사상 최고 낙찰 총액이란 결과를 안으며,
미술 시장에서 그 요구와 영향력의 확대를 증명했다. 2025년 가장 비싼 가격에 거래된 ‘디자인 피스’ 8점을 소개하며
그 안에 담긴 미술적 가치와 희소성, 그리고 이를 향한 시장의 욕망을 함께 들여다본다.

최근 미술 시장의 여러 리포트를 살펴보면, ‘디자인 시장’이 아트 컬렉터에게 최적의 선택지가 되었다는 말이 공공연하다. 〈아트 프라이스(Art Price)〉, 〈아트택틱(ArtTactic)〉 같은 전문지 역시 입을 모아 최근 몇 년간 미술 시장의 핵심 트렌드 중 하나로 디자인 시장의 부상을 꼽는다. 조각적 가구와 스튜디오 도자, 조명, 기능적 조각 등 이 모든 것을 포괄하는 ‘디자인’이 이제 현대미술의 주변부가 아니라 중심부의 필수 요소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올해 주요 경매 결과는 이를 뚜렷하게 보여준다. 우선 소더비는 파리와 뉴욕에서 열린 두 차례 디자인 세일을 통해 총액 7500만 달러의 낙찰가를 기록하며, 자사 디자인 경매 역사상 최고 매출을 달성했다. 크리스티 역시 파리와 뉴욕의 디자인 세일 총매출액이 약 3810만 달러로, 올해 주요 경매사의 디자인 부문 총매출이 20% 이상 급증하며 강력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소더비 회장이자 20세기 디자인 부문 글로벌 책임자인 조디 폴락(Jodi Pollack)은 “이렇듯 탁월한 성과는 글로벌 디자인 시장의 활력을 증명하며, 탁월한 품질의 희귀 작품을 열정적으로 수집하는 안목 있는 컬렉터들의 존재를 반영한다”고 밝혔다. 그 내용을 짚어보면 이런 강력한 시장 흐름을 이끈 몇몇 이름을 발견할 수 있는데, 그중 가장 주목해야 할 이름은 이른바 ‘레 랄란(Les Lalanne)’이다. 프랑스 출신 조각가인 프랑수아-그자비에 랄란과 클로드 랄란 부부를 일컫는 말로, 이들이 모두 작고한 후 이들의 주요 컬렉션이 시장에 대거 등장하며 작품의 가치가 폭발적으로 상승했다. 2023년에는 프랑수아-그자비에 랄란의 대표작 ‘Rhinocrétaire I’이 약 1833만 유로(약 306억 원)에 팔리며 작가의 최고가를 기록했고, 지난해 10월 크리스티 뉴욕에서 열린 단독 세일 ‘François-Xavier Lalanne, Sculpteur | Collection Dorothée Lalanne’은 5900만 달러의 경이로운 매출을 기록하며 그 열풍의 정점을 찍었다. 올해 6월 소더비 뉴욕에서 열린 ‘Important Design’ 경매에서도 그의 ‘Grand Rhinocrétaire II’가 약 1640만 달러에 낙찰되며, 올해 팔린 디자인 피스 중 가장 높은 가격을 기록했다. 두 번째로 비싼 가격에 거래된 작품 ‘Bar aux Autruches’ 역시 그의 작품으로, 상위 가격 8개 작품 중 이들 부부의 작품만 총 4점이 포진해 있다. 그 뒤를 따르는 것은 꾸준히 디자인 시장에서 강세를 보여온 티파니 스튜디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디에고 자코메티 같은 이름이다. 티파니 스튜디오의 공방에서 만든 일련의 윈도 글라스 작품은 최근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등 주요 기관의 매입 사실이 알려지며 시장가치가 더욱 상승했고,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건축주를 위해 디자인한 조명 역시 그의 건축미학을 응축한 하나의 미니어처 피스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장 프루베, 혹은 샤를로 트 페리앙으로 대표되는 모더니즘 디자인보다는 프랑스의 유구한 장식적 전통을 이어받은 조각적 디자인 피스들이 압도적인 고가에 거래된다는 사실 역시 흥미로운 점이다.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동생이자 가구 제작자인 디에고 자코메티가 제작한 20세기 작품, 동물 형상의 유머러스한 조각으로 독창적 세계를 구축한 프랑수아-그자비에 랄란의 작품이 대표적 예다. 그런데 이들의 작품에서는 놀라운 공통점이 발견된다. 실용과 예술, 그 어느 쪽으로도 기울어지지 않는 작품 그 자체로서의 완결성, 그리고 작가 철학의 응집성이다. 그러고 보면 예술의 형식성과 거리감을 의도적으로 없애면서 친근하게 곁에 둘 수 있는 작품은 얼마나 매력적인가! 자신의 대표작 ‘Moutons de Laine’을 두고 프랑수아-그자비에 랄란이 남긴 이 말처럼 말이다. “그 넓은 거실에 양 떼를 몰고 들어가는 게 재미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결국 아파트에 조각상을 두는 게 진짜 양을 키우는 것보다 쉽잖아요. 게다가 그 위에 앉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죠.” 지금, 역사적 재평가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아래 작품들을 통해 디자인 피스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해보기 바란다.

Courtesy of Sotheby’s.

François-Xavier Lalanne, Grand Rhinocrétaire II(2003)

작고한 프랑스 조각가 프랑수아-그자비에 랄란의 ‘거대한 코뿔소 책상’이 지난 6월 열린 소더비 뉴욕 ‘Important Design’ 세일에서 약 230억 원에 낙찰되며, 올해 디자인 옥션을 통해 판매된 작품 중 최고가를 기록했다. 그는 살아생전 코뿔소, 양, 곰, 개 등 동물을 모티브 삼아 거대한 스케일 조각부터 작고 장식적인 오브제까지 다양한 작품을 제작했다. 특히 이 작품을 포함한 ‘코뿔소 책상’ 시리즈는 최근 시장에서 높은 가격을 형성하며, 프랑수아-그자비에 랄란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2023년 크리스티 파리 경매에서 그의 조각 ‘코뿔소 비서 I(Rhinocrétaire I)’(1964)이 1833만 유로(약 306억 원)에 낙찰된 데 이어, 올해도 이 작품이 최저 예상가의 약 5배에 달하는 가격에 거래되어 작가의 작품 중 두 번째로 높은 가격을 기록한 것. 이 작품은 실제 동물의 크기에 가깝게 구현해 그 이름처럼 매우 웅장한 느낌을 주며, 실내 공간을 침범하는 존재감 역시 상당하다. 또한 내부에 책상, 바, 금고 등을 갖추어 기능성을 지닌 오브제로서 조각의 가능성도 잘 보여준다. 소더비는 “환상과 실용성이 드물게 융합된 존재로, 경이로움과 사색을 불러일으킨다”고 이 작품의 가치를 설명했다.

Courtesy of Sotheby’s.

François-Xavier Lalanne, Bar aux Autruches(1967~1968)

‘코뿔소 책상’이 소더비 뉴욕 경매에서 판매되기 불과 몇 주 전인 지난 5월, 소더비 파리에서도 신고가를 기록했다. 프랑수아-그자비에 랄란의 작품 ‘Bar aux Autruches’가 11분간 치열한 입찰 경쟁 끝에 약 1110만 유로(약 1290만 달러)에 낙찰된 것. 두 마리의 타조가 하나의 바(bar)를 입에 물고 있는 이 오브제는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사실적이고 위트 있는 외관으로 놀라움을 안겨준다. 길이 190cm, 높이 120cm의 규모로, 실제로 파티나 리셉션 등에서 사용되도록 디자인했으며 가운데에 위치한 알은 아이스 버킷 기능을 한다. 특히 타조의 날개나 몸통 일부가 열리는 구조로 디자인해 선반 아래나 타조의 몸 안쪽에 병과 잔, 얼음 등을 수납할 수 있다. 그야말로 ‘조각’과 ‘가구’를 한 몸으로 합친 하이브리드 작품이라 할 만하다. 그 제작 측면에서도 18세기 세브르(Sèvres) 도자기 가구나 르네상스 시대 호기심 캐비닛(Cabinets of Curiosities) 등의 장식미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작품은 단 6점만 제작했으며, 엘리제 궁전 응접실과 살아생전 이브 생 로랑의 아파트 등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희소성 측면에서도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Courtesy of Sotheby’s.

Frank Lloyd Wright, Double-Pedestal Lamp(circa 1904)

2025년 열린 디자인 경매에서 랄란의 아성에 견줄 만한 인물을 꼽으라면 단연 미국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일 것이다. 그의 희귀한 램프 한 점이 지난 5월 소더비 ‘모던 이브닝 옥션’에서 예상가를 훌쩍 뛰어넘는 749만 달러에 낙찰됐다. 치열한 경합 끝에 성사된 이번 옥션 결과는, 그가 ‘프랜시스 W. 리틀 하우스(Francis W. Little House)’를 위해 제작한 천장 조명등이 세운 기존 기록인 290만 달러를 3배 이상 경신한 것이다. 이 램프는 100여 년 전 미국 일리노이주 스프링필드에 위치한 수전 로런스 데이나 하우스(Susan Lawrence Dana House)를 위해 제작한 작품으로, 현존하는 3점 중 하나에 해당하는 희귀작으로 알려져 있다. 1904년 완공한 이 주택은 라이트의 초기 대표작 중 가장 야심 찬 프로젝트로 평가된다. 건축주 수전 로런스 데이나는 그에게 거의 ‘백지수표’에 가까운 자유를 부여했고, 그 결과 이 집에는 라이트가 직접 설계한 100여 점의 오리지널 가구와 450점에 달하는 유리창, 문, 조명이 남겨졌다. 이번 경매에 등장한 이중 받침대 램프도 그런 맥락에서 탄생했다. 라이트가 이 집을 설계한 당시 깊이 매료된 일본 신사 건축의 영향이 곳곳에 스며 있으며, 처마를 연상시키는 실루엣, 녹색 유리 패널, 빛의 각도에 따라 색이 달라지는 무지갯빛 유리 등에서 그의 섬세한 미학을 엿볼 수 있다. 소더비의 20세기 디자인 부문 책임자 조디 폴락은 이 작품을 가리켜 “마치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설계한 완벽한 작은 집을 소유하는 것과 같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Courtesy of Sotheby’s.

Tiffany Studios, The Goddard Memorial Window(1909~1910)

지난 6월 12일 크리스티 뉴욕의 디자인 경매에서 티파니 스튜디오의 작품 ‘The Goddard Memorial Window’가 428만5000달러에 낙찰되었다. 티파니 스튜디오는 정교한 파브릴 유리 기법과 수공예적 장인정신에 힘입어 미국 아르누보 장식미술의 대표 브랜드로 컬렉터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일견 평범해 보이는 티파니 스튜디오의 작품이 디자인 옥션에서 최고가를 경신하는 데에는 여러 요소가 함께 작용한다. 비교적 최근인 2023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넓은 중정에 걸기 위한 용도로 티파니 스튜디오의 3부작 창문을 구입했으며, 2024년에는 미국 오하이오주의 한 교회에서 나온 인상주의 양식 창문이 소더비 경매에서 약 1240만 달러에 낙찰되며 신고가 기록을 경신했다. 최근 크리스티에 나온 이 작품도 미국 로드아일랜드주에 위치한 세인트 루크 성공회 교회(St. Luke’s Episcopal Church)에 설치되어 있던 것으로, 그 성공적 거래의 루트를 충실히 따른 사례라 할 수 있다. 이 창문은 일명 ‘추모 창문’으로 이디스 고더드(Edith Goddard)가 남편과 그의 가문을 기리기 위해 주문 제작한 것이다. 세 랜싯은 각각 봄 · 여름 · 가을을 나타내며, 튤립과 제비꽃, 아이리스, 사이프러스와 소나무 등의 디테일이 유리의 색과 질감을 통해 생생하게 재현되어 예술성 또한 높게 평가받는다. 특히 이 창문에 새긴 문구가 직접적으로 기리는 대상이 미국 역사상 중요 인물인 브라운 대학교 10대 총장 윌리엄 고더드(William Goddard)라는 점도 이 작품가를 견인한 주요인이라 할 수 있다.

Courtesy of Christie’s.

Diego Giacometti, Console Cerf et Renard(vers 1972)

2025년 디자인 옥션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다른 이름이 바로 디에고 자코메티다. 인물의 뼈만 앙상하게 남긴 인체 조각으로 널리 알려진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동생으로, 형이 주로 추상적 조각 작품을 남긴 반면, 그는 가구와 오브제 제작에 평생을 바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1966년 알베르토가 사망한 후 형과의 공동 작업에서 벗어나 가구 제작에 몰두했으며, 1985년 개관한 파리 피카소 미술관 내부를 디자인하면서 명성이 높아졌다. 지난 5월 크리스티 파리 디자인 옥션에 출품된 이 작품은 자코메티가 1972년 미국 작가 제임스 로드(James Lord)를 위해 제작한 콘솔로, 그 제작 스토리가 밝혀져 있다는 점에서 남다른 애틋함을 준다. 두 사람은 1952년 파리의 ‘카페 마고’에서 처음 만나 오랫동안 특별한 유대를 형성했으며, 그를 위해 여러 점의 스케치와 가구를 남겼다고 전해진다. 오랜 지기를 위해 만든 이 콘솔은 특히 자코메티의 시적 세계가 잘 담긴 명작으로 평가받는다. 청동의 견고함과 상상 속 동물들의 환상적 이미지가 절묘하게 결합되어 특유의 분위기가 잘 반영되어 있다는 것. 실제로 콘솔의 한쪽 끝에는 사슴, 다른 쪽 끝에는 여우를 배치해 섬세한 균형을 이루며, 청동을 마치 자연물 다루듯 하는 그의 솜씨 역시 잘 드러나 있다. 또한 형의 영향에서 벗어나 독자적 작품 세계를 확립한 시기에 제작한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그 가치를 높게 평가받는다.

Image Courtesy of Sotheby’s

François-Xavier Lalanne, Canard(2008)

2025년 열린 디자인 옥션에서 여섯 번째로 높은 낙찰가를 기록한 작품은 프랑수아-그자비에 랄란의 ‘Canard’다. 6월 뉴욕에서 열린 이 세일에는 프랑수아-그자비에 랄란과 클로드 랄란 부부의 작품 총 29점이 출품되었으며, 총낙찰가는 예상가 상한의 2배가 넘는 1790만 유로였다. “랄란 부부의 압도적 성취”라는 소더비 회장 조디 폴락의 말이 가히 과장이 아니라 할 만하다. 실제 오리의 형태를 그대로 살린 이 작품은 황동, 브론즈, 합성수지 등의 소재로 제작한 시리즈 작품으로, 그의 유머 감각이 잘 살아 있는 희귀작으로 손꼽힌다. 이 작품은 그의 애호가들 요청으로 1971년 처음 만들었으며, 오리의 날개 부분을 들어 올리면 옷을 걸 수 있는 옷걸이로 변신한다. 전문가들은 이 작품을 가리켜 “규모와 시선의 관계를 탐구하는 기념비적 작품”이라는 평가를 내린다. 소박한 비율의 오리를 큰 규모로 키워 위엄 있는 존재로 변신시키며, 이를 통해 친숙한 대상과 예술적 대상의 강렬한 대비를 이끌어낸다는 것. 또한 황동 소재의 가공 처리, 부드러운 곡면 등의 조형성과 기술성도 높은 평가를 받는다. ‘자연과 인공의 공존’이라는 랄란의 근본적 주제 의식과 유머, 조형의 품격까지 함께 깃든 랄란 예술의 또 다른 걸작이다.

Courtesy of Christie’s.

Claude Lalanne, Unique Structure Végétale aux Papillons, Souris et Oiseaux Chandelier(2000)

프랑수아-그자비에 랄란의 부인인 조각가 클로드 랄란의 희귀한 조명 작품 ‘나비, 쥐, 새가 있는 식물 구조물’ 샹들리에는 지난 크리스티 파리 옥션에서 186만5000달러의 낙찰가를 기록했다. 이로써 랄란이라는 이름은 세계 디자인계의 최대 블루칩으로서 최고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1950년대에 만나 부부가 된 이들은 1960년대 미술계를 휩쓴 미니멀리즘 열풍 이후 등장해 사실적이고 유머 넘치는 조각 작품으로 수많은 컬렉터를 매료시켰다. 특히 이브 생 로랑, 위베르 드 지방시, 피터 마리노 등 패션계의 거물들이 클로드 랄란의 열렬한 수집가였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부부는 평생 삶을 공유하며 조각에 몰두했지만, 그 작품 세계는 판이하다. 프랑수아가 ‘동물’을 위엄 있게 표현하는 데 천착한 반면, 클로드는 ‘식물’을 섬세하게 조형하는 데 평생을 바쳤다. 이 작품은 제목 그대로, 나뭇가지 구조물에 나비, 쥐, 새들이 있는 모습으로 환상적 생태계를 형상화했다. 그는 자신의 정원에서 채취한 잎, 나뭇가지, 나비 등을 구리로 코팅한 후 손으로 재가공하는 ‘전기도금 기법’을 사용해 작업했다고 전해진다. 이를 통해 실제 식물의 질감과 섬세한 표면이 그대로 살아 있는 듯한 극도로 자연스러우며 섬세한 조형 작품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 단순한 장식의 요소를 넘어 자연의 우아함을 찬미하는 오브제로서 클로드의 작품이 추구하는 바를 가장 잘 구현한 명작이라 할 만하다.

Courtesy of Christie’s.

Diego Giacometti, Pair of Têtes de Lionne Armchairs Second Version(vers 1975)

1975년경에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작품은 청동과 철제 프레임, 가죽 시트로 이루어진 의자로 조각과 가구 디자인의 경계를 허문 걸작으로 손꼽힌다. 독특한 점이 있다면, 1950년경 처음 만든 이 의자 시리즈가 여러 버전으로 진화했다는 것이다. 초기 모델은 대체로 장식 없이 평범한 뼈대를 갖췄으며, 두 번째 모델인 이 작품부터 팔걸이에 암사자 머리 장식과 사자 발톱 형태의 앞발을 가진 형태로 진화했다. 특히 이 의자는 디에고 자코메티가 젊은 시절 여행한 고대 이집트 문명에 대한 경의, 동물에 대한 사랑, 가구와 조각 사이를 넘나드는 미적 탐구가 한데 어우러진 작품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다. 평생 자신을 장인으로 여긴 디에고의 손맛이 깃든 조형성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불규칙한 형태, 녹청과 황금빛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파티나 등도 자코메티라는 인장에 담긴 정체성을 잘 보여준다. 2024년, 가죽 시트의 컬러만 다른 동일 작품이 크리스티에서 161만3000유로에 거래되는 등 시장에서 꾸준히 높은 작품가를 형성하고 있다.

  • 박지혜(프리랜서)
  • 에디터 김수진(jin@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