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숨결로 완성한 샤넬의 쿠튀르 | Nobles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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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숨결로 완성한 샤넬의 쿠튀르

FASH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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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티유 블라지의 샤넬 오트 쿠튀르 데뷔는 역설로 시작됐다. 트위드도 까멜리아도 없이 샤넬다움을 증명한 것. 그랑 팔레를 가득 채운 건 화려함이 아니라 투명한 실크 무슬린의 속삭임이었고, 가까이 다가가야 보이는 조용한 디테일로 쿠튀르의 존재 이유를 되물었다.

파리의 잿빛 하늘은 여전했다. 마티유 블라지가 샤넬에서 처음 선보이는 2026 S/S 오트 쿠튀르 컬렉션을 마주하러 가는 아침에도. 하지만 무심하게 내리는 비와 함께 당도한 그랑 팔레, 그 문턱을 넘어 쇼장에 들어서는 순간 바깥의 겨울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옅은 분홍빛 수양버들과 장난처럼 거대하게 솟은 버섯들이 새로운 계절을 열었다. 그야말로 동화 속 한 장면 같은 아름다운 런웨이였다. 맑게 지저귀는 새소리와 함께 꿈과 환상이 넘실대는 무대는 곧 공개될 컬렉션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부풀렸고, 결과적으로 그 기대는 탄성으로 이어졌다. 무대는 사랑스러운 파스텔 톤 오솔길로 연출했다. 하지만 정작 컬렉션은 그 화려함을 좇지 않았다. 오히려 힘을 뺐다. ‘덜어냄’의 미학 속에서 더욱 또렷해진 샤넬의 정체성을 드러낸 것이다. 화려함 대신 가벼움과 사적인 숨결을 택했다. 가까이 다가가야 들리는 속삭임으로 쿠튀르의 정의를 되묻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아름다운 동화 속 비밀의 숲을 연상시키는 환상 가득한 런웨이 무대를 가로지르는 쇼 피날레 장면.
시적 영감과 위트를 더해, 가까이 들여다볼수록 ‘덜어냄의 미학’ 속에서 더욱 세심하고 정교한 디테일을 발견할 수 있는 샤넬 2026 S/S 오트 쿠튀르 컬렉션.
시적 영감과 위트를 더해, 가까이 들여다볼수록 ‘덜어냄의 미학’ 속에서 더욱 세심하고 정교한 디테일을 발견할 수 있는 샤넬 2026 S/S 오트 쿠튀르 컬렉션.
시적 영감과 위트를 더해, 가까이 들여다볼수록 ‘덜어냄의 미학’ 속에서 더욱 세심하고 정교한 디테일을 발견할 수 있는 샤넬 2026 S/S 오트 쿠튀르 컬렉션.
시적 영감과 위트를 더해, 가까이 들여다볼수록 ‘덜어냄의 미학’ 속에서 더욱 세심하고 정교한 디테일을 발견할 수 있는 샤넬 2026 S/S 오트 쿠튀르 컬렉션.
시적 영감과 위트를 더해, 가까이 들여다볼수록 ‘덜어냄의 미학’ 속에서 더욱 세심하고 정교한 디테일을 발견할 수 있는 샤넬 2026 S/S 오트 쿠튀르 컬렉션.
시적 영감과 위트를 더해, 가까이 들여다볼수록 ‘덜어냄의 미학’ 속에서 더욱 세심하고 정교한 디테일을 발견할 수 있는 샤넬 2026 S/S 오트 쿠튀르 컬렉션.
시적 영감과 위트를 더해, 가까이 들여다볼수록 ‘덜어냄의 미학’ 속에서 더욱 세심하고 정교한 디테일을 발견할 수 있는 샤넬 2026 S/S 오트 쿠튀르 컬렉션.

그 시작은 샤넬 슈트였다. 그러나 우리에게 익숙한 트위드가 아니었다. 누드 톤의 실크 무슬린 슈트. 실루엣이 명확히 드러나는 절제된 형태였다. 부드러운 색조의 실크 무슬린이 지닌 투명함이 돋보였다. 이 슈트가 쇼 오프닝을 알렸다. 보디를 따라 흐르는 실크 무슬린의 투명한 겹겹은 슈트라는 권위를 해체했다. 동시에 샤넬이 켜켜이 쌓아온 역사를 상기시켰고, 착용자의 개인적 서사를 담담히 풀어내는 듯했다. 멀리서는 발견하기 힘들지만, 가까워질수록 의미를 읽을 수 있는 의상으로. 이 근접성은 장식에서 더욱 분명해진다. 러브 레터, 향수병, 레드 립스틱 같은 샤넬의 상징적 오브제가 사연의 편린처럼 자리했다. 밑단의 체인에 매달리고, 주머니에 숨고, 안감에 꿰매졌다. 쿠튀르는 전시품을 넘어 일상품으로 존재함을 속삭인다. 여기서 마티유의 답을 찾을 수 있다. 쿠튀르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왜 지속되는가. 그의 답은 친밀함과 사적인 감각, 그리고 거의 견디기 힘들 만큼의 가벼움에 있었다.

티저 이미지. le19M 공방 장인의 수공예 작업과 어우러진 앙증맞은 애니메이션이 동화적 감수성을 전하며 마티유 블라지의 샤넬 첫 쿠튀르 데뷔 쇼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티저 이미지. le19M 공방 장인의 수공예 작업과 어우러진 앙증맞은 애니메이션이 동화적 감수성을 전하며 마티유 블라지의 샤넬 첫 쿠튀르 데뷔 쇼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샤넬의 오트 쿠튀르 컬렉션은 le19M 공방 장인의 손길을 거쳐 탄생한다.
런웨이의 대미를 장식한 피날레 웨딩 룩.
샤넬의 오트 쿠튀르 컬렉션은 le19M 공방 장인의 손길을 거쳐 탄생한다.

컬렉션이 진행될수록 모델들은 새롭게 변신했다. 소박한 회색 비둘기부터 화려한 분홍색 저어새, 날렵한 왜가리, 왕관 같은 깃을 쓴 코카투까지. 각기 다른 형태와 실루엣의 새를 연상시키며 자유와 변형의 은유로 런웨이를 수놓았다. 인상적인 것은 깃털을 실제로 과용하지 않은 점이다. 대신 깃털의 환영을 만들어냈다. 꽃잎 장식이 은은하게 드리워진 비둘기색 스커트 슈트가 지나갔고, 올 풀린 실들이 플래퍼 드레스 위에서 공작 깃털 같은 착시를 일으켰다. 어떤 룩에서는 새의 채색이 자수와 레이어링, 플리츠로만 표현됐다. 또 어떤 룩에서는 까마귀 같은 검정이 테일러링의 칼날처럼 날렵함을 더했다. 심지어 라피아로 만든 검은 코트는 거친 소재 자체만으로 오히려 공기의 가벼움을 강조했다. 여기서 공방의 장인 기술은 과시가 아닌 변형의 문법이 된다. le19M 공방 장인들이 직조와 자수, 플리츠를 통해 ‘날아오름’이라는 감각을 물질로 바꾼 것이다.

쇼에 참석한 김고은.
쇼에 참석한 에이셉 로키.
쇼에 참석한 니콜 키드먼과 아서 자파.
쇼에 참석한 두아 리파.
쇼에 참석한 틸다 스윈턴.

한편, 마티유가 말한 친밀함은 현대적 유머로도 드러났다. 트롱프뢰유 오간자로 완성한 탱크톱과 청바지 룩, 빨간 이브닝드레스 위에 보송보송한 고치 같은 장식을 얹은 룩은 버섯 쿠튀르의 가장 세련된 해석이었다. 길게 흘러내리는 시폰 소매로 고요한 드라마를 만든 리틀 블랙 드레스도 눈에 띄었다. 피날레를 장식한 웨딩 룩도 과장이 없었다. 셔츠와 일자 스커트라는 절제된 형태 위에 종잇장처럼 얇게 깎은 자개 꽃잎이 표면을 덮어 모던한 광채를 뿜어냈다. 결론적으로, 마티유 블라지의 샤넬 쿠튀르 데뷔가 지닌 미덕은 명확하다. 샤넬의 상징인 트위드와 까멜리아를 덜어내고도 ‘그래도 샤넬’이 성립한다는 것을 증명했으니까. 쇼가 끝나고 다시 파리의 회색 속으로 걸어 나왔다. 이상하게도 잿빛 하늘은 그대로인데 몸이 가벼워졌다. 이 컬렉션이 남긴 것은 장면이 아닌 잔향이기 때문이다. 버섯 위의 새를 한눈에 알아보고 이내 날아가 사라지는 하이쿠처럼, 이번 쿠튀르는 과하게 남지 않음으로써 오래 남는다. 가까이 다가가야 보이는 것들로 쿠튀르가 왜 존재하는지를 다시금 묻게 한다. 그리고 그 질문 자체가 마티유 블라지의 첫 쿠튀르 샤넬을 가장 샤넬답게 만들었다.

  • 에디터 유은정
  • 사진 샤넬